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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칼럼] 중개연구 2.0시대 R&D 트렌드, 4P를 주목하라

  • 데일리팜
  • 2018-02-26 06:25:52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김현철

생의과학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Pubmed에만 매년 1백만 편의 논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초와 임상을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괴리를 만들었다.

그 결과 과학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으나 임상현장의 문제점을 잘 모르며, 임상의사는 임상현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잘 모르는 현실을 양산했다.

이렇듯 과학자와 임상의사와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번역(translation)’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기초연구성과를 임상현장에 연결하는 활동과 환경이 필요하게 되었다.

즉, 임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상의 관점에서 기초연구 성과를 번역하는 연구를 중개연구라고 한다. 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지난 20년간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중개연구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보건의료 R&D의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였다. 첫째, 보건의료 R&D 생산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년간(1997∼2016년) 미국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연구비는 2배 이상 증가하여 현재 약 36조원에 달한다. 산업계의 신약개발비용도 매년 증가하여 신약 1개당 약 3조원까지 상승했다.

그에 반해, 보건의료 혁신은 여전히 더디고,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신약건수는 매년 제자리걸음이었다. 최근 신약승인건수가 증가추세에 있다고는 하나 바이오제약기업의 신약개발 ROI(투자대비수익)는 3%대까지 추락했다. 한때 10%를 상회하던 바이오제약기업의 ROI를 고려할 때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

미국 NIH의 R&D 투자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2003년 대비 22% 감소하였다. 이는 실험실에서의 논문이 보건의료 혁신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기초와 임상연구의 통합연구 패러다임으로 변했다. 과거 보건의료 R&D 패러다임은 기초연구성과가 발생하면 세포나 조직에서, 동물에서, 사람에서 순차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선형적 구조였다.

지난 10년간 기초연구성과를 임상적으로 검증하는 단계에서 연구성과물을 보완하거나 다시 동물실험을 하거나 실험실에서 기전을 연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는 쌍방향 연구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다. 이때 실험실과 임상현장 사이에는 끊임없는 피드백이 발생하며 상호협력과 통합적인 이해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미국 NIH 임상병원 구조의 핵심도 병원현장과 실험실과의 연결성에 두고 있다. 셋째, 병원의 임상자원이 연구의 핵심자원이 되었다. 전통적인 신약개발 방식은 신약후보물질을 동물에게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 후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거쳐 최종 허가를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동물에게 나타난 약효가 사람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항암제의 경우 동물에서 나타난 약효가 사람에게서 나타날 확률은 절반에 불과하다. 기초연구성과의 임상시험 결과를 더 잘 예측하기 위해서는 임상에 기반한 새로운 검증모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때 병원의 임상자원과 데이터는 새로운 검증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핵심기반이 된다. 특히, 세계 유수저널의 논문조차도 재현 가능한 논문이 50%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중개연구는 더 중요해졌다. 3분진료로 대변되는 임상현장에서 우리나라는 중개연구를 하기에 너무 척박한 환경일지 모른다. 어쩌면 병원의 임상의사는 연구를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중개연구 환경이 열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임상의사의 연구의지와 활동은 산업계에서 놀랄 정도로 변하고 있다.

국내 임상시험 건수는 세계 6위 수준까지 도달했고 기초연구분야 과학자의 연구생산성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임상의사의 연구생산성도 지속적으로 상승추세다. 병원은 기업과의 협력과 기술이전에 적극적이고 임상의사의 창업이 활발해지는 변곡점에 와있다. 다만, 아직까지 분산되고 파편화되어 있는 병원별 인력, 시설, 자원, 데이터는 중개연구 혁신을 위해 남은 과제다.

앞으로는 산학연(産學硏)과 병원과의 중개연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병원간 협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도록 제도를 고도화하고 행동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중개연구도 2.0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중개연구 1.0 시대에서는 3P(Ph.D.-Physician Partnership)가 중심이었다면 중개연구 2.0 시대에서는 4P(Ph.D.-Physician-Patient Partnership)가 중심이 된다.

즉, 과학자와 임상의사와의 협력은 기본이고 환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모델이 더해져야 한다. 환자는 보건의료 혁신의 핵심자원을 생산하고 시험하는 요체이며 보건의료 혁신을 완성하는 최종수요자라는 사실은 보건의료 혁신이 결국 환자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최근에는 디지털헬스케어와 정밀의료의 발전으로 환자의 현실세계데이터(Real World Evidence)에 기반한 기술개발과 건강관리·치료가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 NIH에서도 2016년부터 중개연구의 핵심특징으로 기초연구에서부터 전임상연구, 임상연구, 임상이행, 공중보건 등 중개연구 모든 단계에 있어서 “환자 참여(Patient Involvement)”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환자가 참여하여 보건의료 혁신을 이끌어가는 4P 생태계를 고민해야 한다. 과학자, 임상의사, 환자의 언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번역(translation)’ 과정을 거쳐 실험실, 임상현장, 환자생활공간을 연결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환자참여 플랫폼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험실과 임상현장과 연결하느냐가 21세기 보건의료 R&DI(Research & Development for Innovations)의 핵심경쟁력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이 분야만큼은 아직까지 어느 나라도 주도적인 플랫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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