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택시스, 결국 상장폐지…신약 개발 실패의 씁쓸한 청구서
- 천승현 기자
- 2026-08-21 06:00:52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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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시장위원회 파라택시스 상폐 의결...31일까지 정리매매
- 옛 브릿지바이오, 한때 시총 5천억 육박...신약 개발 실패 이후 내리막
- 법차손 문제 등으로 관리종목 지정...최대주주 변경에도 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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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천승현 기자] 한때 신약 개발 유망 바이오기업으로 촉망받았던 브릿지바이오가 코스닥 시장에서 사라진다. 신약 개발 임상 실패 이후 주가가 급락했고 최대주주 변경으로 재기를 모색했지만 상장 폐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했다. 과거 5000억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은 90% 이상 쪼그라들었다.
21일 한국거래소는 지난 19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파라택시스코리아의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지난달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파라택시스코리아가 이의신청을 접수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오는 31일까지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가 진행된다. 지난 4월 상장적격성 사유 발생으로 주식 매매가 정리된지 4개월 만에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파라택시스코리아는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전신이다. 지난해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가 인수한 이후 사명을 파라택시스코리아로 변경했다.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는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 분야에 특화된 멀티스트래티지(다중전략) 투자 운용사다.
파라택시스코리아는 지난 2019년 12월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가산점을 주는 상장 제도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기술력과 성장성을 판단해 잠재력이 높다고 추천하면, 상장 요건 중 수익성과 매출 기준이 완화된다.
옛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4월 14일 시가총액 4674억원을 형성하며 신약 개발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뚜렷한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신약 개발 실패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4월 14일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 다국가 임상 2상 탑라인(주요 지표) 데이터 분석 결과 1차 평가지표인 24주차 강제 폐활량(FVC) 변화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BBT-877 임상 2상은 IPF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한국, 미국, 호주, 폴란드, 이스라엘 등 5개국에서 진행됐다. 총 129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연구 결과 FVC 변화가 약물군과 위약군 모두에서 관찰됐으나, 두 군 간 통계적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IPF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섬유 조직이 과도하게 생성되면서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질환이다.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40% 미만인 희소질환이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IPF 환자 수는 약 30만명에서 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미국에만 약 10만명 이상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T-877은 오토택신 저해제다. 오토택신은 우리 몸에서 지방 신호물질로 알려진 리소포스파티드산(LPA)을 생성하는 일종의 효소 단백질이다. LPA가 몸에서 과도하게 만들어지면 섬유화가 진행된다. BBT-877는 오토택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해 섬유화를 막는 효과를 낸다.
BBT-877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협업을 기반으로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이전됐지만 권리가 반환된 신약 후보물질이다.
브릿지바이오는 2017년 5월 리가켐바이오로부터 BBT-877에 대한 전 세계 독점실시권을 획득했다. 계약에는 브릿지바이오가 기술수출을 달성할 경우 이후 개발·판매 과정에서 단계별로 발생하는 모든 수익 중 45%를 리가켐바이오와 배분하는 조건이 달렸다.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7월 BBT-877을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1억 유로에 달한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77의 기술수출로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단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으로 4500만유로를 받았다.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말 BBT-877 임상 1상 완료에 따라 약 50억원을 마일스톤 수익분배금 명목으로 리가켐바이오에 지급했다.
지난 2021년 11월 베링거인겔하임은 BBT-877의 권리를 반환했다. 당시 브릿지바이오는 “이번 결정은 BBT-877의 잠재적 독성 우려에 관한 베링거인겔하임의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자체적으로 보충 연구와 추가 자료 분석을 통해서 후기 임상 개시를 위한 준비 및 FDA와의 협의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후 브릿지바이오는 추가 연구를 통해 자체적으로 개발했지만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임상 실패 소식이 공개된 작년 4월 15일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29.9% 하락한 이후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에 시가총액은 4674억원에서 790억원으로 3884억원 증발했다. 주식매매가 정지되기 전인 지난 4월 시가총액은 411억원으로 1년 전보다 90% 이상 감소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3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문제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2023년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중 200%를 초과한 데 이어 2024년해에도 72%를 기록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6월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 1호를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당시 브릿지바이오는 파라택시스코리아펀드와 경영권 변경 계약을 체결하면서 50억원 규모 전환사채도 발행했다. 이후 사명을 파라택시스코리아로 변경하고 재도약에 시도했지만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했다.
지난 2월에는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됐다. 당시 회사 측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비한정내용연수 무형자산 손상 관련 사항, 특정 주식거래 및 투자계약과 관련한 지배력 판단 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고, 감사절차 종결을 위한 품질관리절차 수행 및 적합한 감사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연구개발 동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지난해 투입한 연구개발비는 91억원으로 2023년 323억원에서 2년 만에 71.8% 줄었다. 올해 상반기 투자한 연구개발비용은 6억원에 그쳤다.
개발 중인 신약 과제도 줄줄이 중단됐다. 파라택시스코리아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사업 경쟁력 제고 및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주요 파이프라인 및 연구 과제에 대한 전략적 재편을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9월 BBT-176의 임상시험계획을 자진 취하하고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과의 안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BBT-212의 공동연구 계약을 해지했고 2024년 9월에는 샤페론과의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209 기술도입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해에는 시장 환경 및 사업 효율성을 고려해 BBT-207의 임상시험을 자진 취하하고 라이선스 아웃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했고 GPCR과의 공동개발 및 특허사업화 계약을 해지했다. 올해 6월에는 바이오 사업 부문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셀라이온바이오메드와의 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301 기술도입 옵션계약을 해지했다.
공교롭게도 성장성 특례 상장 1호 셀리버리도 상장폐지 철퇴를 맞은 바 있다. 셀리버리는 지난해 2월 25일부터 3월 6일까지 상장폐지를 위한 정리매매가 진행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퇴출됐다. 상장폐지 사유는 감사범위 제한 및 계속기업 가정 불확실성에 따른 감사의견 거절이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셀리버리는 단백질 소재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셀리버리는 약물을 세포에 전달하는 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로 잠재력을 보증받고 2018년 11월 성장성 특례상장 1호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셀리버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다. 셀리버리는 지난 2020년 1월 2일 시가총액 4848억원을 형성했는데 7개월 만인 8월 13일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2021년 1월 28일에는 시가총액이 3조1423억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셀리버리가 뚜렷한 R&D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2021년 9월 27일 셀리버리의 시가총액이 1조 아래로 떨어졌고 2023년 3월 23일 2443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한 이후 2년 가량 거래가 정지됐다. 셀리버리의 상장폐지 결정 전 시가총액은 최고점을 기록한 4년 전과 비교하면 92.2%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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