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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리 약국 될라" 대형약국 저가공세, 다이소 사태 되나

  • 강혜경
  • 2025-06-17 16:58:10
  • '쇼핑하는 약국' 이목 집중…유명 유튜버도 등판
  • 일부 품목 사실상 사입가 판매…"마진 얼마나 남긴거냐" 댓글 폭탄
  • "규모의 경제 속 가격경쟁, 결국은 공멸" 약국가 우려 확산
  • 복약지도 사라진 약국, 약료서비스 저하…약국외 판매 또 다른 빌미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마트형 약국을 넘어선 창고형 약국이 등장하면서 약국 판도 변화를 놓고 소비자는 물론 약사들의 관심도 뜨겁다.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처럼 꾸며진 100평대 약국에서 카트를 끌고 약을 쇼핑하는 시도는 그간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 외곽에 위치한 약국까지 차를 끌고 가는 것 또한 기존에 흔치 않았던 시도다.

더욱이 약국 개설자가 종로 대형약국을 운영하던 약사로 알려지면서 저가판매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모든 일반약과 의약외품 가격이 싼 것은 아니지만 해열진통제, 해열진통소염제, 감기약 등 저가판매가 이뤄지고 있고, SNS 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약국이 소개·홍보되며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세까지는 시간문제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창고형 약국을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비디오 클립.
일간지와 경제지 등에서도 이미 창고형 약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대형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서도 자체 바이럴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유명 유튜버까지 약국에 등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창고형 약국의 등장이 단순 약국간 가격 경쟁으로 비춰질까 하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댓글에서는 약국의 코스트코화를 반기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약사가 뒤에서 약을 건네주는 방식이 아닌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데다, 다른 약국들과 가격 비교까지 가능해 소비자 친화적이라는 부분이 환영 포인트다.

◆"공장에서 바로 공급된 다양한 의약품·건강 관련 제품"= 창고형 약국이 지향하는 모습은 '단순히 약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 톱니바퀴처럼 연결된 당신의 몸이 온전히 기능할 수 있도록 건강한 삶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돕겠다'는 데 있다.

질병 예방부터 치료까지 삶의 전반에 걸쳐 건강을 책임지는 든든한 연결고리로서, 대형 쇼핑몰처럼 바스켓을 들고 자유롭게 쇼핑하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상담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약국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취급 품목수는 2500여개 이상으로 일반약, 동물약, 건기식,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이다.

모든 품목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장에서 바로 공급된 다양한 의약품'이라는 소개처럼 발길을 끄는 품목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대표적인 품목이 이지엔6, 타이레놀서방정, 탁센 등이다. 이지엔6이브(10정)의 경우 데일리팜이 제공하는 지역별 다빈도 일반약 판매가격 정보에 따르면 약국의 최대가격은 3500원, 최저가격은 3000원이다. 하지만 창고형 약국의 판매가격은 1800원이다. 30정 들이 제품 판매가도 5000원으로 다른 약국들 대비 절반 수준이다.

임팩타민 프리미엄(120정)의 경우에도 최대가격은 5만5000원, 최저가격은 4만8000원에 형성돼 있지만 이 약국 판매가격은 3만900원이다.

더욱이 블로그·비디오 클립 형태 방문후기에는 개별 품목별 가격 또한 공개돼 있어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약사는 "일반약 가격 문의가 와도 '유선으로 의약품 가격을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거절하기 일쑤인데, 마트형 약국과 창고형 약국을 중심으로 일반약 가격 공개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약국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난처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약사는 "일부 품목 판매가격은 사입가에 100, 200원의 마진을 붙인 수준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간 약국에서 얼마나 마진을 남긴 거냐'는 의심을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실제 댓글의 상당 부분이 관련한 요지였다"며 "마치 약국이 폭리를 취한 것처럼 보여지는 제2의 다이소 사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마트형·창고형 약국 '체인화', 약사사회에는 태풍= 약사사회가 관심을 갖는 부분 중 하나가 체인화다.

창고형 약국이 낸 자료에 따르면 '창고형약국 성남점'이라는 부분이 명시돼 있는 데다, 일각에서는 경기도 외곽, 충청권 등에 2·3호점 개설을 염두에 두고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파다한 상황이다.

약국체인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체인 관계자는 "대표성을 갖는 대형약국이 개설됐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경기도 외곽 등지에 창고형 약국이 체인화 돼 개설된다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며 "'굳이 약을 쇼핑하러 외곽까지 가느냐'는 시각도 있겠지만, 패션의류 등을 싼 값에 구입하기 위해 아울렛에 가는 것처럼 약국 또한 집객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트형 약국을 모토로 한 제일큰약국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몸집을 늘리는 것처럼 창고형 약국 역시 체인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2023년 1월 서울 광진구에 제일큰약국이 개설된 이후 현재 서울 내에서만 목동, 대림, 강서, 성북, 마포로 갯수를 늘렸다. 여기에 경기 고양, 인천 등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와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거나, 유사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인식하기에는 새로운 형태의 약국체인 처럼 인식될 수 있는 소지도 다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 약국이나 법인 약국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년 전부터 염두에 두고 개설을 현실화한 부분으로, 제도 변화에 먼저 편승함으로써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반약 가격경쟁, 결국은 제 살 깎아먹기?= 전문가들은 일부 약국의 저가공세가 단순 저가공세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부 약국에서 시작한 저가공세가 약국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적 요인은 약국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역의 약사는 "대형약국이 가지는 바잉파워, 즉 제약사의 '구매수량 당 할인정책'이 최대한 들어갈 수 있다 보니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종로 5가, 남대문 등 성지를 찾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며 "동네 약국으로서는 창고형 약국의 판매가격을 도무지 맞출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보다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형약국간 가격경쟁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창고형 약국 개설 이후 일부 약국은 포털사이트 광고 등을 통해 공격적인 영업 개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매약 중심 약국 뿐만 아니라 처방·조제 전문 대학병원 문전약국들도 저가판매에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문전약국들은 처방·조제 이외 일반약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저가판매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 약국의 경우 '맘카페 약국' 등을 출입문 등에 게시하며 호객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약국 전문가는 "이미 약국간 가격경쟁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가장 큰 우려는 이같은 가격경쟁이 오랜 기간 기존 약국들이 형성해 온 시장가격을 흔들 수 있다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약국에서의 판매가격은 단순히 마진을 남기는 것을 넘어 사입가, 운영비, 상담시간, 약사 전문 서비스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반영한 결과물로, 시장이 혼탁해질 우려가 크다는 것.

여기에 더해 기존 약국에서 정상적인 가격으로 구입한 고객들 마저 '바가지를 쓴 게 아닌가'라는 심리적 저항을 느낄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이 관계자는 "즉 약국에서의 판매는 고객에게 적절한 제품을 권유하고 복약 목적과 상황에 맞는 사용법을 안내하는 약사 서비스가 포함된 복합 가치제공 행위임에도 단순 상품 거래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약국이 가격비교의 장소로 바뀌게 된다면 약사의 전문성과 개별 상담의 가치는 점점 더 희석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도움이 필요한 고객에 대해' 전문상담과 복약지도를 제공하겠다는 게 마트형·창고형 약국의 콘셉트이지만, 지명구매가 일반약 구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일반약을 쇼핑하는 개념으로까지 넘어갈 경우 전반적인 약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며 "나아가 약국외 판매의 또 다른 빌미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국이 소매점으로 인식될 경우 약국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마트형·창고형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물론 약사회도 자멸이 아닌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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