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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생물학적제제 유통규제'는 탁상공론?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1일 의약품유통업체 세 곳을 방문했다. 생물학적제제 유통 규칙과 관련한 업계 준비상황과 현실적 어려운 점을 듣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새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미 개정된 '생물학적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은 지난 1월부터 시행됐는데, 3개월이 지나 가이드라인을 다시 만들게 된 연유가 있다. 비용이나 준비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생물학적제제 유통 기준을 크게 높이면서 의약품유통업계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통 수수료가 낮은 생물학적제제 운송비용이 너무 높아지다 보니 '차라리 취급하지 않겠다'는 업체들이 속출했다.

인슐린처럼 소량을 자주 약국으로 배송해야 하는 일부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온도 관리의 까다로움도 지적됐다. 개정된 규칙에 따르면 생물학적제제를 배송할 경우 자동온도기록장치가 설치된 수송용기를 사용해 2~8도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이 기록은 2년 간 보관해야 한다.

'단 한번도' 지정된 온도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규정과 달리 현실에서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순간적으로 온도가 기준 범위에서 벗어날 때가 있다. 물론 이 경우 오랜 기간 규정 온도를 이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규정 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된다. 이 문제를 놓고 의약품유통업체들은 골머리를 싸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직접 주문제작한 용기를 포함해 갖가지 수송용기를 갖다 놓고 매일 실험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어떤 냉매제를 몇 개 넣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너무 무겁지 않고,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24시간 온도관리가 잘 되는 용기와 냉매제 종류와 수를 식약처가 제시해달라는 하소연이 나올 법도 하다.

완벽한 콜드체인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긴 준비기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다. 특히 의약품유통업체는 몇몇 대형 기업을 제외하곤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생물학적제제 콜드체인에 많은 비용을 쏟을 여력이 없는 업체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올해부터 시행해야 된다는 마음에 급급해 탁상공론으로 만든 규정을 공표 6개월 만에 실시했다. 업계 반발이 커지자 6개월 계도기간을 부여했지만, 계도기간 종료일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식약처는 가이드라인에 상세한 내용을 담겠다고 했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당장 7월 17일부터 규정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처벌이 뒤따른다. 가이드라인을 다시 만들어 공표하고, 이에 맞춰 업체들이 준비를 마치기까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생물학적제제 운송 규정을 강화하게 된 본래 목적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약을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문서 상 날짜를 맞추는데 급급하다 보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취지로 만든 규정이 오히려 문제를 유발하는 셈이다. 이쯤에서 규정 강화의 취지를 다시금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장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나가는 혜안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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