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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칼럼] '무자격자 조제'의 판단 기준에 대한 소고

  • 데일리팜
  • 2022-05-03 09:51:08
  • 조상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변호사
  • 직원 조제와 자동조제기 조제에 관한 판결 비교

조상은 변호사
약사법 제2조 제11호에 따르면 '조제'란 "일정한 처방에 따라서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 가지 의약품을 그대로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어서 특정한 용법에 따라 특정인의 특정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서 약사법 제23조 제1항은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며,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고 하여 무자격자의 의약품 조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에 관한 법원의 몇몇 판례들을 살펴보면 조제의 전체 과정을 반드시 약사가 직접 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는 않고, 전체 조제 과정 중 '중요하지 않은 기계적인 행위'에 대하여는 직원에게 지시하여 대신 수행하게 하거나 기계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먼저 직원의 조제행위에 관하여 법원은 "'약사의 지시에 따른 직원의 조제행위'를 '약사 자신의 직접 조제행위'로 법률상 평가할 수 있으려면 약사가 직원의 조제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시·감독을 하였거나, 그러한 지시·감독행위가 실질적으로 가능한 상황이었어야 하고, 약사의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도 제대로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6도4418 판결 취지 참조).

여기서 약사의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조제행위가 약사의 실질적인 관리·통제·감독 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약사의 지시가 있었더라도 그 지시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지시'에 불과하고 약사가 직원의 조제행위에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면 이는 약사의 조제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서울행정법원 2016구합68588 판결 취지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한 구체적 사례들을 살펴보면, ①약사(또는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나 감독 없이' 직원이 용기에 있는 약을 꺼내어 배합하고 밀봉하는 행위를 수행한 사례(위 대법원 2006도4418 판결), ②(병원 내 조제실에서) 약사는 주 3일만 출근하여 마약류 의약품만 관리하고, 의약품 조제는 약사 면허 없는 직원이 수행하면서 의사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관리·감독만 수행한 사례(위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68588), ③마찬가지로 병원 내 약국에서 약사는 주 2일만 출근하고, 의약품 조제는 약사면허 없는 직원이 수행하면서 조제행위에 관하여 일부 의사의 지시를 받기는 했으나, 의사의 진료실과 병원 내 약국이 서로 다른 층에 있어 의사가 매 조제 건마다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다고 본 사례(대전지방법원 2020구합105738 판결)등 에서 각각 법원은 위와 같은 행위가 모두 '무자격자 조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위반사례들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약사가 직원에게 조제행위의 일부를 수행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가능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약사가 직원을 약사의 손을 대신하여 기계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고, 처방내용 확인, 처방전 점검과 같은 조제의 핵심 과정은 약사가 직접 수행하되, 직원에게 지시한 나머지 조제 과정에 대하여도 약사가 직원의 행위에 개별적·구체적으로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위와 같은 직원의 조제행위에 약사가 얼마나 관여하였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원은 단순히 약사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지시 내용의 구체성도 고려하고 있고, 이와 함께 '실제 조제가 이루어진 환경'도 살펴보아 유사시 약사가 조제행위에 바로 개입할 수 있을 정도로 조제 장소와 약사가 물리적으로 밀접하게 있었는지(즉 조제 환경이 실질적으로 약사의 통제 하에 놓여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약사의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법리는 자동조제기를 이용한 조제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약사가 조제실에 상주하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자격자 조제에 따른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에서 법원은 "약사가 조제행위를 관리·통제·감독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다면, 물리적으로 처방전을 처방전 스캐너에 집어넣는 행위, 또는 모니터에 나타난 '조제' 버튼을 누르는 행위 자체가 반드시 약사의 '손'에 의하여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약사가 위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휘·감독을 할 수 있고, 해당 상황이 실질적으로 약사가 '처방내용을 확인, 처방전의 점검' 등의 행위를 평가할 수 있는 상황으로서 직원 등을 자신의 손대신 기계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된다면, 약사의 직접 조제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서울행정법원 2018구합79711 판결)라고 하여 직원의 조제행위에 관한 법리를 자동조제기를 이용한 조제에도 유사하게 적용하였습니다.

다만 직원의 조제행위와는 달리 자동조제기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동조제기에 연속 조제기능이 탑재되어있음을 고려하면, 약사가 수건의 처방전을 스캔한 후 조제실의 컴퓨터에서 처방전과 대조하여 '조제' 버튼을 수회 누르거나, 자신이 처방전과 입력내역을 대조하며 관리, 감독 하에 직원이 '조제' 버튼을 누르도록 지시하는 행위를 통하여 조제할 수 있으므로 자동조제기가 있는 경우 약사가 조제실에 있었는지 여부만으로는 무자격자 조제 여부를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위 내용만 읽어보면 자동조제기를 이용한 조제의 경우 직원의 조제행위와는 달리 무자격자 조제의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만, 위 사례는 행정청이 현지조사 당시 자동조제기 사용행태를 좀 더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고 행정처분을 하였기에 위법하다는 취지이지 재판에서 해당 약국의 자동조제기 사용행태를 구체적으로 판단한 사례는 아니므로, 위 사례만을 두고 자동조제기를 사용한 조제의 적법성을 속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동조제기에 관하여는 아직 법원의 판례가 충분하지 않고, 기계를 약사가 직접 조작하는 경우와 달리 기계를 약사의 지시를 받은 직원이 조작하는 경우에는 약사의 개입이 좀 더 희석될 수밖에 없어서 구체적 사례에서 약사의 개입 여부와 개입의 정도를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운 사정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동조제기를 사용한 조제와 직원의 조제행위에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자동조제기를 이용한 조제에 있어서도 직원의 조제행위에 대한 법원의 확립된 기준, 즉 약사의 '처방내용 확인·점검' 및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관리·감독', '복약지도' 여부가 무자격자 조제 여부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만큼 무자격자 조제와 관련하여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확립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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