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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정부, 약가개편 투명한 소통 필요하다

  • 천승현 기자
  • 2026-02-23 06:00:38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보건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 안건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상정을 유예했다고 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정심에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하면서 올해 2월 건정심 의결, 7월 시행을 예고했다. 지난 20일 건정심 소위원회를 열어 약가제도 개편안을 최종 확정하고 제도 개편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소 한달은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복지부의 건정심 의결 유예 움직임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제도 개편 강행에 부담을 가졌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약가제도 개편의 의결과 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촉구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사회는 결의문을 통해 ▲대규모 약가 인하 방안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및 시행 유예 ▲약가인하가 초래할 국민건강과 고용 등 영향평가 실시 ▲시장연동형 실거래가 시행안 폐기 ▲중소 제약기업의 사업 구조 고도화 지원책 마련 ▲약가 정책과 산업 육성을 정례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정부–산업계 간 거버넌스 구축 등을 촉구했다.   

노동단체들도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에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노총은 29일 정부 약가제도 개편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약가 제도 개편의 근거와 재정 효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사회적 논의 구조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정책을 빌미로 노동조건 후퇴와 고용 불안을 초래하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의 노조가 주축으로 구성된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도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열고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부가 개편 약가제도를 발표한 이후 단 한번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어 제약사들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제약업계의 약가제도 개편 시행 유예와 백지화 등의 요구에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는 작년 11월 약가제도 개편을 보고한 이후 단 한번도 구체적인 제네릭 약가인하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제네릭 약가기준이 53.55%에서 45%로 설정되면 산술적으로 제네릭 최고가격이 16.0% 인하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개편 기준이 40%로 결정되면 53.55원이 40원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종전 보다 제네릭 최고가는 인하율은 25.3%로 커진다. 제네릭 1개 제품의 수익률이 20% 이상 내려간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이 체감하는 손실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하율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은 약가제도 개편에 따른 손실 시나리오를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인하 여부도 세부적인 로드맵이 공개된 적이 없다. 개편 약가제도를 기등재 의약품에 적용되면 제약사들의 손실은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00억원 규모의 제품이 53.55%의 약가가 40%로 내려가면 산술적으로 연간 25억원의 매출이 증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지부는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13년 이상 50% 이상 산정기준을 유지한 기등재 제네릭부터 순차적으로 개편 약가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3년에 걸쳐 약 3000개 품목을 조정하고 2027년 하반기부터는 45% 이상 유지된 1500개 품목을 순차적으로 인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동일 성분 제네릭 제품에서도 시장 진입 시기에 따라 약가 인하 대상이 엇갈리는 기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혈전제 클로피도그렐 성분 단일제는 총 156개 품목이 허가됐는데 허가연도는 2005년부터 2021년부터 다양하게 분포됐다. 지난 2025년 19개 품목이 허가됐고 2006년 29개 품목이 허가받으면서 클로피도그렐 제네릭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지난 2024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5~9개의 제네릭이 진입했고 2019년에는 신규 허가가 17개 품목으로 늘었다. 당시 정부가 계단형 약가제도와 기준요건 등을 포함한 약가제도 개편 움직임에 착수하자 신규 허가가 봇물을 이뤘다.  

만약 정부가 2012년 이전에 등재된 제네릭의 약가인하를 추진한다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허가받은 64개 품목에 대해 약가인하가 추진되고 2012년부터 허가받은 92개 품목은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 경우 동일 제품인데도 서로 다른 약가제도가 적용되는 매우 이상한 현상이 연출된다. 특정 제품과 기업에만 불리한 제도를 적용한다는 형평성 문제도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제네릭 시장이 열린 시기별로 성분별로 약가인하 대상을 분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한다. 2012년 이전에 제네릭이 1개라도 등재됐다면 해당 성분 의약품 전체가 약가인하 대상으로 분류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에는 제약사들의 약가인하로 감수하는 손실은 더욱 커진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등 기준요건도 적용하면 손실 규모는 기하급수로 확대될 수 있다.  

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제네릭 중심 산업 생태계’를 문제삼았다. R&D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가치에 대한 적정 보상이 균형을 이루는 약가제도로 개편이 시급하다는 명분이다. 제약사들이 제네릭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에 집중해야 우리나라도 제약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견해다.  

하지만 제약사들의 생존 위협 불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을 제시한 적이 없다. 소통이 필요하다. 업계의 분위기를 살피려고 한 두달 약가제도 개편 의결 절차를 미룬다고 소통 노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 목표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업계와의 실질적인 소통을 해야한다. 

정부 정책의 명분과 정당성이 있다면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소통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무회의와 업무보고를 중계하는 현 정부에서 투명한 정책 결정의 중요성을 복지부가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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