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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가능 약국은 여기"…약국 정보까지 틀어쥔 플랫폼

  • 강혜경 기자
  • 2026-09-16 12:03:11
  • 요약
  • 플랫폼의 약국 지배 메커니즘③
  • 개별 의료기관·약국 처방·공급·조제 데이터, 민간 플랫폼 집적
  • 집적된 데이터, CSO·광고 단가 선정 등에 재이용→악순환
  • 의료 데이터 민간 보험사로…의료 민영화 초래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약국 뺑뺑이'가 플랫폼 업체에는 일종의 면죄부이자 치트키가 됐다.

민간 플랫폼은 비대면 진료 처방전을 거부하는 약국 리스트를 수집, 환자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는 근거로 '처방전 거부 민원센터'를 운영하며 약사들을 압박했고 직접 도매상까지 운영하게 하는 핑계가 됐다.

비진약품을 통해 약을 구입한 약국에 '조제확실' 배지를 달아주며 보건의료 생태계 교란을 일으킨 플랫폼에 정부가 이번에는 '약국별 구매·조제 여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약국 구매·조제 정보 '플랫폼'으로…약사들 반발

'민간 플랫폼과 공공시스템간 연계.'

올해 5월 정부가 약국별 구매·조제 여부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히면서 내놓은 이유다.

최근 1년간 비대면 진료 처방 이력이 있는 의약품을 대상으로 약국별 해당 의약품에 대한 구매 또는 조제 여부에 관한 정보를 오픈 API 방식으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정 의약품에 대한 구매나 조제 이력을 보유한 약국일수록 미보유 약국에 비해 해당 의약품에 대한 재고 보유 가능성이 높은 점에 착안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심평원이 운영하는 의약품관리 종합정보포털.

의약품 관리 종합 정보포털상 공급 데이터를 기준으로, 가령 A약국에 이소티논캡슐을 한 달 이내 공급된 내역이 있는 경우 1로, 두 달 이내 공급된 내역이 있는 경우 2로 표출돼 전달되는 방식이다.

조제 여부의 경우 DUR 점검 내역을 토대로 정보가 제공, 한 달 이내 DUR 점검 사실이 있는 경우 1, 두 달 이내 점검 사실이 있는 경우 2로 뜬다. 점검 내역이 없다면 0으로 제공된다.

사실상 약국의 실시간 재고를 볼 수 있거나, 약국의 기밀 정보라고 할 만한 데이터가 공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데이터가 플랫폼에서는 '조제가능성↑', '조제가능성있음' 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플랫폼은 개별 약제별 재고 여부와 조제 이력 여부 등까지도 이용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처방약에 대한 재고가 모두 있는 경우 '조제가능성↑', 조제 이력이 있는 경우 '조제가능성 있음' 등으로 표출하는 방식이다.

약사단체는 정부의 약국별 구매·조제 여부 정보 제공이 일종의 '완장'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광주광역시약사회는 "약국 운영과 관련한 자료를 약국 동의 없이 민간 플랫폼에 제공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는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한 약국 정보 제공을 즉각 중단하고, 환자 불편 해소를 위한 근본 대안으로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선 약사들도 약국의 구매·조제 정보가 민간에 제공되는 부분은 플랫폼의 수직계열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약준모가 제작한 '비대면진료와 약배송의 되돌릴 수 없는 함정!' 영상 일부.

박현진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회장은 "개별 의료기관과 약국의 처방·공급·조제 데이터가 민간 플랫폼에 집적되는 데 더해 개별 환자들의 처방·조제 데이터까지 확보하게 될 경우 플랫폼의 수직계열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결국 집적된 데이터가 다시 노출 순서나 추천 알고리즘, 광고 단가 산정 등에 재활용되는 것은 물론 민간 보험사들에까지 연계돼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도 제약사들이 의원과 약국을 대상으로 확보하고 있는 처방·조제 데이터가 플랫폼에 집적될 경우, 플랫폼이 일종의 CSO가 돼 제약회사에 관련한 정보를 판매하거나 재가공해 보험회사 등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KB손해보험 자회사인 KB헬스케어는 2024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를 인수했다.

'보험가입자에게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객 건강관리를 도와 손해율 방어가 가능하다'는 게 보험사 측 주장이지만, 반대로 보험사가 처방·조제 내역 등을 통해 가입자를 선별하거나 높은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나아가 플랫폼은 주 단위로 제공되는 정보를 일 단위로 제공하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처방·조제 데이터 등 '민감정보' 판매·유출 가능성은?

또 다른 우려는 민감정보라고 할 수 있는 환자의 처방·조제 데이터의 판매·유출 가능성이다.

처방전에는 환자 성명·주민등록번호·연락처, 의료기관 명칭·전화번호·팩스번호·이메일주소, 처방 의료인 성명·면허번호, 질병분류기호, 약품명 등 광범위한 민감정보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이름·전화번호·집주소·이메일 등을 포함한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음에도 국내 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플랫폼이 외국 기업 등에 인수·판매되는 경우 국민들의 의료 데이터가 고스란히 넘어가는 위험 천만한 일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처방이 거래가 되고, 의약품이 상품이 되고, 환자는 플랫폼 고객이 되는' 상황을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에서 22만명의 민감 개인정보가 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에서 22만명의 민감 개인정보가 유출돼 논란이 되는 것과 같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있다.

강남언니 운영사인 힐링페이퍼는 상담 내역을 조회하는 연동 기능에 비정상적인 접근이 발생, 이름과 전화번호, 시술내역, 상담사진 등이 유출된 것과 관련해 1인당 5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고 금융사기 피해를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하는 보험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피해자들 사이에서 단체소송이 추진되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재가 '상품'으로…'공공플랫폼 도입' 한목소리

비대면 진료, 약 배송의 가장 큰 문제는 공공재인 의약품을 '상품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의 판단이 아닌 환자의 요구가 의사의 처방권을 '처방 자판기'로 전락시키고, 약국의 선택권 조차 민간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되는 프로세스에서는 진료와 조제의 판단 또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플랫폼의 수익원은 진료 정보 자체로 옮겨갈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 앱을 운영하는 한 업체는 올해 1월 의료 마이데이터 개인정보관리 특수전문기관으로 지정돼 이용자의 전송 요구에 따라 의료기관·약국 방문 이력과 처방 의약품, 예방접종 및 건강검진 결과를 전송받을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개정법은 중개업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영리 목적으로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마이데이터 전문기관의 지위로 전송받는 정보는 그와 다른 경로이며 두 지위가 한 사업자에게 겹치는 상황을 규율하는 조항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제동 없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처방 부추기기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다이어트 주사 최저가에 대한 푸시 알림과 주사제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는 플랫폼. 이들은 소비자의 알권리와 정보제공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위고비, 마운자로, 삭센다 등 전문의약품 가격을 그대로 노출해 홍보하고 있음에도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행정처벌 등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것.

건약은 "전문약을 가격으로 비교해 선택을 유도하는 행위는 의약품의 과남용을 부추기는 것으로, 수익을 찾아야 하는 사업자를 상대로 금지 항목을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라며 "수익을 얻을 필요가 없는 주체가 이를 담당하는 '공공플랫폼 마련'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약준모도 배달앱과 택시 플랫폼의 사례처럼, 초기에는 무료 서비스와 쿠폰으로 환자와 의료기관을 모은 플랫폼들이 시장을 독점한 이후에는 높은 중개수수료를 요구하게 되고 이 비용은 결국 의료기관과 약국을 거쳐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익을 내야 하는 플랫폼의 비급여 과잉진료, 의약품 오남용 마케팅은 의료를 상품으로 만들고 국가 건강보험 재정의 불필요한 낭비를 유발하게 된다는 것.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제한해 불공정 영업 행태와 특정 약국 몰아주기 등 편법 행위를 차단하는 '닥터나우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년 뒤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위고비, 마운자로에 대한 구매수량별 할인, 현금 할인 등을 통해 약국을 유인하고 있다.

'조제확실' 배지를 달아주며 제휴 약국에 처방을 몰아주던 보건의료 생태계 교란 행위에 대한 반성이나 재발방지는 커녕 현재도 수익화 모델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 대한 문제의식 역시 팽배해지고 있다.

약준모는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해 보장성이 줄어들면 그 빈자리를 치고 들어오는 것은 민간 실손보험"이라며 "플랫폼이 수집한 의료데이터가 민간 보험사로 넘어가고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의료민영화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경우 대자본을 갖춘 기업형 약국과 배송망이 시장을 싹쓸이, 오랜시간 동네를 지켜온 동네병원과 약국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기술의 발전은 공공성과 안전이 담보될 때 비로소 모두를 위한 혁신이 된다"며 "공공의료를 지키는 엄격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약국체인 업계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약국 체인업체 대표도 "오프라인에서 분산 보관되던 진료·조제·복약 정보가 단일 민간 플랫폼 사업자에게 집중되고, 집적된 데이터가 다시 노출순서와 추천 알고리즘, 광고 단가산정에 재활용될 경우 종속→영리화→불공정의 자기강화는 악순환될 수밖에 없다"며 "민간 기업에 대한 공공 데이터 제공이 플랫폼 독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약국의 구매·조제 정보 제공은 재고돼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건약 대표를 맡고 있는 전경림 약사 역시 의료의 민영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전 대표는 "의료데이터가 한 곳으로 모이고 민간기업의 접근과 활용이 확대되면 의료 정책의 중심 축 자체가 '어디에 어떤 의료가 필요한가'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모아 어떤 서비스를 상품화할 것인가'로 옮겨 가게 된다"며 "특히 의료정보는 한 번 유출되거나 재식별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민감 정보로, AI기본의료와 디지털헬스케어는 지역·필수·공공의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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