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경쟁 내몰린 MZ약사들...그들의 솔직한 생각은?
- 강혜경
- 1970-01-0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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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리금 장벽·제자리 급여·약사 과잉 등 불안한 이슈들
-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놀며 '자아실현'…유튜브·주식 등 관심
- "회무 참여하고 싶어도 1인약국 여력 없어"...멀어지는 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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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전환에 따른 수준 높은 약사 양성이라는 사회적 기대와 달리 근무약사들의 급여는 이전과 같거나 오히려 낮아졌다는 게 MZ세대 약사들의 주장이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2011년 15개 약학대학이 신설되면서 약대 입학정원이 20개 대학 1210명에서 35개 대학 1693명으로 40% 증원됐다. 여기에 2020년 전북대와 제주대가 추가 신설되면서 연간 1900여명의 신규 약사가 배출되며 약사 수가 과잉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년제 정규 교육을 마친 MZ세대 약사들과 4년제 출신 기성세대 약사들간 '동상이몽'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 헝그리 정신을 요구하는 선배들에게 후배들도 할 말은 많다.
졸업 후 2년차 근무약사로 일하고 있는 A, 근무약사로 일하다 현재는 개국을 한 B, 근무→개국→근무로 전향한 C, 2~3년차 약국장 D와 E약사의 입을 통해 후배들의 말을 들어봤다. 인터뷰의 중심이 되는 A, B, C, D, E약사 이외에도 여러 약사들에게 MZ세대 약사에 대해 탐문해 봤다. "약국은 융통성?" 매뉴얼 없는 약국, 후배 눈엔 주먹구구

D약사는 3년 동안 무려 6군데 약국에서 근무했다. "졸업 당시만 해도 경험을 쌓고 차근차근 개국을 준비하고자 했는데, 막상 나와 보니 생각했던 것과 현실이 달랐어요. 처음 근무했던 곳이 대학병원 문전약국이었는데 출근부터 퇴근까지 조제실 안에만 있다 보니 업무도 재미 없고 기계화되는 것 같아 국장님께 말씀 드리고 일반약 판매 쪽으로 나왔어요. 혼자 책을 찾아 보고 정리노트를 만들며 공부하는 게 재미있긴 했지만 정작 손님들은 얘기를 듣지 않고, 지명구매 비율이 높다 보니 쉽지 않았어요. 차라리 빨리 개국을 하자는 생각에 소아과, 정형외과 등 다양한 과와 각기 다른 형태 약국에서 경험을 쌓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여러 약국을 다녀 봤지만 업무 매뉴얼이 없고, 그때 그때 눈치껏, 재주껏, 요령껏 해야 한다는 부분이었어요. 말이 좋아 융통성이지 주먹구구가 아닐까요."
A약사와 D약사의 얘기에서 보듯 이제 갓 사회에 진입한 MZ약사들은 '배움'에 목말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배움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MZ약사들이 소그룹 스터디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영에 대해, 일반약이나 한약제제, 건기식 등에 심도 깊은 스터디를 원하는 약사들이 늘면서 약국체인 가맹 연령 역시 낮아지고 있다. 복수 약국체인 업체에 따르면 최근 30대 초·중반 신규 가맹 약사가 예년 대비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개국 이후 체인에 가맹한 약사는 "약국을 하다 보니 막히는 부분이 많았다. 가령 아주 사소한 질문부터 경영 전반에 대한 질문에 부딪치다 보니 결국 체인에 가입하게 됐다"며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함께 공부하면서 외롭지 않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여러 개 체인에 복수로 가입하거나, 소위 학회로 불리는 건기식 업체에 손을 뻗는 약사들도 있다. 여러 체인에 가입해 있는 약사는 "체인마다 표방하는 게 다르고 학술 등에 대한 관점도 조금씩 다르다 보니 여기 저기 발을 걸치고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설 약대를 졸업한 MZ약사들도 멘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설 약대 출신 약사는 "선배들이 학교에 와 강연을 하거나 멘토, 멘티로 끈끈히 연결고리를 갖는 것을 보면 부럽다"며 "신설 약대의 경우 끌어주고 밀어줄 수 있는 라인이 부족하다 보니 아직 동기들끼리, 한 두 기수 선후배들끼리 의견을 나눌 뿐이다. 이런 점 때문에 다양한 소그룹 모임을 직접 찾아다니게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6일 근무요? 요새는 주4일제도 공론화되는데"

통상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근무가 보편화된 약국에서 기성 약사와 MZ약사가 겪는 또 다른 갈등은 근무패턴이다. 2002년 은행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주 5일 근무제는 이제 약국에도 보편화되고 있다.
A약사는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일을 한다. "요즘은 주중, 주말을 나눠 각각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국장님이 토요일까지 근무를 맡아 달라고 하셨지만 그럼 전 언제 쉬나요. 한 군데 오랜 시간 얽매이는 것보다는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노는 게 좋아요. 열심히 1, 2년 일하고 한 두 달씩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동료들을 보면 부럽죠."
병원약사에서 개국으로 전향한 E약사도 비슷한 생각이다. "병원에 있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새벽 출근과 주말 출근이었어요. 돌아가면서 하는 일이긴 하지만 몇 년 하고 나니 몸이 축나더라고요. 개국한 이후에는 그런 부담이 없어져 좋았고요."
근무약사에서 개국약사로, 또 다시 근무약사로 전향한 C약사는 "세대만으로 나눌 수는 없겠지만, 약사로서의 자아 실현 보다 개인으로의 자아 실현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두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며 "약사로서 안정적인 수입원을 만들고, 그걸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재투자하는 재주와 끼를 두루 겸비한 약사들의 활동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약사로서 자신과 재산을 약국에 갈아 넣기 보다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거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주식, 부동산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제2의 명함을 가지기 위해 분투하는 약사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늦은 출발, 희미한 미래"…누구 탓인가

근무약사로 일하다 2년 전 수도권에 개국을 한 B약사는 현재는 어엿한 국장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에 멀쩡한 자리는 선배들끼리 거래 되거나,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선에서 끝나버려요. 저희가 만나는 물건은 대체로 하자가 있죠. 원장님이 70세를 바라보거나 병원이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거나, 재건축 이슈 등 법적분쟁을 내포한 곳들이다 보니 소위 이런 매물을 속이고 파는 폭탄 돌리기가 반복되는 거죠."
그도 폭탄매물을 떠안는 바람에 소송 직전 단계까지 갔었다. "이전 약사님이 원장님이 그만두는 걸 알고 제게 약국을 넘기면서 분쟁 직전까지 갔었죠. 결국 약사님이 권리금 일부를 반환했고, 다른 원장님이 오시면서 완전 나락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였다면 끔찍했겠죠."
B약사는 "부동산이 올랐던 것처럼 권리금이 오르는 건 당연한 시장경제지만, 선배들이 올려놓은 권리금이 수준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 보니 순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최근에는 권리금 우상향이 금리 때문인지, 임계점에 달했는지 정체 중이기는 하나 이미 회수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다 보니 쉽지 않다. '앞으로 10년 간 밥이나 먹고 살 수 있으면 다행이겠구나' 생각한다"고 혀를 찼다.
C약사도 "약대가 6년제로 전환되면서 학업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고, 사회 진입이 늦어지다 보니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당장 돈은 없는데, 돈을 벌겠다는 마음만 있다 보니 소위 치고 들어가는 자리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다행히 잘 적응해 약국을 키워나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약사가 된 것을 후회하거나 경영 악화나 법적 다툼, 주변 약국과의 불화 등에 의해 문을 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얘기했다.
E약사는 "흘러 들어오는 처방이라도 받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지만 인근 약국의 돋보기 감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개설 허가가 날 수 없는 자리지 않냐, X배너가 통행을 방해한다, 개업 선물이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한다는 등 다양한 민원으로 인해 보건소 담당자가 한 달에 수 차례 약국을 방문하는가 하면 정작 해당 약국에서는 드링크 무상 제공과 일부 품목 저가 판매를 하고 있어 커다란 실망과 함께 '이렇게 후배 약사들을 밟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회무, 관심 있지만 나서기에는 현실이 발목"

C약사는 "비대면 진료와 약배달, 한약사, 품절약, 화상투약기, 상비약 확대, 약국 건기식 시장 축소 등 현안이 있다는 건 알지만 체감 상 관심도는 크지 않다"며 "약사회 관련 배드(BAD) 뉴스에는 분개하지만 약사회는 무력하고 개인은 힘이 없다고 생각하다 보니 관심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규모 1인 약국 중심의 젊은 개국약사가 늘어나면서 자리를 비우기 힘든 처지다 보니 현안에 힘 쓸 여력이 없다는 것.
지역약사회가 구심점이 돼 MZ약사들을 회무에 참여시키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MZ약사들의 의견을 회무에 반영하고 회무에 참여시켜 '중간 허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현재 지역약사회 회무에 참여하고 있는 약사는 "젊은 층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해 나가겠다는 약사회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나홀로약국'에서는 참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회무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주로 SNS관리 등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주요 역할을 맡기기 보다는 구색 맞추기 차원에 그친다는 토로도 나왔다.
D약사는 "MZ 이전부터 기성세대와 신세대간 가치관 대립은 있어왔던 부분이다. 60~70대 약사들이 40~50대 약사들을 보는 것과, 40~50대 약사들이 20~30대 약사들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MZ냐, 아니냐 보다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입장 차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아니겠느냐"며 "서로를 물과 기름이라고 인식하기 보다는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주안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온 방식과 생각하는 출발점이 다르다 보니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무조건 나이로, 학교로 결합하기보다는 개인 간 배려와 에티켓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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