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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급변하는 항암시장과 상업화 전략의 진화
기사입력 : 22.09.23 06: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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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암 정복을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진출 시도가 이어지면서 높은 문턱을 체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사들의 신약 개발 타임라인이 점점 짧아지면서 항암 신약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표적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폐암이 대표적이다. 무주공산이었던 KRAS 표적 시장에 두 개 신약이 비슷한 시기에 진입하면서 후발주자는 불리한 양상이 됐다. 미라티는 암젠과 비슷하게 KRAS 표적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었으나 허가에서 '퍼스트 무버' 자리를 암젠에 내주는 바람에 일정이 꼬였다. 암젠이 임상부터 허가까지 3년이 채 안 되는 빠른 속도로 '루마크라스'를 선보이면서 미라티는 루마크라스와 차별화를 두는 데 중점을 둬야 했다. 허가 일정도 예상보다 약 6개월 늦어졌다. 루마크라스라는 대안이 등장하면서 미라티의 '아다그라십'은 우선 심사가 아닌 일반 심사 트랙을 밟게 됐다. 우선 심사로 3개월 만에 허가 결정을 받은 루마크라스와 달리 아다그라십은 허가 결정이 나기까지 약 1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조건부 허가 상태인 루마크라스가 최종 승인을 받으면 미라티는 더욱 불리한 상황에 빠진다. 2상으로 아다그라십 가속 승인을 받으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암젠은 루마크라스 3상을 발표하며 주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에서 유의한 개선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루마크라스가 승인을 확정 짓게 되면 미라티는 내년 8월에 나올 3상 임상 결과를 기다려야 할 수 있다. 그나마 루마크라스가 기대보다 낮은 PFS 개선 효과와 전체생존기간(OS) 개선 실패, 간 독성 부작용을 보여 미라티는 차별화된 아다그라십 효능과 안전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 과정에서 과거보다 더 좋은 약제가 나와 데이터 허들이 높아진 사례를 국내 제약사들도 겪고 있다. 한미약품의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포지오티닙'은 최근 열린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에서 혹평을 받았다. 독립 자문기구로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종양약물자문위원회(ODAC)는 엔허투보다 낮은 반응률과 반응지속시간, 높은 부작용 등을 거론하며 허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엔허투는 HER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지난 8월 FDA로부터 HER2 변이 비소세소폐암 2차 치료제로 가속 승인을 받았다. 이전에 2차 치료에서 쓰이던 약제들이 6~23% 수준의 반응률을 보인 반면, 엔허투는 58%로 객관적 반응률(ORR)을 크게 높였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8.7개월이었다. 물론 엔허투 역시 조건부 승인으로 추가 임상으로 데이터를 확정해야 하지만 업계 기대감은 엔허투에 더 쏠려 있다.

반면 ORR 28%, mDOR 5.1개월을 기록한 포지오티닙은 엔허투 대비 효과가 충분치 않다고 자문위는 평가했다. 여기에 포지오티닙이 보인 높은 부작용 비율, 불충분한 용량 최적화 등을 지적하며 "만약 포지오티닙이 가속 승인을 받으면 현재까지 승인된 폐암 표적치료제 중 가장 효과가 낮은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포지오티닙의 확증 임상이 허가 심사가 검토될 때까지 임상 설계가 합의되지 않았고, 지난 7월 28일 기준 등록된 환자도 없어 연구 결과를 얻을 때까지 너무 긴 시간이 소요돼 자칫 심각한 독성에 환자를 장기간 노출시킬 우려도 있다고도 했다.

간암 역시 신약들이 임상을 진행하는 도중 표준치료가 바뀌며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간암 1차 표준치료는 처음으로 넥사바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면역항암제 티쎈트릭과 표적항암제 아바스틴 병용요법으로 재편됐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1차 치료제 임상들은 과거 표준요법이었던 넥사바나 렌비마를 대조군으로 설정해 감흥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적어도 티쎈트릭+아바스틴을 상대로 우월성 혹은 비열등성을 입증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임상이 성공했어도 높아진 데이터 허들로 실제 현장에서 사용률은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효과가 개선된 약제가 등장하면 빠르게 허가를 받고, 신속히 표준요법으로 오르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도 데이터를 더욱 엄격하고 세세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임상 성공 혹은 실패라는 이분법적 자세에서 벗어나 최근 달라진 표준요법 대비 강점이 있는지, 현 치료제의 미충족 수요를 채울 차별화 포인트가 있는지, 경쟁 약물의 개발 타임라인보다 속도가 늦어 자칫 불이익을 받을 수 없는지 등을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판단해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갈수록 힘겨워지는 신약 문턱에서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해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
정새임 기자(same@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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