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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일반약 적정 마진 붕괴 우려...표소가제 도입 목소리

  • 강혜경
  • 2025-06-19 17:50:45
  • 창고형약국 등장...저가공세 현실화
  • 표소가제, 1999년 폐지…26년째 오픈프라이스 유지
  • "구매수량 당 할인정책, 소규모 약국에는 발목" 볼멘소리
  • 시민·소비자단체 '약국마다 다른 일반약값 딴지'…불만 이어져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초대형 약국의 저가공세가 현실화되면서 일반의약품 정찰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판매자가격표시제, 즉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약국간 약값 시비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차라리 정찰제를 도입하자'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약사법 시행규칙에서는 사입가 미만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 유지를 위한 준수사항) 제2항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상 또는 약국 등의 개설자는 현상품·사은품 등 경품류를 제공하거나 소비자·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하여 호객행위를 하는 등의 부당한 방법이나 실제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여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를 유인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약국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구매수량 당 할인정책.
하지만 구매수량 당 할인정책 등이 적용되다 보니 약국간 사입가격에 차이가 빚어지고 이로 인한 가격책정 역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지역 약사회도 이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10여 품목 내외 다빈도 일반약에 대해 대략적인 지침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강제할 만한 수단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찰제→표소가제…일반약가 히스토리는?= 일반약 가격정책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전반적인 히스토리를 아는 게 도움이 된다. 눈여겨 볼 부분은 과거 정찰제, 표소가제에서도 난매행위는 계속돼 왔고 현재까지도 저가판매가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 난매와 유통질서 문란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표준소매가격제가 약국에 도입된 시점은 1984년이었다. 제약사가 의약품 개개의 포장 또는 용기에 가격을 표시하는 '표소가제'가 시행됐다.

제약사가 공장도 가격을 기준으로 30% 이내 약국 판매마진을 선정해 표준소매가격을 표시하면, 약국은 100분의 90에서 100분의 110까지 범위 내에서 판매가격을 정할 수 있었다.

4년 뒤인 1988년에는 표소가제가 '행정관리품목제'로 변경됐다. 대형품목 또는 가격문란 요인 품목을 행정관리품목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나머지 품목은 업계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었다. 당시 69개가 행정관리품목으로 지정됐으며 이들 품목은 표준소매가격에서 10%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약국에서 판매하도록 했다.

하지만 약국의 난매 행위는 사라지지 않았다. 일반약가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건이 '뱀소포'와 '난매 자율지도 임원이 괴청년들에게 폭행을 당한' 일이다.

뱀소포 사건은 1984년 7월 발생했다. 부산 소재 31개 약국에 '유한약품 부산지점장 한명수'로부터 보내진 소포가 동시배달 됐는데, 소포 안에 뱀이 들어있던 것. 소포를 보낸 부산시약사회 임원은 경찰에 자진출두해 사건의 전모를 털어놓았고, 구속기소됐던 이 임원은 20일만에 보석으로 풀려나게 됐다.

부산 약국가의 뿌리깊은 난매 현실을 견딜 수 없어 이같은 행위를 했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시약사회를 비롯한 대한약사회와 전국 각급약사회를 중심으로 구명활동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즉 행위 자체는 납득가지 않는 방법상의 잘못이 있으나 행위를 하기까지 약사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이다.

대구에서는 1996년 난매약국을 자율지도하던 지역약사회 임원들이 괴청년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난매약국 의혹을 받던 약사가 괴청년과 함께 폭행한 가해자로 알려지면서 약사사회 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복지부, 당시 보사부도 표소가제에 대한 문제점이 크다는 점을 인식, 1999년 1월 20일 표준소매가제도를 전격 폐지하고 판매자가격표시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판매자가격표시제도는 '약국이 가격경쟁을 하다 보면 일반약 가격 인상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 지향적인 제도이자, 시장경쟁을 근간으로 하는 제도다. 동시에 복지부는 부가적으로 구매가 미만 판매금지도 함께 규정했으며, 이후 26년간 제도가 유지돼 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약 뿐만 아니라 정부는 2010년부터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의류 등 일부 품목에 대해 권장소비자격 표시를 금지하고 오픈프라이스제도로 전환했다.

다만 도서, 가전제품, 의류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찰제가 적용되고 있다. 도서의 경우 2003년부터 정가제가 도입됐는데, 2014년부터는 출판 산업 보호와 지역 서점 활성화를 위해 최대 할인율을 15%로 제한하고 있다.

◆"약국간 가격차" vs "가격 담합"…일반약 가격 놓고 '잡음' 계속= 일반약 가격은 단순히 비용적 측면을 넘어 소비자와의 신뢰, 재방문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다 보니 민감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개당 판매가격 등이 명시된 일반약 코너.
때문에 지역 약사회도 소비자 지명도가 높은 다빈도 일반약에 대해 대략적인 아웃라인을 정하고, 자발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핸들링 역시 쉽지 않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저가판매의 문제점은 '전염'이 된다는 것이다. 가령 A품목의 가격이 3000원에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특정 약국이 2500원으로 가격을인하하면 다른 약국들 역시 함께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은 마진을 줄여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약국에 대한 청문회 등을 진행해도 해당 약국들은 '사입가 이상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라고 항변하는 게 보통"이라며 "바잉파워를 이용해 사입가격을 대폭 낮추고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사회가 나서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민소비자단체 등에도 일반약 가격은 단골 시비거리다. 약국간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낮은 약가'가 표준이 되고, 약국간 약가가 유사하게 책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담합' 프레임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다빈도 일반약 9품목의 약국간 판매가격을 비교·공개하면서 "해당 제품들의 가격인상 시기, 인상률이 모두 다른 데도 불구하고 약국들의 최빈 가격이 동일하게 형성돼 있었다"며 "판매자간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단일 가격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양한 원가 구조와 시장 수요가 다른 상황에서 가격 경쟁이 자유롭게 일어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 윤석열 정부는 물가 안정화의 일환으로 다빈도 일반약 판매가 공개를 5년 만에 재추진하기도 했다. 대한약사회 협조를 얻어 감기약, 연고, 간장제, 소화제, 영양제, 파스류, 해열진통제, 항히스타민제 등 40여개 다소비 일반약 가격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 과정에서 약국가는 조사 과정에서의 오류부터 약국과 소비자, 약국과 약국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해 잠정 중단된 조사를 부활하는 데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 조사의 실효성, 조사결과에 대한 신빙성,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양산될 수 있다는 게 약국가의 반발 이유다.

일반약 가격이 노출되면서 약국간 불가피한 시비나 갈등이 조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의 약사는 "일반약 가격 정책이 약국에 맡겨진다고 하지만, 사실상 시장 논리가 반영되는 부분이다. 다만 저가약국의 양산과 약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입 등이 오히려 적정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약국을 폭리 약국처럼 인식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마트형·창고형 약국이 늘어나면서 가격책정에 어려움이 따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POS 등의 최다가, 최저가, 최고가 등을 감안해 약값을 책정하더라도, 다른 약국들과의 직접적인 비교가 이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보니 정가제, 정찰제 도입이 오히려 약국간 불신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약사도 "성지 약국을 중심으로 일반약 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몇 년 새 동네약국의 통약 판매 등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가격경쟁이라는 원초적인 방법으로는 동네약국들이 살아남기 쉽지 않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지역마다 낮은 가격을 내세우는 초대형 약국이 들어설 경우 손바뀜이나 폐업 등까지도 이어지지 않을까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약국 전문가는 "자율경쟁체제에서 약국 스스로가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맞고, 약사법 하에서 매입가 이하로 판매할 수 없다는 부분이 모든 약국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간과되고 있는 게 '적정한 마진이 반영돼야 한다'는 부분이다. 더욱이 약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은 공산품과는 다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적정한 상담과 복약안내 등이 병행돼야 한다. 나아가 환자의 안전한 약물 사용을 위한 적절한 개입 역시 반드시 수반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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