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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에 숨죽인 의약단체

  • 데일리팜
  • 2005-05-05 09:19:30

검찰의 내사설로 촉발된 의·약 5단체의 긴박한 발걸음이 부패방지위원장과의 만남을 분수령으로 정리 수순에 들어갔지만 의약계는 그 댓가로 떠 앉은 짐이 클 뿐만 아니라 해야 할 숙제가 많아졌다. 의·약 5단체가 떠 앉은 짐은 크게 네 가지다. 다자간 투명성 협약 체결, 강력한 자율정화 운동 전개, 제도개선에 따른 처벌강화 감수, 외부의 자극과 충격 감내 등이다.

5단체가 검찰의 내사를 피해가기 위한 숙제 치고는 적잖이 무거운 짐들인 것만은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와 5단체가 맺을 다자간 투명성 협약은 의약품 납품비리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백지위임이자 일종의 서약이나 다름없다. 협약 체결은 정부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의약계를 휘두를 수 있는 대단한 명분을 갖는 일이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약사 처벌을 강화하는 법제화 추진은 그런 명분에 또 다른 칼자루를 쥐어주는 것과 같다. 이달 말 협약이 체결되고 하반기에 법제화가 완료되면 정부는 리베이트에 관한한 무한권력을 행사할 힘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의·약 단체들은 스스로 천명하고 약속한 강력한 자율정화 운동을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5단체 공동의 공정경쟁규약을 제정& 8729;시행해야 하고 공정거래자율정화위원회를 발족시켜야 하며, 유통조사단까지 자체적으로 꾸려가야 하니 한꺼번에 수행하기에는 벅찰 것 같아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부방위원장은 리베이트 문제는 자율정화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며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겼다. 아니 외부의 자극과 충격이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확실하게 언급했다. 이는 검찰이 리베이트에 관한한 어떤 식으로든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의·약 5단체가 무조건 항복에 가까운 수순을 밟고 자율정화라는 머리까지 조아렸음에도 확실한 면피를 못한 상황을 보면 안스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그만큼 의약계는 관행적으로 굳어져온 부패의 사슬이 두텁다는 것을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스스로 드러내 보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고리를 끊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이번기회에 더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리베이트가 근절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의약계 종사자들이 매우 드물다는데 있다. 많은 의약계 종사자들이 아직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련의 사태를 코미디라며 조롱하고 있기까지 할 정도다. 이는 리베이트 근절이 어렵다는 여론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에 정부와 의약단체의 의지와는 달리 뭔가 심각하게 삐걱거리고 있음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의약계 종사자들의 마음가짐과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들 여론의 대세를 바꿀 단초가 필요하다. 아무리 정부가 강력한 칼자루를 들이대고 종주단체들이 자율정화를 외처도 종사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 저변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부패의 고리는 끊기 어렵다.

주는 쪽에서의 치열한 생존경쟁은 부패를 무의식중에 계속 한 켠으로 밀어 넣을 수밖에 상황이 많다. 받는 쪽은 주는 쪽의 경쟁 때문에 애쓴다고 해도 단물의 유혹을 피하기 쉽지 않다. 저변에서 변화가 일어날 환경이 안 돼 있다는 얘기다. 변화의 단초는 이런저런 깃발만 높이 치켜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부패가 싹트는 토양을 바꾸는 작업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 어정쩡한 정부의 시장개입과 통제 그리고 제대로 안 되는 관리가 그 원인이고 단초다. 의약계 종사자들이 정부의 통제를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종사자들의 생존까지 담보해야 하는 일이기에 과한 기대다. 거기에 막강한 권력이 정부에 또 쥐어진다고 부패가 없어질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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