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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상 성공에도 쉴 틈 없었다"…한미 '에페' 개발팀의 3년

  • 김진구 기자
  • 2026-10-12 0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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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약품 신제품임상팀 7인 인터뷰…국산 첫 GLP-1 비만신약 개발 뒷이야기
  • 448명 임상 데이터 두 달간 집중 검증…환자 모집부터 안전성 관리까지 난관
  • 식약처 보완 대응에만 수개월…"우리 손으로 키운 자식 같은 제품, 훨훨 날길"
한미약품 신제품개발센터 신제품임상팀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위약 대비 우월한 결과를 그래프로 확인했을 때 '아, 이거 되겠구나' 싶었죠."

한미약품 신제품임상팀 강은실‧정민숙 그룹장과 팀원들이 비만 신약 '에페'(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공을 확신한 순간이다. 국내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의 결과를 내부적으로 처음 확인했을 때였다.

체중 감소 효과는 개발팀이 임상 설계 단계에서 예측했던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두 가지 일차 평가변수에서도 모두 통계적 우월성이 확인됐다. 수년간 매달린 신약 개발의 성과가 숫자로 증명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과를 확인하고도 자축할 여유는 없었다. 곧바로 임상시험 결과보고서와 경영진 보고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보완 요구에 대응하는 과정은 또 다른 고비였다.

지난 7일 오전 만난 한미약품 신제품임상팀 실무진 7명은 에페 개발 과정을 이같이 회상했다. 임상 설계부터 환자 모집, 시험기관 관리, 데이터 검증, 통계 분석, 허가 대응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난관을 넘어야 했다.

공교롭게도 인터뷰가 끝난 지 몇 시간 뒤 에페는 식약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개발된 45번째 신약이자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첫 GLP-1 계열 비만 신약이 탄생했다.

식약처는 이날 에페오토인젝터주 2·4·6·8·10mg 등 5개 함량을 허가했다. 허가의 핵심 근거가 된 국내 3상에서 40주 평균 체중 감소율은 에페 투여군 9.75%, 위약군 0.95%였다. 체중을 5% 이상 감량한 환자 비율은 각각 79.42%, 14.49%로 나타났다.

간결한 수치로 정리된 임상 성과지만, 그 수치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사노피 권리반환 후 재도전…과거 임상 데이터가 자산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발점은 비만 치료제가 아닌 당뇨병 치료제였다. 한미약품은 자체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2015년 사노피에 기술수출했다. 이후 사노피 주도로 글로벌 대규모 임상까지 진행됐지만 2020년 권리가 반환됐다.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가 흔들린 사건이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축적된 임상 데이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비만 치료제로 개발 방향을 구체화한 시기는 2023년 초 무렵이다.

강은실 CR1그룹장은 "기존 1·2상과 글로벌 당뇨병 임상에서 확보한 자료가 상당히 많았다"며 "약동학과 면역원성 등 앞서 확인한 결과들을 비만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은실 CR1 그룹장(왼쪽), 정민숙 CR2 그룹장.

기존 임상 데이터는 특히 목표 용량과 증량 방식을 결정하는 데 유용했다. 비만 치료제는 충분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보하면서도, 투약 초기의 위장관계 이상반응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이랑 CR1그룹 파트장은 "기존 임상에서 증량하지 않고 투여하는 방식부터 2주 또는 4주마다 증량하는 방식까지 다양하게 평가한 경험이 있었다"며 "이런 자료를 토대로 비만 환자에게 적합한 목표 용량과 증량 단계를 설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경험은 개발 기간을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 국내 3상을 시작하려면 목표 용량과 평가변수 등 각각의 설계 요소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필요했는데, 앞서 확보한 자료가 이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환자는 예상보다 빨리 몰렸는데…안전성 정보 수집에 임상팀 '진땀'

국내 임상 3상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환자 모집이 오히려 실무진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비만 치료제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환자 등록이 단기간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모집이 빠르다는 것은 개발 일정 측면에서 긍정적이었지만, 임상 운영 실무진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됐다.

정민숙 CR2그룹장은 "단기간에 대상자가 많이 등록되면서 투약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다"며 "안전성 정보를 집중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시기가 몰렸고, 이후 임상시험 종료 시점도 비슷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기 증량 과정이 문제였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투약 초기 오심과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많은 환자가 비슷한 시기에 투약을 시작하니 각 시험기관에서 수집해야 할 안전성 정보도 동시에 늘어났다.

박지영 CO1그룹 파트장은 "대상자들이 짧은 기간에 많이 등록되다 보니 이상사례도 집중됐다"며 "각 시험기관을 모니터링하면서 안전성 정보가 누락되지 않도록 확인하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부담은 약동학 평가였다. 기존 글로벌 당뇨병 임상 자료는 충분했지만, 국내 환자에 대한 약동학 자료가 부족해 이번 3상에 약동학 평가를 결합해야 했다.

박지영 파트장은 "3상 시험기관의 의료진은 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업무에 익숙했다"며 "여기에 보통 1상에서 진행하는 약동학 평가를 위한 채혈과 검체 수집 절차까지 수행하도록 관리해야 해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달 안에 448명 데이터 검증…임상 막바지 총력전

환자들의 최종 방문 시점도 비슷하게 몰렸다. 두 달 안에 448명의 데이터를 검증하고 데이터베이스를 확정해야 했다. 정민숙 그룹장은 이 시기를 가장 숨 가빴던 순간 중 하나로 기억했다.

정민숙 그룹장은 "8월에 마지막 대상자가 40주 방문을 마쳤는데, 두 달 뒤에는 데이터를 잠그고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 일정이었다“며 ”그 두 달 동안 448명의 데이터를 전부 확인해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임이랑 CR1그룹 파트장, 박지영 CO1그룹 파트장, 장정주 DM/STAT 그룹 파트장(왼쪽부터)

단순히 입력된 숫자를 취합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환자의 체중과 검사 결과, 이상사례 기록 등을 확인하고 누락되거나 일치하지 않는 자료는 시험기관에 재확인을 요청해야 했다. 임상 운영 담당자는 의료기관을 확인했고, 데이터 관리 담당자는 자료의 정합성을 검증했다. 메디컬 모니터 담당자는 의학적 관점에서 자료를 다시 검토했다.

통계 분석도 쉽지 않았다. 개발팀은 투약 중단이나 다른 비만 치료제 사용 등 임상시험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통계적으로 어떻게 반영할지 사전에 정의하는 '에스티먼드(Estimand)' 개념을 도입했다.

장정주 DM/STAT그룹 파트장은 "대규모 데이터를 장기간 관리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통계 분석에도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해야 했다"며 "해외 임상시험 사례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분석 방법을 마련하고 식약처에도 적용 근거를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임상 성공했지만 허가까지 또 난관…식약처 보완에 수개월

임상 3상에서 목표했던 결과를 확보했지만, 최종 허가까지 또 다른 난관이 남아 있었다. 강은실 그룹장이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은 것은 식약처의 품목허가 심사였다. 임상 결과를 정리해 허가자료를 제출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보완의견이 돌아왔다.

강은실 그룹장은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받아본 보완의견 중에 가장 많았다”며 “보통 한두 장 정도 받는데 이번에는 몇 배에 달하는 상당히 깊이 있는 자료를 요청받았다"고 회상했다.

요청받은 내용도 만만치 않았다. 기존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는 수준을 넘어 환자군별 분석을 새로 수행하고 결과의 과학적 근거를 설명해야 했다. 강은실 그룹장은 "이런 분석을 해볼까, 저런 방식으로 설명해볼까 고민이 많았다"며 "보완의견에 대한 답변을 작성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심사가 까다로웠던 배경에는 국내 개발 첫 GLP-1 계열 비만 신약이라는 특수성이 있었다. 해외에서 이미 허가된 제품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과 달리, 에페는 국내에서 최초로 품목허가를 신청한 제품이었다.

특히 비만 치료제의 오남용 가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중요했다는 게 개발팀의 설명이다. 강은실 그룹장은 "비만 치료제는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수요도 있을 수 있고 오남용 우려도 있다"며 "식약처에서도 이상사례와 안전성에 대해 굉장히 깊이 있는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CRO 없이 직접 임상개발 수행…부서 간 협업이 성과로

한미약품은 에페 임상을 진행하면서 외부 CRO에 주요 업무를 맡기지 않고, 임상 운영부터 데이터 관리, 통계 분석까지 직접 수행했다. 업무 부담은 컸지만 부서 간 긴밀한 소통으로 문제 해결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남수희 CO1그룹 선임(왼쪽), 이은희 CS&O그룹 선임

남수희 CO1그룹 팀원은 "CRO 없이 직접 임상시험을 관리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 속도가 빨랐다"며 "혼자 끙끙 앓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 리더나 데이터 담당자에게 바로 물어보고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은희 DM/STAT그룹 선임연구원에게 에페는 더욱 특별한 과제였다. 회사에 합류한 뒤 뒤 처음 맡은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맡은 과제가 회사에서도 기대가 큰 대규모 임상이었다"며 "연차가 낮더라도 개선 의견을 내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3년 넘게 이어진 개발은 실무진에게 단순한 임상시험 과제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정민숙 그룹장은 "2023년 초부터 3년 넘게 함께해 온 과제인 만큼 팀원들 모두 자식을 키우는 듯한 애착을 갖고 있다"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에페가 앞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이랑 파트장도 "에페는 임상팀의 피와 땀, 눈물이 담긴 제품"이라며 "많은 노력이 들어간 만큼 훨훨 날아올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7일 오전까지 에페의 최종 허가를 기다리던 개발팀은 이날 오후 품목허가 소식을 맞았다. 임상 설계부터 허가 대응까지 3년 넘게 쌓아온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에페 개발팀이 쌓아온 경험은 이제 차세대 비만신약을 비롯한 개발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강은실 그룹장은 "비만과 당뇨 임상시험을 직접 진행하면서 많은 노하우가 생겼다"며 "앞으로 다른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에서도 이러한 경험을 활용해 안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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