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티브' 미국·이해단체 압력 뚫고 간다
- 홍대업
- 2006-05-08 06: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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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설득작업 주력"...국회도 지원사격 준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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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티브 리스트(선별목록) 도입을 놓고 이해단체간 입장차가 첨예하다. 특히 현행 네거티브 시스템을 포지티브로 전환하면서 새로이 협상절차를 신설하는 것이 그렇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기존과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어 보이지만, 내용측면에서는 복지부가 구상했던 약가계약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183;다국적사, 공단 약가협상권 '눈엣가시'
포지티브 리스트의 핵심은 어쩌면 건강보험공단에 보험약 등재여부 결정권과 가격협상권을 부여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식약청의 허가만 거치고 나면, 대부분 보험에 등재되던 시스템과는 딴판인 셈이다.
현행처럼 복지부장관이 최종 약가를 고시하는 형태를 띠겠지만, 내용면에서는 공단이 앞으로 막강한 협상력을 지니게 된다는 말이다.
먼저 경제성 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적인 약이 선택되겠지만, 공단과의 협상과정에서 제약사가 기존과는 달리 대등한 입장에 서야한다는 점이 쟁점이다.
매해 보험에 진입하는 60여개에 달하는 신약에 대한 약가협상도 그렇지만, 이미 등재된 의약품도 필요한 품목에 대해서만 약가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은 제약사로서는 '약가인하'의 두려움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오리지널 품목을 많이 보유한 다국적사의 경우 포지티브 도입과정에서 공단이 막강한 협상권을 갖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과 신약 연구개발에 전념하는 제약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외국 공관과 정부 부처, 관련단체 등을 대상으로 약제비 적정화 관리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미국과 다국적협회는 이같은 점을 강조했다.
다국적사 관계자는 이날 "한국이 약제비가 높다고 하지만, 실제로 신약에 대해서는 미국이 70달러인데 반해 한국은 겨우 5달러"라며 포지티브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대사관 관계자 역시 "한국이 갑자기 포지티브로 전환하는데 우려가 있다"면서 "이를 재고해달라"고 공식 반대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들 발언의 속내는 공단이 약가협상의 주체가 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것. 공단이 국내 제약사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진행할 경우 다국적사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에 맞서 복지부는 "좋은 의약품에 환자가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면 지금처럼 2만여개가 넘는 의약품에 접근토록 하는 시스템도 문제"라고 정면 반박했다.
복지부는 또 포지티브가 신약을 겨냥하고 있다는 미국과 다국적사의 지적에 대해서도 "국내외 제약사는 물론 신약과 복제약 모두에 적용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복지부는 제도 전환으로 국내 제약사의 타격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유시민 장관도 "제도 시행 과정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제약사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는 궁극적으로는 의약품의 품질향상과 유통 투명화를 통해 제약업계의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관계부처합동회의에서도 복지부는 국가경쟁력 제고를 통해 미주 진출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다국적사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서 약가협상이 이중으로 분할되는 구조가 적합하지 않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약가결정은 심사평가원의 약제전문평가위원회에서 진행해왔지만, 포지티브가 도입될 경우 공단이 이를 주도하는 시스템의 변화도 뒤따를 것이란 말이다.
우선 공단에는 약가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실무조직이 생기게 되고, 심평원의 약제전문평가위는 '약제급여조정위'로 한층 강화된 조직으로 재탄생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약제급여조정위에 기존처럼 공급자인 제약사 중심의 인적구성이 아니라 공익위원과 시민단체의 참여로 조직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예 조직을 독립시키거나 공단의 협상권 제고를 위해 공단으로 넘겨주자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복지부도 이를 의식한 듯 양조직이 각기 전문성을 살려 일종의 경쟁과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시민 장관은 "지금 시점에서 조직을 흔드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못박은 것도 같은 의미다.
협상의 주도권을 어느 조직이 가져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내외적인 압력으로부터 포지티브를 사수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 "기등재품목도 전면 적용"...복지부 "필요한 품목만 선별 협상"
복지부는 앞서 언급한 대로 포지티브로 전환하면서 미등재품목과 일반약 복합제, 품질이 떨어지는 의약품 등을 우선 정리할 방침이다.
특히 2만여개의 품목을 모두 협상대상으로 삼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필요한 품목을 선별해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복지부는 밝혔다.
기등재 의약품 가운데 특허만료약과 가입자의 문제제기가 있는 의약품, 사용량이 급증하는 품목이 여기에 포함된다.
물론 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약제급여조정위의 심의와 결정, 제약사의 의견을 청취한 뒤 등재토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기등재품목에 대해 전면적으로 포지티브가 적용돼야 하며, 필수의약품의 보험적용 역시 제약사의 의무신청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기등재품목에 대한 정리작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실제로 이들에 대한 포지티브 적용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또 포지티브 적용과 함께 보험등재 신청을 제약사의 자율신청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제약사가 등재신청을 하지 않는 필수의약품에 한해 의무신청을 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지티브 도입의 궁극적 목표가 품목감소와 이로 인한 약제비 절감이라면, 이를 위해 복지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포지티브 성패의 관건은 관련단체의 협조 여부다. 당장 제약업계가 그렇고, 의료계도 그렇다. 포지티브로 전환될 경우 제약업계의 경우 이미 '줄도산'을 경고하고 나섰고, 의료계는 이미 오래전에 "좌파들의 무리한 발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유시민 장관의 발걸음은 앞으로 한층 더 바빠질 것이다. 제약업계에는 이번 제도 변혁이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 제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방침이다.
사실 그동안 국내 제약사의 과당경쟁과 리베이트 문제가 존재해왔던 만큼 포지티브와 함께 시행되는 부수적인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사와 주한 외국공관에는 공단이 협상 가이드라인을 외국계 회사에 불리하도록 잡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할 방침이다.
제도 성패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계에는 처방행태를 변화하는 대신 그에 상당한 당근도 제시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일단은 인센티브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밖에도 의료계에 자율징계권 등도 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포지티브 도입으로 의약품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리베이트 척결'과 관련 처벌조항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작업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도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만큼 소신을 갖고 진행해달라"며 복지부에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역시 지방선거 이후 약가제도와 관련된 공청회를 개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약가제도 개혁이 단순히 국내 정책변화로 국한되지 않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탓이다. 제도 도입 발표가 있던 당일 미국이 제도 철회를 요구했다는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복지부는 일단 제도 도입의 천명과 함께 여론조성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5월 새로 진용을 꾸리 의사협회 장동익 회장을 비롯해 의약계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한미 FTA 협상을 앞두고 적전분열 양상을 미연에 차단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연 포지티브가 미국과 다국적사의 압력, 국내 이익단체간 입장차 등에도 불구하고 성공으로 귀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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