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상을 바꾸는 힘, 공유
- 데일리팜
- 2017-12-14 06: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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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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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애플의 스티브잡스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었던 일명 침묵의 암이다. 당시 췌장암 진단기술의 정확도는 30%에 불과했고 검사시간은 14시간이 걸렸으며 가격은 800달러였다.
반면,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췌장암 진단기술은 검사시간 5분, 제조원가 3센트에 불과하고 정확도는 98%에 달했다. 이를 계기로 2012년 세계 최대 청소년 과학경진대회인 인텔 ISEF에서 최종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스탠포드에 진학해 암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에 강연을 다니고 있다. 지금은 20살이 된 잭 안드라카라는 소년 발명가 이야기이다.
언젠가 잭 안드라카는 미국 NIH 프랜시스 콜린스 원장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연구를 위한 정보를 어떻게 찾았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정보를 찾는 건 구글로 찾으면 되니 어렵지 않았어요. 더 힘들었던 건 한편에 수십달러씩 하는 논문구독비용이었죠. 그걸 해결해줬던 건 Pubmed Central 사이트였어요.”
Pubmed Central이란 NIH에서 운영하는 무료 논문 공개 사이트이다. 공유의 힘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연구논문을 세계 유수저널에 싣기 위해서 노력한다. 소위 CNS(Cell, Nature, Science)와 같은 탑저널에 올려야 세계적인 과학자 반열에 오르는 것처럼 목을 매고 있다.
정부연구성과도 CNS는 따로 떼서 발표할 정도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저작권은 정부도 연구자도 아닌 학술저널기업에 있다. 설사 본인이 낸 논문이라도 할지라도 해당 논문을 읽어보기 위해서는 상당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세계적인 학술저널기업인 Elsevier社가 1년에 버는 돈은 약 3조원에 달하고 순이익율은 무려 36%로 1조원을 넘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격이다.
생명과학분야에서는 공유경제가 한참 진행 중이다. 생명과학분야 공유경제 플랫폼은 주로 공공영역에서 주도하고 있다. 미국 NIH에서는 2008년부터 Open access policy를 추진하여 NIH 연구비를 받은 논문원고를 PubMed Central에 공개하도록 한다. 현재 약 1,800여종의 학술지에서 나온 3백6십만 개 이상의 원문을 PubMed Central을 통해 무료로 제공한다.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는 전세계 모든 임상시험정보 및 결과에 대해서도 공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상시험결과는 대부분 긍정적 결과만 과학저널에 실리는 경향이 있는 반면 부정적 결과는 잘 공개되지 않는 연구결과의 편향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규정이다. WHO 선언에 따르면 모든 임상연구 정보는 WHO 레지스트리에 공개해야 하며, 임상연구결과도 임상연구 종료 후 1년 이내에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형태로 공개하되 최대 2년을 넘지 말아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Data sharing(데이터 공유)는 생명과학 전체의 화두이다. 전세계 보건의료 R&D기관의 모임인 HIROs meeting에서는 Data sharing을 항상 주요 의제로 논의한다. 정밀의료를 촉진하기 위해서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참여하여 대규모 코호트를 표준화하고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글로벌 코호트 정상회의도 내년부터 개최될 예정이다. 생명과학분야 글로벌 Core data 인프라에 대한 논의도 한참이다.
미국, EU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현재 매년 생명과학분야 빅데이터는 급증하고 있는데 계속 많은 돈을 투자해서 공유하는 형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생명과학분야 핵심 데이터를 중심으로 공유 인프라를 구축하고 각국에서 일정부분 기여해서 공유하자는 개념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논의가 선진국에 유리한 구도이니 우리가 참여해봤자 실익이 별로 없다고 주장한다. 불행하게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Core data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상위국가중 하나가 한국이다.
우리나라 생명과학자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뭔가 공짜로 나누고 공유한다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 상당수 과학자들은 지식, 데이터, 인재, 자원을 최대한 장기간 독점하고 향유해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래서는 4차산업혁명의 원유인 데이터조차도 누군가의 창고에만 쌓일 뿐 다른 연구자가 전혀 활용하지 못한다. 물론, 공짜 점심은 없다.
개인정보보호부터 시작해서 풀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고 사회적 합의도 부족하다. 하지만 공짜 점심이 언젠가 우리 가족, 친척, 친구, 동료들을 살리고 건강을 유지하게 할 수 있다면 개인문제로만 치부하고 외면할 사안이 아니다.
“저의 가장 큰 목표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겁니다”라는 잭 안드라카의 말처럼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지금 시작해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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