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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비만약, 카피 넘어 혁신 주도해야

[데일리팜=최다은 기자]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세가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비만 치료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두 약물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주사제로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을 감량시키며, 비만이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닌 ‘질환’이라는 인식을 대중화시켰다.

한국에서도 '국산 비만 치료제'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켜지고 있다. 한미약품, 대웅제약, HK이노엔 등 주요 제약사들이 잇달아 후보물질을 공개하며 임상에 돌입했다. 오리지널 약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자립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글로벌 리더들과의 격차가 여전히 벌어지면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FDA와 EMA 승인 이후 수천명 규모의 장기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했다.

또한 최근 시장의 무게 추는 주사에서 알약으로 옮겨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세마글루티드 고용량 버전과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저분자 GLP 1 작용제 '오르포글리프론'은 임상 3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신약 승인을 신청했으며, FDA는 4분기 중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승인 시 내년 안으로 상용화가 예상된다. 일라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은 FDA 신속 심사(Fast Track) 대상으로 지정돼 검토 중이다. 올해 안으로 비만 치료제, 내년에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각각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처럼 ‘먹는 비만약’ 시대가 열리면서 투여 편의성은 물론 복용 지속률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 판도가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의 움직임은 아직 초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HK이노엔 등 주요 기업이 후보물질을 공개한 뒤 임상에 돌입했지만, 대부분 주사제 형태의 임상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경구 제형까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것과 비교하면 개발 속도 차이는 분명하다. 기술력뿐 아니라 임상 경험, 대규모 데이터, 허가 전략에서도 격차가 크다.

또 다른 과제는 안전성과 오남용 문제다. GLP-1 계열 약물은 식욕 억제 효과가 탁월한 만큼 위장관 장애, 근감소증, 정신적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살 빼는 주사'의 부작용과 오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유사 기전의 약물로 시장 진입을 노린다면, 효능만큼이나 안전성 차별화가 필수적이다.

경제성도 관건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에서 최저 용량 기준 한 달치 투약 비용이 20만원대, 최고 용량은 40만~50만원대에 달한다. 국산 신약이 성공하려면 저렴한 생산 단가, 합리적인 약가로 빅파마 치료제와 경쟁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

물론 희망의 불씨는 남아있다. 한미약품은 근 손실을 최소화하는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 근육 증가형 비만 치료제 'HM17321',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비만치료제 'HM101460' 등을 통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프로젠, 디앤디파마텍 등은 이중 작용 기전을 적용해 차세대 GLP-1 계열 신약을 개발 중이다. 국산 약물이 진정한 의미의 'K-비만치료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력, 데이터, 윤리성, 속도 네 박자가 모두 맞아야 한다. 단순히 국산화라는 명분만으로는 환자와 시장을 설득하기 힘들다. 다만 복제가 아닌 '혁신'을 지향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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