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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제네릭 삽니다"...계단형약가 피해가는 제약사들

  • 천승현
  • 2022-07-27 06:20:05
  • 약가제도 개편 2년㊦ 새 약가제도 시행, 신규 급여 등재 감소
  • 양도·양수 의약품 '약가 승계' 허용 이후 최고가 제네릭 판권 이전 활발
  • 규제 강화 직전 무더기 허가 받은 후 거래 나서..."정부가 시장 혼란 초래"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2020년 약가제도 개편 이후 제약사들의 제네릭 전략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시장 진입 시기에 따라 약가가 내려가는 계단형약가제도 도입으로 제네릭 시장에 뒤늦게 진출하는 시도가 크게 줄었다. 새 약가제도 시행 이후 양도·양수 의약품의 약가 승계가 허용되면서 기존에 높은 약가로 등재된 제네릭의 판권 이동이 활발했다.

약가제도 개편 직전에 허가 받은 제네릭의 양도·양수가 활발했다. 정부의 규제 강화 직전에 집중적으로 허가 받은 제네릭이 ‘최고가 프리미엄’을 달고 양도·양수 거래 대상으로 활용되는 기현상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새 약가제도 시행 이후 신규 급여 등재 건수 급감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규 급여등재 의약품은 총 419개로 월 평균 60개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총 820개 품목, 월 평균 68개 등재됐다.

약가제도 개편 직전 무더기로 등재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총 3632개 품목이 급여권에 신규 진입했다. 매달 452개 품목이 등재됐는데 약가제도 개편 이후 급감했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는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제약사들은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이전에 최대한 많은 제네릭을 장착하려는 행보를 나타냈고 새 제도 시행 이후에는 제네릭 신규 진입이 주춤했다. 이에 반해 건강보험 급여 삭제 의약품 개수는 약가제도 시행 전후 큰 차이가 없었다.

신규 급여 등재 수치만 보면 제약사들이 개편 약가제도 시행 이후 계단형약가제도 등의 적용으로 제네릭 약가가 낮아질 것을 우려해 신규 진입을 주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수치 상으로는 새 약가제도가 제네릭 난립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 셈이다.

◆양도·양수 약가승계 허용 이후 최고가 제네릭 판권 이전 활발

주요 제네릭 등재 가격을 보면 계단형약가제도를 피해 양도·양수를 통해 최고가로 등재되는 사례가 크게 눈에 띄고 있다.

이달 1일부터 51개 의약품이 급여목록에 신규로 등재됐는데 이중 제네릭 27개 제품이 최고가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았는데도 최고가로 등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단형 약가제도에 따라 기등재 동일제품이 20개가 넘을 경우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제네릭은 약가가 15% 낮아진다. 기존에 등재된 동일 약물이 20개가 넘으면 최고가 요건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2가지 요건 미충족 약가의 85%’ 또는 ‘종전 최저가의 85%’ 중 더 낮은 약가를 받는다.

건일바이오팜의 '둘록세틴염산염‘ 성분의 ‘듀록틴캡슐30mg'은 이달부터 404원의 상한가로 급여 등재됐다. 동일 제품 최고가로 등록됐다. 기존에 등재된 동일 성분·용량 제품은 25개다. 동일 제품 최저가는 177원이다. 원칙대로라면 듀록틴캡슐30mg은 계단형약가제도 적용 대상이다. 2가지 요건 미충족 약가의 85%(248원)와 종전 최저가의 85%(150원) 중 더 낮은 150원을 넘을 수 없다. 이 제품이 신규 허가가 아닌 다른 기업이 허가 받은 제품을 양수받으면서 기존 약가를 승계한 사례다. 이 제품은 라이트팜텍이 지난 2020년 4월28일 허가 받고 최근 건일바이오팜에 양도했다. 양도·양수를 통해 신규 허가에 비해 2.7배 높은 약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건일바이오팜은 듀록틴캡슐60mg도 라이트팜텍으로부터 넘겨 받으면서 최고가 624원을 이어받았다. 만약 이 제품도 신규 허가로 계단형약가제도가 적용된다면 250원(기등재 최저가 294원 x 85%)을 넘을 수 없지만 양도·양수를 통해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등재됐다.

서울제약의 ‘폴라프레징크’ 성분의 ‘네오맥75mg'은 지난 1일부터 116원의 상한가로 등재됐다. 동일 제품의 최고가로 최저가 71원보다 60% 이상 비싼 가격이다. 기등재 동일 성분·용량 제품은 총 30개다. 만약 신규 허가로 계단형약가제도가 적용됐다면 최저가 67원의 85%인 60원 이하로 책정된다. 하지만 인트로바이오파마의 제품을 양수하면서 약가도 승계받았다.

개편 약가제도 시행 이후 양도·양수 의약품의 약가 승계가 허용되면서 제네릭 의약품의 판권 이동도 크게 확산하고 있다.

약가제도 시행 직후에는 양도·양수 의약품도 계단형약가제도의 적용으로 동일 제품 중 최저가로 등재됐다. 의약품 허가권이 다른 업체로 변경되는 양도·양수의 경우 급여 삭제와 재등재 절차를 거친다. 기존에 등재됐던 제품이라도 삭제 이후 신규 등재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계단형 약가제도 적용이 불가피했다.

제약업계에서 양도양수 의약품을 신규 등재 제품과 같은 방식으로 등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기했고 복지부는 제도 개선을 수용했다.

복지부는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을 통해 ▲제조업자 등의 지위를 승계한 제품 ▲동일회사가 제조판매허가된 제품을 수입허가로 전환하거나 수입허가 제품을 제조판매허가로 전환한 경우 ▲업종전환 등으로 허가를 취하하고 동일 제품으로 재허가 받은 경우 등의 사례에는 삭제된 제품의 최종 상한금액과 동일가로 산정한다는 규정을 지난해 1월부터 시행했다. 양도·양수와 같이 동일 제품의 급여 삭제와 재등재 시에는 종전 기존 약가를 승계한다는 내용이다.

동국제약의 ‘텔미사르탄’ 성분의 ‘프리모노정40mg'은 지난 1일 426원으로 등재됐는데 녹십자가 허가 받은 ’녹십자텔미사르탄40mg'의 허가권이 변경된 제품이다. 기등재 동일 제품은 63개, 최저가는 352원이다. 신규 허가를 통해 급여권에 진입하면 최저가의 85%인 250원 이하로 책정되는데 양도·양수를 활용해 2배 가량 높은 상한가를 받을 수 있었다. 동국제약의 ‘프리모노80mg'도 신규 허가로 진입했다면 계단형약가제도 적용으로 약가가 360원을 넘을 수 없지만 녹십자로부터 양수받으면서 최고가 573원으로 책정됐다.

일성신약의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칼륨 성분의 ‘디스모틴5mg'을 이달 신규 등재됐는데 경방신약이 2020년 허가 받은 제품이다. 양도·양수를 통해 최고가 103원을 받았다. 신규 허가 제품이라면 기등재 최저가 67원의 85%인 57원 이하로 등재되지만 양도·양수를 통해 2배 가까운 약가를 확보했다. 같은 성분의 엘앤씨바이오 ’아모클라625mg'과 ‘아모클라건조시럽’은 각각 최고가로 등재됐는데 이들 제품도 경방신약이 판권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동일 제품 기등재 제품이 20개 미만이어서 계단형약가제도 적용 대상이 아닌데도 양도·양수를 통해 최고가로 등재된 제품도 있었다. 이때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같은 최고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최고가를 받기 위해 양도·양수 전략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대웅바이오, 맥널티제약, 알리코제약, 에이치엘비제약, 이연제약, 제뉴파마, JW신약, 제일약품, 한국파비스제약 등도 양도·양수를 통해 제네릭을 최고가로 등재했다.

◆규제강화 직전 허가 제품 양도·양수 집중 거래..."정부가 난립 초래·시장 혼란 가중"

공교롭게도 양도·양수를 통해 신규 등재한 제네릭 제품들은 2019년과 2020년 허가가 집중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달 양도·양수로 최고가 등재된 제네릭 27개 제품 중 24개 제품이 2019년과 2020년에 허가 받았다. 2019년 허가 제품이 15개, 2020년 허가는 9개 제품이다.

2019년과 2020년은 유례 없이 제네릭 허가가 폭증한 시기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19년과 2020년 허가 받은 전문의약품 제네릭은 각각 3857개와 2044개에 달했다. 2018년 1110개에서 크게 늘었다. 2018년 1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제네릭 허가 건수는 모두 100개가 넘었다. 이 기간에 허가 받은 제네릭은 무려 5611개로 월 평균 312개에 달했다. 2019년 5월 한 달 동안 허가 받은 제네릭은 560개로 올해 6개월 간 허가 받은 310개보다 80.6% 많았다.

공교롭게도 이때 제네릭 허가 급증의 기폭제는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8년 7월과 8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라는 불순물이 검출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발사르탄 함유 단일제와 복합제 175개 품목에 대해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제네릭 난립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졌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2018년 9월부터 ‘제네릭 의약품 제도개선 협의체’를 꾸려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제약사들은 정부의 제네릭 규제 강화 이전에 최대한 많은 제네릭을 장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새 약가제도 시행 이전에 이미 허가 받을 수 있는 제네릭은 대부분 확보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규제 강화 움직임을 내비치자 제약사들이 사전에 제네릭 제품을 장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시적으로 제네릭 허가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새 약가제도 시행 이후에는 이때 허가 받은 비싼 제네릭 제품들이 양도·양수를 통해 활발하게 거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양도·양수 방식으로 신규 등재된 제네릭 제품 대부분 최근 허가 이후 생산실적이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제약사들이 판매 의도가 없었는데도 규제 강화를 대비해 미리 허가만 받고 제도 개편 이후에는 양도·양수 거래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제네릭 난립을 더욱 부추겼고,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기 위한 계단형약가제도 역시 실효성이 떨어질 뿐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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