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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PD-1억제제, 항암제 미래가치와 효용성 높일 것"

  • [인터뷰]신의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 PD-(L)1은 가장 강력한 인자…내성은 맞춤형 암백신 대안
  • 면역+면역 병용은 서로의 단점 보완하는 좋은 조합

신의철 교수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2011년 처음 세상에 등장한 면역항암제는 항암 치료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타깃하는 표적의 시대에서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악성 종양을 제거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렇게 흑색종으로 시작한 적응증은 폐암, 신장암, 대장암, 혈액암, 방광암 등 거의 모든 암으로 넓어졌다. 치료제를 쓰는 시기도 앞당겨지는 추세다.

옵디보, 여보이, 키트루다 등 지금까지 상용화된 면역항암제는 모두 면역관문억제제로, CTLA-4나 PD-(L)1이라는 면역 조절 단백질을 타깃한다. 이 기전을 밝혀낸 면역학자인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혼조 다스쿠 교수는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면역항암제가 승인을 받고 사람의 생명을 살리면서 두 사람의 수상을 예견했다고 한다.

면역의 세계는 넓고 복잡하기에 아직 규명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많다. 실제 면역항암제를 써 보니 30% 정도 환자에서는 이론대로 작용하지만, 나머지 환자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응률을 높이기 위해 제약사는 기전이 다른 면역항암제를 같이 쓰거나 기존 표적항암제 혹은 화학항암제를 조합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반응률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면역학자가 바라본 면역항암제의 현재와 미래는 어떨까. 신의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PD-1/PD-L1 억제제는 앞으로 정립될 모든 병용 조합에 빠지지 않는 필수적 존재가 될 것"이라며 "PD-(L)1과 CTLA-4, 면역관문억제제끼리의 병용도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줘 좋은 조합이다"라고 평했다.

신 교수는 향후 좋은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암종이나 병기에 따라 치료법이 정립되고 나아가 맞춤형 암 백신이 차세대 항암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임상을 통한 경험적 접근과 기전을 규명하는 과학적 접근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그는 면역학자로서 최근 연구가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과학적 이론에 기반한 가설을 활용한다면 더 효율적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신 교수와의 일문일답.

-표적항암제가 주도했던 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며 패러다임을 바꿨다. 기전적인 부분에서 면역항암제가 표적항암제와 다른 부분은 무엇인지?

=암이 다른 병보다 무서운 이유는 재발 때문이다. 수술이나 항암 치료 후에 암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재발할 수 있다.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재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남는다.

면역항암제가 표적항암제와 가장 다른 점은 반응의 지속성이다. 엄밀히 따지면 조금 다르지만, 면역항암제는 백신에 비유할 수 있다. 백신과 면역항암제는 면역의 기억 현상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같다. 어렸을 때 접종하면 평생 효과를 보는 백신이 많아 사람들은 백신 접종 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것처럼, 면역항암제로 치료하면 설사 암세포가 다시 증식하더라도 기억 면역이 암을 제거해 줄 수 있다. 면역항암제 투여를 중단해도 평생 그 약제의 효과가 지속될 수 있게 된다.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현재 나온 면역항암제는 PD-1/PD-L1, CTLA-4 억제제다. 이 외에도 새로운 인자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데, 어느 정도 규명했다고 볼 수 있을지?

=밝혀지지 않은 면역항암제 기전의 종류가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 밝혀진 기전의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CTLA-4 억제제나 다양한 PD-1/PD-L1 억제제가 등장했지만, 애초에 예상했던 작용 원리와 조금 다르게 작동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보고되고 있다. 이는 기전을 다 알아야만 약을 개발할 수 있는건 아니라는 뜻이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기전이 약으로 개발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운 좋게 다른 방식으로 약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연구를 할 때 기반 이론이 충분히 갖춰진 상태에서 진행하지만, 이론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하더라도 임상 성공을 100% 보장하지는 못한다.

-개발된 약제들 가운데 특히PD-1/PD-L1 억제제가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연구를 하다보니 알게 된 것인데 특히 PD-1은 항암 과정에서 조절해야 하는 면역항암 타깃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효과가 암종과 환자마다 다르지만, 부작용이 가장 적으면서도 효과가 좋아 PD-1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50년 후에 수많은 기전을 타깃하는 면역항암제가 등장해도 PD-1, PD-L1 억제제는 빠지지 않고 기본이 되는 면역항암제로서 자리를 지킬 것이라 (강력히) 예상한다.

-PD-L1 발현율, MSI, TMB 등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바이오마커에 대해 어떻게 보나.

=최근 미국에서 몇몇 면역항암제가 소세포폐암, 방광암 허가를 자진 철회하는 사례가 있었다. 사실 효과가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지 아예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도 높은 바이오마커를 잘 활용하면 해당 적응증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를 위해선 좋은 바이오마커를 찾는 일이 필요하다.

동시에 표적항암제와 달리 면역항암제는 100% 예측 가능한 바이오마커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최근 연구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비롯한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워낙 요즘 빅데이터가 쉽게 분석되다보니 그중에 하나는 표적치료제처럼 100%에 가까운 예측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엔 논문을 쓸 때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는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몇 가지 가설을 설정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이런 방식의 연구가 많아진다면 좀 더 가치있는 바이오마커 탐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면역항암제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병용 연구도 활발하다. 면역항암제끼리 병용도 이뤄지고 있는데, 기전상 PD-1 억제제와 CTLA-4 억제제를 함께 쓰면 효과가 좋은지?

=현재 정식 허가된 면역관문억제제가 두 가지뿐이기도 하고, 두 기전의 약을 병용하면 실제로 효과도 좋다. 각각 따로 보면 CTLA-4 억제제는 가장 먼저 나오긴 했지만 PD-(L)1 억제제보다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 그런데 두 기전의 약을 같이 써보니 의외로 효과가 괜찮다고 평가되는 분위기다.

PD-(L)1 억제제의 경우 드물지만 투여 환자에서 암이 더 빨리 자라는 급성종양진행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에게 CTLA-4 억제제를 같이 쓰면 급성종양진행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기초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아직 증명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세부적으로도 두 억제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리라 본다.

-면역항암제도 내성이 생긴다. 대안이 있을까?

='2차 내성'의 원인 중 하나는 변이다. 종양종양을 남으로 인식해야 하는데 종양항원이 변이를 일으켜서 내성을 부른다. 바이러스 못지않게 암세포도 변이를 잘한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환자 맞춤형 암백신'이 내성에 대응하는 차세대 항암제가 될 것이라 본다. '암백신'은 건강할 때 맞는 일반적인 백신과 달리 암 제거 수술을 한 환자에서 암이 더 커지거나 재발하는 것을 막는 치료 개념의 백신이다. 즉 환자에 맞게 변이를 일으킨 암세포에서 달라진 항원을 찾아내 신항원을 포함한 백신을 만들어 투여하면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암백신도 PD-1 억제제를 병용해야 효과가 좋다. 여러모로 PD-1은 면역항암 분야의 필수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혼조 교수는 면역항암제 연구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연구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앞으로도 각종 병용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꼭 면역항암제가 아니더라도 신약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암은 세부적으로 종류와 병기가 무수히 많다. 각 분야에서 치료법을 정립하기 위해 수많은 임상을 해야한다. 이 경우 경험적으로 접근하는 노력들이 중요하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바이오마커를 찾아내 임상에 효율이라는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면역학자로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연구를 진행한다면 더욱 빠르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험적 접근과 과학적 접근이 합쳐지면서 면역항암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면역항암 분야도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점점 연구자들의 생각이 고착화되고, 학회에서도 'PD-1이나 CTLA-4와 유사하면서 다른 인자는 없나'와 같은 미시적 담론이 주로 나온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해보고, 궁극적인 암 정복을 위해 거시적 관점에서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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