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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가격만 보지 않는다"…동네약국 생존 로드맵

  • 강혜경 기자
  • 2026-09-12 06:00:52
  • 요약
  • [ 약국 Q&A ] 김현익 휴베이스 대표
  • "적정 규모에 대한 고민↑…약국 크기가 경쟁력 담보하진 않아"
  • "우리는 뭘 해야 할까?" 상대 보다는 '내 강점' 극대화 하는 게 우선
  • 정보의 홍수·판단의 늪 속에서 '약사 전문성' 중요해져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창고형 약국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약국은 물론 내국인들이 찾는 약국들 역시 대형화 추세로 접어들면서 경영에 대한 동네 약국들의 관심과 고민 역시 늘고 있습니다. [약국Q&A 바로가기] 

지금이라도 대형화 추세에 합류해야 할지, 창고형 약국에 맞춰 품목이나 가격을 조정해야 할지 고민하는 약사님들이 많으신데요 오늘 약국 Q&A에서는 김현익 휴베이스 대표님과 함께 최근 약국 개설에 대한 트렌드와 기존 약국들이 어떤 생존 전략을 짜야 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Q. 대형약국에 대한 소비자적 관심뿐 아니라 약사님들의 니즈도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휴베이스에서 신규 개국이나 인수 상담을 하실 때도 이런 변화를 느끼시나요?

A. 약사님들이 대형평수 자체를 선호한다기보다는, 실제 수백 평 규모의 약국들이 지역 곳곳에 생기다 보니 "앞으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나도 지금보다 조금 더 큰 약국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휴베이스의 신규 가입이나 인수 개업 사례를 보면 여전히 8평에서 30평 내외의 일반적인 규모가 가장 많습니다. 다만 과거보다 약국의 적정 규모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저는 그런 고민 자체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약국이 너무 작으면 상품 구성이나 고객 동선, 상담 공간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반대로 너무 크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약국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약국은 일반적인 대형 유통매장과 달리 약사와 고객 사이의 상담과 관계가 중요한 공간입니다.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오히려 약국이 가진 이런 강점이 희석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역밀착형 약국을 제대로 운영한다는 전제에서 20~30평대, 특히 30평 안팎의 약국이 상당히 경쟁력 있는 규모라고 생각합니다. 상품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고, 상담과 조제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약사가 고객을 직접 살필 수 있는 거리감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약사가 고객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약국의 기능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적정 규모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Q. 창고형, 마트형 약국들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휴베이스 역시 컨설팅을 진행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취지로 시작을 하시게 됐던 건가요?

A. 저는 이런 위기일수록 결국 답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격을 크게 낮춘 약국이 주변에 들어오는 것은 기존 약국 입장에서는 대응하기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상대가 가격의 기준 자체를 바꿔버리면 기존 방식만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소비자가 가격만으로 약국을 선택한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됩니다. 약국에는 가격 외에도 상담, 신뢰, 편의, 관계, 그리고 '내가 이 약국에서 제대로 관리받고 있다'는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 약국이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더 크게 만들어 소비자가 체감하게 할 것인가." 그 답을 현장에서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휴베이스커뮤니티 홍성광 대표님과 직접 약국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1차로 전국 86개 약국을 방문했고, 9월 현재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2차 현장 컨설팅을 진행해 현재까지 29개 약국을 방문했습니다.

한 약국을 방문하면 보통 두 시간 이상 머물며 주변 상권과 경쟁 환경, 고객의 변화부터 약국의 동선, 진열, 품목, 재고, 상담, 직원 운영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특히 약사님들은 하루 대부분을 약국 안에서 보내기 때문에 정작 약국 밖에서 소비자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체감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어떻게 비교하는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소비 경험을 기대하는지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보는 것이 경쟁 환경의 변화가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싸니까 많이 샀다"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주변 약국의 매출이 일시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경험도 쌓입니다. 실제로 창고형 약국에서 진열대 앞에 서서 휴대전화로 제품을 검색하며 "이게 나한테 맞는 건가?" 고민하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여러 제품을 구매했지만 결국 사용기한 안에 다 쓰지 못하는 경험도 쌓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일수록 "상대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가"보다 "우리는 무엇을 더 제대로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내 약국이 가진 장점을 찾아 극대화해야 하는 것이죠.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몇 가지 경영 기법만이 아닙니다. 결국 방향을 다시 잡고 움직일 수 있는 약사님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약국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여부였을 것 같아요. 특히 일반약 가격에 대한 부분이 가장 고민이셨던 것 같은데, 창고형, 마트형 약국을 따라 무작정 가격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의 생존 전략으로 어떤 걸 꼽을 수 있나요?

A. 가격은 정면으로 대응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입니다. 이미 상대가 기존의 가격 기준을 크게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따라 내리는 순간 그 기준을 인정하게 되고, 규모와 원가 구조가 다른 동네약국이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을 전혀 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따라서 비교가 많이 되는 제품이나 대표상품은 시장의 변화를 살피면서 현실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대부분의 동네약국이 가진 경쟁력은 '소비자는 가격만으로 약국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약사라는 직능의 본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가격 경쟁형 약국은 구조적으로 소비자가 상품을 직접 찾고 선택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진열대 앞에서 휴대전화로 제품을 검색하며 스스로 선택하는 고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메가 약국은 계산하는 약사의 첫 마디가 "의약품 제외하고 포인트를 쌓아드립니다" 였습니다. 약사가 캐셔가 된 것인가 싶었죠.

반면 지역 약국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경쟁력은 다릅니다. 제품 하나를 건네더라도 "이 약은 이렇게 드세요", "지금 드시는 약과 함께 복용할 때는 이것을 조심하세요", "며칠이 지나도 계속 아프면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함께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약사에게는 너무 익숙한 일이라 그 말 한마디의 가치를 작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가격만 계산하지 않습니다. 약사가 해준 말, 잘못된 선택을 막아준 경험, 몇 시간의 검색과 고민을 줄여준 것까지 함께 가치로 받아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반드시 쌓입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약사의 말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2천 원 싸게 사는 데 가치보다, 믿을 만한 약사에게 나에게 맞는 제품을 제대로 선택받는 가치가 더 큽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후자의 가치를 소비자가 분명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품목 운영도 같은 맥락입니다. 무조건 상품 수를 늘려 가격경쟁형 약국의 작은 버전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우리 약국이 자신 있게 상담할 수 있는 대표상품과 엄선된 제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가격경쟁형 약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면 규모가 작은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네약국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Q. 다양한 선택지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은 혼란을 느낄 거 같은데, 약국에서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A. 소비자들은 늘 불안합니다. 그 불안을 줄이기 위해 정보를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을 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 시간을 큰 비용으로 받아들입니다.

결국 소비자 스스로 "여러 곳을 찾아보는 것보다 믿을 만한 약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저는 그것이 지금 상황에서 지역 약국이 만들어야 할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보의 양만 놓고 보면 소비자가 약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 인터넷, AI를 통해 누구나 엄청난 양의 건강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를 많이 이야기한다고 해서 전문성이 느껴지는 시대는 아닙니다.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것은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판단해주고, 그것을 티나게 설명해 주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나 인터넷, AI에서 얻은 정보가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사람에게도 맞는 이야기인지, 나이와 질환, 복용 중인 약,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까지 함께 놓고 판단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그 역할을 가장 가까이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약사입니다.

필요 없는 정보는 덜어주고, 중요한 정보는 앞에 놓아주고,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선택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앞으로 약사의 전문성은 그런 능력에서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현장 컨설팅에서 인상 깊었던 군산의 한 약국도 그런 사례였습니다. 고객의 처방약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구매 이력을 함께 살피고, 단골 어르신이 오시면 이전의 건강 상태와 복용 내용을 확인하면서 상담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화번호를 입력한다거나 기록을 많이 남긴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고객이 '이 약사는 나를 알고 있다'​고 느끼는 경험 그 자체 였습니다.

기록은 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제가 이야기해온 '기억보다 기록'도 결국 사람을 더 잘 기억하고, 더 일관되게 관리하기 위한 방법이어야 합니다.

저는 약국의 진짜 단골도 그렇게 정의합니다. 자주 오는 사람이 단골인 것이 아니라, 약사가 그 사람의 건강을 알고 있고, 그 사람 역시 중요한 건강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약사와 상의하고 싶어 하는 관계가 진짜 단골입니다.

결국, 지역 약국의 경쟁력은 정보를 판단으로 바꾸고, 불안을 확신으로 바꿔주는 것. 다시말해, 고객을 직접 보고 불안을 해결해 주는 말을 건네는 약사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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