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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트리플

항복만으로 사정칼날 못 피한다

  • 데일리팜
  • 2005-04-25 06:30:47

의약 5단체가 채택한 ‘의약품 유통질서 투명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은 참여정부의 강력한 부패척결 회오리를 피해갈 수 없게 된 의약계의 다급한 정황을 읽게 해 주는 일단의 사건이다. 아울러 의약계의 치부를 인정한 항복의 깃발에 다름 아니지만 이들 5단체의 용기 있는 행동에는 분명 박수를 쳐 주고 싶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의약단체가 내세운 약속의 진실성이 의심받고 있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속내를 보이기는 했으나 속내를 바꿀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안 보인다는 것이다. 백기를 들기는 했으나 리베이트 등 부패에는 여전히 항복할 의사가 약해 보인다는 것이 세간의 여론이다.

우리는 의약단체들이 내건 '자율정화위원회'나 '유통조사단' 등으로는 눈을 부릅뜬 참여정부의 부패 척결 의지를 피해가기 어렵다고 본다. 솔직히 사정당국의 예봉을 꺾을 방패 치고는 약하고 새로운 것이 없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가장 강력한 방패는 힘들겠지만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다. 그리고 사정당국이 행하는 처벌 보다 더 뼈아픈 내부정화 시스템이 있어야 진실성을 의심받지 않는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의심의 눈초리들이 적지 않다면 시작하지 않으니 만 못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의약단체가 자율정화 결의와 함께 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를 다섯 가지만 나열해 보고자 한다.

첫째, 의약단체는 가장 문제가 되는 ‘리베이트’ 유형을 낱낱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 속속들이 공개할수록 리베이트를 근절할 내부 정화시스템은 더욱 확실히 가동된다. 이를 얼버무리고 정화니 조사니 하는 말들은 은밀하게 행해지는 리베이트를 더 심화시켜 종국에는 화근만 더 키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태를 자처치 말라는 뜻이다.

둘째, 의약단체들간의 협력 마인드가 분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사와 약사 간에, 제약사와 도매상 간에, 의원과 병원 간에 등 복잡 미묘한 갈등이 얽혀 상존하는 한 이들 종주단체들이 합의한 선언문의 진실성은 역시 피상적 합의로 비쳐질 뿐이다. 그것은 이권이 그 갈등의 언저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믿지 않는 마당에서 어찌 합의된 방패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셋째, 문제를 봉합하는 차원에서의 자율정화가 아니라 발전적인 차원에서 자율정화를 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 의약단체는 큰 밑그림을 그린 위에 자율정화 방안을 내놓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 신약의 공동연구 프로젝트나 M&A 전략, 세계적 임상센터 건립을 위한 자구책, 도매업계의 선진화를 위한 혁신방안 등을 먼저 밑그림으로 제시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넷째, 공정한 경쟁만 이루어지면 부패는 자연스럽게 척결된다. 즉, 부패가 있다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정의 칼날은 검& 8729;경 보다 공정위가 먼저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행이 제약협회 내에 공정경쟁협의회가 있는데도 유통조사단을 또 운영하는 것은 옥상옥 내지 변명으로 비쳐지고 있다. 공정경쟁협의회가 미치는 조사의 범위와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독립된 상근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정부의 강력한 추진에도 불구하고 수백억원의 비용만 날리고 중도하차한 의약품유통정보센터와 물류조합 추진에 의약단체가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의약품 등록시 바코드제 의무화는 생색이야 낼 수 있는 것이지만 유통정보센터에 포함된 부분개념이기에 누가 봐도 대범한 청사진은 아니다. 당장 시행이 어렵다면 단계적인 협력방안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의약단체는 최소한 실질적인 제안들을 내놓고 자율정화 의지를 천명했어야 했다. 깨끗하고자 하는 취지를 외부에서 알아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의약 5단체는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공정경쟁 환경을 정착시킬 확실한 대안들을 참여정부에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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