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레미, 진성적혈구증가증 장기치료 선택지로 주목"
- 손형민 기자
- 2026-10-06 06:00:44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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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영 분당차병원 혈액내과 교수
- 혈구 수치 조절 넘어 치료 목표 확대 전망
- 장기 반응·재투여 가능성까지 데이터 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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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진성적혈구증가증(PV) 치료 목표가 혈구 수치를 낮추는 데서 벗어나 장기적인 질환 진행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혈구 수치를 낮춰 혈전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었다면, 최근 치료 목표는 질환 원인 세포를 줄이고 장기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데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인터페론 제제인 '베스레미(로페그인터페론알파-2b)'가 장기 치료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베스레미는 혈구 수치 조절에 더해 질환의 원인과 관련된 세포를 줄이는 데 작용하고, 일정 기간 치료 후에는 투여를 중단한 상태에서도 반응이 유지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어서다.
김대영 분당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팜과 만나 "진성적혈구증가증 치료에서 같은 혈구 수치를 달성했다고 해도 치료가 질환 자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특히 젊은 환자는 앞으로 수십 년간 치료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치료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치료 한계 속 인터페론 제제 역할 부각

진성적혈구증가증은 골수증식종양의 한 유형으로 골수에서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증가하는 질환이다. 적혈구뿐 아니라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도 함께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혈구 수치가 높아지면 혈액 점도가 증가하면서 혈전 발생 위험이 커진다.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 심장으로 가는 혈관을 막으면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장기적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 등 다른 혈액질환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진성적혈구증가증 치료는 적혈구용적률 등 혈구 수치를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대표적으로 사혈을 통해 직접 혈액을 제거하거나 하이드록시우레아를 투여해 과도하게 생성되는 혈구를 줄이는 방식이다.
다만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환자에서는 한계가 존재한다.
사혈은 환자가 주기적으로 의료기관을 찾아 혈액을 제거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철분이 감소해 피로나 기력 저하를 호소할 수 있다. 하이드록시우레아는 가격이 저렴하고 경구 복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된 역할은 혈구 수치를 낮추는 데 있다.
김 교수는 기존 치료에 대해 "질환의 원인 자체를 조절하기보다 당장의 혈구 수치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고 짚었다. 향후 질환이 진행하거나 다른 혈액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최근에는 건강검진과 혈액검사가 보편화되면서 20~40대의 비교적 젊은 환자도 진단되고 있다.
김 교수는 "젊은 환자의 경우 향후 수십 년간 치료를 지속하면서 사회·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단기적인 혈구 조절보다 장기적인 질환 진행까지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근 진성적혈구증가증 치료에서 나타나는 변화도 이 지점에 맞닿아 있다. 혈구 수치를 정상 범위로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량을 낮춰 장기적인 질환 진행 위험을 낮추는 접근이다.
베스레미는 이러한 치료 전략에 활용되는 페길화 인터페론 제제다. 기존 인터페론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비정상적인 세포를 제거할 수 있지만 고열과 염증 반응 등 부작용으로 장기간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이 치료제는 인터페론에 폴리에틸렌글리콜을 결합해 약물이 체내에서 보다 오래 작용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기존 인터페론 제제의 한계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혈구 수치라도 치료 상태는 다를 수 있어"
최근에는 단순히 혈구 수치를 낮추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 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 개념이 등장했다. 초기부터 질환의 원인이 되는 JAK2V617F 유전자 변이량을 충분히 낮춰 추가적인 유전자 이상이 축적될 가능성을 줄이고 장기적인 질환 진행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다.
여기에 JAK2 유전자 변이량이 높을수록 혈전이나 골수섬유증 진행 등 불량한 예후와 연관된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베스레미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치료 6년 시점 분자학적반응(MR)이 베스레미군 66.0%, 대조군 19.4%로 나타났다. JAK2 유전자 변이량도 베스레미군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72개월 시점 평균 8.5%까지 낮아졌다.
또 JAK2 변이량 감소와 분자학적반응을 보인 환자에서는 혈전, 질환 진행, 사망 등을 포함한 무사건생존(EFS) 개선과의 연관성도 확인됐다.
김 교수는 "하이드록시우레아로 치료받은 환자와 베스레미로 치료받은 환자의 적혈구용적률이 모두 45% 미만으로 낮아졌다고 하더라도 두 환자의 치료 상태가 반드시 같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혈액학적 지표는 같더라도 JAK2 변이량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다. 같은 적혈구용적률을 달성했더라도 치료가 질환 자체에 미치는 영향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이드록시우레아가 혈구 수치를 조절하고 혈전 위험을 낮추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면 베스레미와 같은 인터페론 제제는 JAK2 변이량을 감소시키고 정상 유전자를 가진 세포가 자랄 수 있도록 한다는 차이가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치료 전환을 고려할 수 있는 환자도 적지 않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하이드록시우레아에 불응성을 보이는 환자는 전체의 약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치료 효과는 있지만 부작용으로 복용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자까지 포함하면 약 20%가 치료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특별한 불편함 없이 하이드록시우레아 치료를 유지하는 환자도 있지만 지속적인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환자라면 부작용을 견디며 기존 치료를 유지하기보다 다른 치료 옵션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김 교수는 "연령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다. 치료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젊은 환자에서는 당장의 혈구 조절 외에 장기적인 질환 진행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급여 1년…부분반응 환자 치료 지속도 고려해야
베스레미는 지난해 국내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됐다. 현재 하이드록시우레아 치료에 불응성 또는 불내약성을 보이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급여가 적용된다.
급여 등재 이후 임상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도 크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현재 하이드록시우레아 불응·불내약 환자 8명에게 베스레미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에서 적혈구 수치가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까지 부작용으로 투여를 중단한 사례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실제 진료 현장에서 베스레미를 사용하는 데 가장 큰 현실적인 제약 중 하나가 비용이었다"며 "급여 등재 이후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기 치료를 뒷받침하려면 현행 급여 유지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재 베스레미는 치료 후 12개월 내 완전혈액학적반응을 달성해야 급여를 유지할 수 있다. 완전혈액학적반응은 적혈구뿐 아니라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까지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적혈구가 충분히 조절되고 JAK2 유전자 변이량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백혈구나 혈소판 수치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완전혈액학적반응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12개월 시점에 완전혈액학적반응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급여를 중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유럽백혈병네트워크(ELN)에서도 부분반응을 약물치료 효과로 인정하는 만큼 완전혈액학적반응뿐 아니라 부분반응 환자에게도 치료를 이어갈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자 주도 임상 2년 추적에서도 치료 1년 이후 완전혈액학적반응 달성률이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이는 12개월 시점에 완전반응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치료를 이어가면서 이후 반응이 개선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부분반응 환자에서도 치료 기간에 따라 JAK2 유전자 변이량 감소가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3년 치료 후 중단 가능성도…재투여 기준은 과제
장기적으로는 일정 기간 치료제를 사용한 뒤 약물 투여를 중단하는 전략도 가능성이 제시된다.
JAK2 유전자 변이량 감소와 완전혈액학적반응을 달성한 일부 환자에서 치료 중단 이후에도 반응이 지속적으로 유지된 사례들이 보고되며 궁극적으로 치료 중단의 가능성까지 탐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베스레미로 3년간 치료한 뒤 일정 조건을 충족한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더라도 과반수 이상에서 적혈구가 다시 증가하지 않고 치료 반응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치료 없이 안정적인 상태가 장기간 유지된다면 완치에 가까운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치료 중단 후 재발한 환자에서도 베스레미를 다시 투여하면 치료 효과를 회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이를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 중단 전략과 유사한 개념으로 바라봤다. 만성골수성백혈병에서도 충분한 치료 반응을 장기간 유지한 일부 환자는 치료를 중단할 수 있고 이후 재발하면 기존 치료제를 다시 투여해 반응을 얻는 방식이 활용된다.
이에 따라 3년간 베스레미 치료를 받은 뒤 투여를 중단한 환자에게 다시 치료가 필요해질 경우 재투여 급여 적용도 향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적용 기준은 추가적인 데이터 축적을 통해 마련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역시 단순한 약제 비용보다 장기적인 치료 효과와 질환 진행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 사회경제적 부담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젊은 환자는 치료 기간이 긴 만큼 혈전증이나 다른 혈액질환으로의 진행을 줄이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향후 진성적혈구증가증 치료에서 베스레미의 위치 역시 단순한 2차 치료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시각이다.
김 교수는 "하이드록시우레아와 베스레미는 같은 성격의 치료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하이드록시우레아가 혈구 수치를 조절하는 치료라면 베스레미는 면역계에 작용해 질환의 원인이 되는 세포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진성적혈구증가증에서 완치의 개념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치료제가 베스레미라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1·2차 치료제라는 구분에 머물기보다 초기 치료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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