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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

유한, 바이오텍 파트너십 재정비…R&D 전략 '선택과 집중'

  • 차지현 기자
  • 2026-05-07 06:00:50
  • 에이프릴바이오-유한양행 SAFA 공동연구 조기 종료…R&D 전략 재편
  • 지난해 유빅스 전립선암·제노스코 4세대 EGFR 과제도 연이어 정리
  • 물질 도입서 플랫폼 축적으로…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변화 일환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유한양행이 외부 바이오텍과 맺은 연구개발(R&D) 파트너십을 잇따라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해 유빅스테라퓨틱스와 제노스코 R&D 협력 과제를 정리한 데 이어 최근 에이프릴바이오와 공동연구를 조기 종료했다. 외부 후보물질·초기 공동연구를 넓히던 전략에서 벗어나, 임상·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중심으로 R&D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제노스코·유빅스 이어 에이프릴 공동 R&D 협력 과제 종료

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에이프릴바이오와 체결했던 SAFA 기반 융합단백질 기술라이선스와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앞서 유한양행과 에이프릴바이오는 2021년 신규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첫 협업의 물꼬를 텄다. 이후 양사는 2022년 8월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 'APB-R5' 비임상 후보물질 도출과 사업화를 위한 기술이전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조기 종료는 양사 R&D 우선순위 재편에 따른 결정이다. 에이프릴바이오 측은 "이번 계약종료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R&D 전략과 우선순위 조정에 따른 것"이라며 "당사는 향후 REMAP 플랫폼을 활용해, 항체-약물 접합체(ADC)나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등 최근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고 상업성 및 경쟁력 높은 파이프라인에 R&D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한양행의 외부 R&D 선별 작업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8월 제노스코와 체결했던 4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해지했다.

이 협력은 폐암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 투여 후 발생하는 내성 변이를 극복하기 위한 후속 연구 차원에서 진행됐다. 양사는 2016년 렉라자 투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후천적 내성 변이를 겨냥한 차세대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을 위해 해당 계약을 맺었다.렉라자는 제노스코가 발굴하고 유한양행이 도입·개발해 얀센에 기술수출한 3세대 EGFR 표적 폐암 신약이다. 렉라자는 2024년 8월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으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임상에서 EGFR 2차 저항성 변이 발생률이 낮게 나타나면서 4세대 EGFR TKI 개발 필요성이 약해졌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병용요법의 내성 억제 효과가 우수하게 나타나면서 후속 세대 치료제 개발 명분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유한양행과 얀센은 차세대 EGFR 개발 전략을 조정했고 유한양행과 제노스코의 공동 R&D 계약도 9년 만에 종료됐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0월 유빅스테라퓨틱스와 맺은 전립선암 치료제 기술도입 계약도 해지했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2024년 7월 자사가 개발 중인 안드로겐 수용체 표적분해제 후보물질 'UBX-103'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유한양행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1500억원으로 설정됐고 유한양행은 계약금 50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계약 체결 1년여 만에 양사의 개발 협력은 종료됐다. 해당 계약 해지 역시 유한양행 R&D 방향 재설정의 결과로 해석된다.

외부 물질 의존↓·자체 플랫폼↑…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변화

유한양행은 2010년대 중반부터 외부 기술을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활발히 펼쳐왔다. 2016년 앨클론과 면역항암제 항체 도입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제노스코와는 4세대 EGFR TKI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에는 녹십자, 에이비엘바이오, 굳티셀 등과 희귀질환치료제, 면역항암제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항체 등 총 3건의 계약을 이어갔다.

이후 2020년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알레르기 질환 신약 후보물질 'GI-301' 계약을 맺었고 2023년에는 제이인츠바이오와 표적치료제 계약을 체결하며 외부 파이프라인 확보 행보를 이어갔다. 2024년에도 유한양행은 외부 기술 확보에 나섰다. 사이러스테라퓨틱스·카나프테라퓨틱스와 SOS1 표적 항암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유빅스테라퓨틱스로부터는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신규 계약 체결보다 기존 외부 연구개발 항목을 선별적으로 정리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에 제노스코, 유빅스테라퓨틱스에 이어 최근 에이프릴바이오와 공동연구까지 종료하면서 외부 R&D 자산을 다시 추리는 단계에 들어선 모습이다.

유한양행의 연이은 R&D 협력 과제 정리 행보는 최근 R&D 전략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의 방향을 외부 물질 도입에서 내부 플랫폼 축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유망 후보물질을 외부에서 찾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파이프라인을 자체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R&D 체계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과거 렉라자는 국내 바이오텍이 발굴한 후보물질을 유한양행이 도입해 개발하고 다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한 대표적 성공 사례였다. 다만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 주도권은 얀센이 쥐고 있어 유한양행의 역할은 초기 개발과 기술이전에 상대적으로 집중됐다.

이 같은 모델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2, 제3의 렉라자를 반복적으로 만들려면 결국 또 다른 우수 후보물질을 외부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는 한계도 있다. 유한양행이 최근 외부 R&D 항목을 선별적으로 정리하고 플랫폼 내재화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기존 오픈이노베이션 모델만으로는 지속적인 성과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이 차세대 플랫폼으로 낙점한 기술은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다. TPD는 체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표적 단백질 자체를 분해·제거해 질병 근본 원인을 해결한다는 개념의 차세대 신약 플랫폼이다.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붙어 기능을 억제하는 기존 저분자 화합물이나 단백질 기반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회사는 1월 임원 인사를 통해 중앙연구소 내 '뉴 모달리티'(New Modality) 부문을 신설하고 TPD를 포함한 차세대 신약 모달리티 연구를 전담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해당 부문장으로는 외부 영입 인사인 조학렬 전무를 신규 선임했다. 조 전무는 미국 밴더빌트대 의대 박사 출신으로 하버드대·MIT·예일대 등에서 연구 경험을 쌓은 글로벌 신약개발 전문가다. 유한양행은 전담 조직 신설과 전문 인력 영입을 통해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플랫폼 기반 신약개발 역량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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