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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약사네 인생템?"...고객이 원하는 약국으로[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항상 갈때마다 친절하십니다. 과하게 약도 권유하지 않으시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집 근처 약국도 있지만 조금 더 걸어 인생약국에 갑니다.""상호명 그대로 저의 인생약국이 될 것 같아요. 늘 친절하신 약사님, 약 봉투에 상세한 내용까지 적어주시니 너무 좋아요."약국 이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생한 후기다. 인생샷, 인생템 등 '인생'을 넣어 진정으로 애정하는 무언가를 지칭하는 표현이 보편화됐다. 그렇다면 '인생약국'은 어떤 모습일까.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의 약국. 양쪽 벽면은 약장으로, 가운데 스툴은 대기 공간으로 활용된다. 직간접 조명과 흰색과 나무색 등을 적절히 배합해 깨끗한 느낌을 더한다. 인생약국 김현아 약사. 세종시 나성동에 위치한 인생약국은 말 그대로 소비자들의 인생약국이라는 칭찬이 자자한 곳이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는 약국이 되고 싶다'는 김현아(40·동덕여대) 약사의 꿈이 담긴 그의 두번째 약국이기도 하다.경기도 고양에서 모두의약국을 운영했던 그가 이곳에 자리 잡은지도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이전 약국이 '이미 잘 조성됐던 신도시의 번화한 학원가'에 위치했었다면, 인생약국은 이제 막 뿌리 내리는 신도시에 위치해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지난해 10월부터 입주해 이제 갓 도시로서의 모습이 갖춰지고 있는 곳이다. 김 약사 역시 주말부부를 청산하고 이곳 세종에 둥지를 틀게 됐다.두번째 약국이지만 전혀 다른 입지에서, 그것도 신도시에서 개국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신도시의 경우 대부분 차량으로 이동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슬세권(슬리퍼+세권)이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그는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너른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층약국으로 정하되,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름부터 인·익스테리어와 콘텐츠를 모두 담았다.인생약국의 모토는 '약사에게는 아름다운 공간을, 고객에게는 편안한 공간을'이다. 첫 개국에서 다소 아쉬웠던 동선 등을 특히 신경썼고, 아늑하고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직·간접 조명과 음악, 편안하지만 충만한 에너지를 주는 오렌지색과 나무톤, 흰색을 적절히 배합했다.인생약국의 투약대와 가장 반응이 좋은 '김약사네 인생템' 코너. 양쪽으로 약장을 비치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했으며 가운데는 스툴식 의자로 대기공간을 뒀다. 제품 간에도 적절한 공간을 둬 각각의 제품들이 눈에 잘 띄도록 했으며, 제품도 기울여 진열했다.소비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약을 기울여 진열하고 있다. 약국 실내외에 붙이는 POP는 과감히 생략했다. 약이나 건기식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함이지만 약국 내 심플, 모던한 분위기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신 '김약사네 인생템' 코너를 구비해 그가 강조하고 싶은 제품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인생약국에는 '캐나다 약사면허 소지. 선진국형 복약지도'라는 안내가 붙어있다. 캐나다 면허를 소지하고 근무했던 경험들을 약국에 고스란히 녹여 냈다는 뜻이기도 하다.약국 밖에서도 약국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캐나다 약국들도 약에 대한 홍보물은 거의 부착하지 않아요. 대신 일반약 CF 광고가 많아요. 투약대에는 약사가 하고 있는 직능에 관한 정보나 올바른 약물 복용법, 약국 내 클리닉에 관한 정보가 있죠."이전 약국에서도 그랬듯, 인생약국에는 '복용하실 약에 대해 의사, 약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변경사항 ▲지속적인 복용 ▲올바른 복용법 ▲복용 후 관리 ▲다음번엔? 5가지 질문과 복용하고 계시는 약을 알려주세요, 의약품 오남용 및 부작용 등 주의사항을 반드시 숙지하세요라는 안내가 투약대 위에 명시돼 있다."약을 드릴 때 '왜 드시는지'를 여쭤보는데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때 이 부분들을 알려드리면 보다 쉽게 얘기하실 수 있고 아무래도 약국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면 얘기를 이끌어 내기 더 좋죠."조제실 공간도 확보했다. 옷장과 캐비닛을 붙박이장 형태로 설치하고, 조제실 안쪽 공간도 넓게 확보해 쉬거나, 방학기간 중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아직까지 처방이 많지 않지만 ATC를 설치함으로써 환자들이 대기하는 시간을 줄이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 ATC와 로봇 청소기도 구비했다.김 약사가 추구하는 인생약국은 캐나다 약국의 시스템과 한국 약국의 접근성 등 각각의 이점을 살려 소비자 친화형 약국을 만드는 것이다. "캐나다 약사들은 친절한 복약지도를 넘어 매우 체계적으로 환자들과 소통하는 복약지도를 하고 있고, 의사의 긴밀한 협조 하에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이런 캐나다형 복약지도와 커뮤니케이션을 한국 약국에 접목하려고 노력 중이죠."한 분 한 분에게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이 크다 보니 처음에는 낯설어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세세한 복약지도를 반기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세종시 평균 나이가 37세라고 하더라고요. 젊은 분들은 본인들이 복용하는 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또 상대적으로 연세 드신 분들은 기존에 드시던 약들까지 함께 설명해 드리다 보니 멀리서 처방전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아직은 약국이 한가하다 보니 환자 한 분, 한 분을 케어해 드리는 게 가능하기도 하고요."그는 여름방학 때부터 어린 아이들이 약국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약국 키자니아'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또 육아로 중단했던 약사를 위한 온라인 영어 대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약국 이용 세미나, 수험생 및 해외 여행에 대비한 약국 영어 교육 등도 진행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김현아 약사는 세종으로 이주해 온 본인과 같은 이방인들에게 조금이나마 건강이나 지역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함께 자리잡아 가고 싶다고 말했다."제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처럼 이곳에 거주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세요. 그러다 보니 약을 타러 오셨다가 가족들 건강을 상담하시기도 하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커피를 들고 오시기도 하고요. 제가 처음 고양에 약국을 개설했을 때 신도시에 처음 자리잡으셨던 토박이 분들이 따뜻하게 저를 맞아 주셨던 것처럼, 저도 이 도시와 함께 나이들어가며 동네 인생약국으로 정착하는 게 꿈이에요."2022-07-08 13:11:44강혜경 -
"버텨야 산다"...광명뉴타운 재개발에 역세권 약국 들썩[데일리팜=정흥준 기자] 광명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는 인근 역세권에 신규 약국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 거주민 이전이 계속될 예정이라 약국 경영엔 악재가 남아 있지만, 수년 뒤엔 오히려 인구가 대거 유입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특히 광명사거리역은 광명뉴타운 중심 역세권으로 부침이 심한 지역이다. 재개발이 확정된 복수의 구역들이 역을 둘러싸고 있어 재건축과 거주 이전이 한창이다.한쪽에선 2000세대 아파트가 완공돼 입주가 이뤄지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4000세대 아파트 단지 조성을 위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일부 구역은 내년에 건물들을 허물기로 결정해 거주 이전을 앞두고 있는 곳도 있다.이 같은 변화가 광명사거리역에서 불과 500~800미터 안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주변 상권 또한 요동칠 수밖에 없다. 지역 약국가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재건축을 위해 주민들이 이전을 하면서 기존 약국들은 매출 감소를 체감했다.광명사거리역을 둘러싸고 있는 뉴타운 재개발 구역들. A약사는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공사를 하면서 먼지만 날린다. 기존 약국들 중 오래된 곳들은 자가로 운영되는 곳들이 여럿 있어 견딜 만 할 거다. 그렇지 않은 곳들은 힘들다. 아파트가 다 지어지고 사람들이 돌아오기까지 한참이 걸릴 것”이라고 토로했다.또 다른 B약사도 “아무래도 약국에 오는 사람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구역 별로 다르다. 이미 이주를 했거나, 이주를 앞두고 있는 곳이 있다. 약국도 어디에 위치해 있냐 따라 영향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부동산 관계자들도 주민 이주가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수년 간은 상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지역 부동산 한 관계자는 “이주를 하고 있고 내년에도 계속 이주가 이뤄진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줄어든 시기지만, 그래도 광명사거리역은 꾸준하게 사람이 몰리는 곳이다. 또 건물이 올라가고 입주가 완료되면 2만 세대 이상이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고 했다.이 관계자는 “또 광명시장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재래시장이다. 유입 인구가 많다 보니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은 약국들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다만 처방이 꾸준히 나오는 병의원이 있는 건물엔 약국들이 이미 다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완료 시 늘어나게 될 거주인구를 생각해 약국 입지를 미리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작년부터 4개 약국이 신규 개설했는데 약사들은 미래 기대수익을 고려한 개설이라고 분석했다.지역 B약사는 “광명 특성 상 노령 약사 분포가 높다. 인구 수 대비 약국 수가 적기도 하다. 20~30년씩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들이 많다 보니 슬슬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지역적인 특징도 있다. 생필품을 구입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주변 지역에서 사람들이 몰린다. 광명시장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곳이라 많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이어 B약사는 “이미 입주가 된 단지들도 있고, 나머지 재개발도 완료가 되면 인구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걸 기대하고 신규 개설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리를 찾아서 많이 오는데 약국이 들어올 자리가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대로변으로도 구건물을 허물면서 신축 상가들이 지어지고 있었고, 신규 의원들이 입점하며 약국 개설을 예고하고 있는 곳들도 있었다.A약사는 “다른 지역에서 운영하던 의원이 이전 개원을 하며 약국이 늘어난 곳도 있다”고 했고, 또 다른 C약사도 “신규 정형외과가 들어온 건물에도 새로 약국이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광명사거리역은 철산역과 함께 광명시 최대 번화가로 분류되기 때문에 역세권 임대료는 높은 편이었다.복수의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역세권 대로변 상가 보증금은 1억~2억원이며 임대료는 500만~1500만원까지 다양하다.부동산 한 관계자는 “신축 리모델링 건물에 정형외과가 들어오는데, 1층 약 20평 규모 상가 월세는 약 1000만~1500만원이다. 보증금은 약 2억원이다”라고 했다.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상가 규모와는 무관하게 역 출구와의 거리나 위치에 따라 임대료 차이가 크다. 가령 10평에 850만원인데, 2.5배가 넘는 상가는 500만원이다. 30평 규모는 1500만원이 넘는 곳들도 있다”고 전했다.약국 입지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약사들이 대부분 적정한 평수와 임대료를 계산하며 고민에 빠진다는 설명이다.이 관계자는 “인구가 줄어든 것은 맞다. 시장 쪽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약국이 매물로 나오지도 않는다”면서 “앞으로 3년 이상 지나면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게 될 거고, 새로 약국을 알아보는 약사들은 그동안 임대료를 내면서 운영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거 같다”고 했다.2022-06-24 15:46:03정흥준 -
책장이 약장으로…공대 출신 약사의 카페형 상담약국우리두리약국은 흰색 간판의 깔끔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건강할거'약', 부자될거'약', 다 잘 될거'약'약국이 예쁘다 보니 종종 약국을 카페로 오인하는 분들도 있다. 세종시 대평동에 위치한 우리두리약국은 약국이라고 하기엔 카페 같은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카페로 알고 종종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있어 '여기는 카페 아니고 약국입니다'라는 귀여운 문구도 약국 밖에 비치해 뒀다. 개중에는 간판이 너무 예뻐 들어왔다는 소비자들도 있었다.우리두리약국 배동진 약사. 우리두리약국은 공대 출신 배동진 약사(47·충남대 약대)가 심혈을 기울여 2020년 9월 문을 연 네번째 약국이다.서른에 약대에 입학해 3~4년의 근무약사를 거친 뒤 대전에서 2번, 충남에서 1번 개국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전 약국들이 처방전 위주였다면, 우리두리약국은 처방에 얽매이지 않는 상담형 약국을 모토로 하고 있다.처방 위주 약국을 해왔기 때문에 이같은 상담형 약국 전환이 쉽지만은 않았다.하지만 코로나 시국에서 소아과, 이비인후과 약국들이 타격을 입으며 속절 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는 일반약과 상담을 위주로 한 약국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것. 처방이 아예 없는 아니다. 같은 건물에 치과 2곳과 정신과가 있고, 인근에 산부인과가 있다 보니 흘러 들어오는 처방전도 있다. 하지만 처방전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배 약사의 뜻은 변함 없다.약국의 조명과 식물, 소품 등은 배 약사가 손수 골랐다. 처방이 적은 대신 상담을 요청하는 한 분 한 분에게 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 있고, 블로그 관리 등에도 힘을 쏟을 수 있어 상담형 약국 전환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주 고객층은 30, 40대로 영양제 상담이나 어린이 영양제 상담은 그의 전문분야이기도 하다.우리두리약국은 '우리'와 '두리' 아들의 이름을 따 만든 대한민국에 하나 뿐인 약국이다. "배우리, 배두리 아이들 이름을 따서 약국 이름을 지었어요. 주 고객층들도 저희 아이들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말이 잘 통하죠."인테리어 콘셉트부터 약장, 소품까지 공간 곳곳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 싫어, 세 번의 개국 경험을 살려 도면 설계부터 약장, 조명, 인테리어 소품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그리고 찾아 다녔다. "지난 경험들을 토대로 불편했던 부분들을 개선하고, 직접 줄자를 들고 다니며 사이즈를 재고 도면을 그렸죠. 발품을 팔고 인터넷을 서칭해 약장과 조명도 꼭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게 됐어요. 비용도 절감하게 됐죠."배동진 약사가 직접 그린 약국 도면. 책장을 활용해 약을 진열하고 있으며, 파스는 기울기가 있는 책장을 활용했다. 또 매대 간 간격을 조율해 동선 활용도를 높였다. 우리두리약국은 보편적으로 약국에서 활용하는 흰 약장 대신 '책장'을 사용하고 있다. 직접 조립도 했다. "딱딱한 장보다 예쁘고, 키 높은 책장부터 기울기가 있는 책장까지 잘만 쓰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영양제와 같이 단단한 박스에 담겨 있는 제품의 경우 키 높은 책장에, 세우기 어려운 파스류는 기울기가 있는 책장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한 눈에 제품을 비교하고 고를 수 있도록 했다.여기에 그물망 형태의 중간 매대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들을 비치해 뒀으며, 라운드형 의자를 둬 편안히 앉아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약국 곳곳에 식물과 소품, 조명을 활용했으며 은은한 음악을 흐르도록 해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더한다."처방이 없어서 어떡하냐는 분들도 있지만 이제 약사가 되고 15, 16년 정도 되니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어요. 제대로 된 영양제 전문 약국을 만들어 보고 싶은 게 제 꿈이었고요, 지역에서 주민들이 편안하게 들러 건강에 관한 것들을 물어보시고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복약대 조명과 조제실 입구 라운딩 등도 모두 배 약사의 아이디어다. 배 약사는 지역사회 '명예사회복지공무원'도 맡고 있으며, 착한가게 나눔캠페인에도 동참하고 있다. 동네를 기반으로 약국이 운영되고, 수익이 창출되는 만큼 다시 지역을 위해 나누고 함께 해 나가겠다는 게 그의 목표이기도 하다."이웃 주민들의 건강 소통 창구로서 사람냄새가 나는, 제품이 아닌 약국을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2022-06-24 13:02:03강혜경 -
"고객들이 건강할 때 쇼핑하러 오는 약국이 목표"[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개국은 머나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국장이 됐고, 약국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구나 뼈저리게 느꼈죠. 하지만 상황에 맞춰 이렇게, 저렇게 방향을 바꿔 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충북 청주시 오송읍 오송이화약국은 MZ세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은은한 조명과 살구색 빛 포인트 벽, 타일, 거울은 약국을 상징하는 포토존이다. 여기에 효능·효과별로, 제약사별로 구비된 다양한 의약품과 의약외품, 친절한 라벨링은 내게 필요한 약을 일차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이정표가 된다.오송이화약국 박희은 약사. 약국깨나 해봤을 법한 인테리어와 제품 구성이지만 오송이화약국은 박희은 약사(34·이화여대 약대)가 한땀 한땀 계획하고 공들여 만든 첫 번째 약국이다.'40살이 되면 개국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졸업 후 병원약사로 2년 일하고, 8년 간 제약회사에서 영업마케팅을 맡아 왔기에 30대 중반에 개국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연고 하나 없는 오송을 선택하리라고는 감히 상상해본 적 없던 일이었다."육아 휴직을 할 당시 남편이 오송에서 근무하게 돼 내려왔던 게 벌써 4년이더라고요. 복직을 해서 오송과 서울을 오가며 출퇴근을 하기도 했지만 급변하는 개국 상황을 전해 들으며 지금이 아니면 약국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국을 결심하게 됐죠."하지만 약국 자리를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자리가 없는 데다, 개국에 대해 속시원히 말해 줄 사람도 없었기에 온라인으로, 발품 팔아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그러다 동네에 병원 간판이 붙은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계약했다.첫 개국의 목표는 '예쁜 약국, 즐거운 약국, 가고 싶은 약국'이었다. 개국 약국이 2만개를 넘어선 상황에서 그저 그런 약국이 아닌 가고 싶은 약국을 만드는 것이었다.오픈 초기 박 약사는 오픈 갤러리를 통해 쉼과 여유가 있는 약국을 목표했다. 그는 SNS를 통해 틈틈이 봐왔던 다른 약국과 공간 디자인을 참고해 약국의 콘셉트를 정했고 로고며 인테리어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약국이 바쁜 곳, 딱딱한 곳으로 인식되는 게 싫었던 그는 오픈 갤러리 공간도 별도로 마련해 그림 구독 서비스도 신청했다."흔히 약국을 가기 부담스러운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바빠 보이는데 말 걸기 부담되고. 그래서 오송이화약국은 편안한 공간, 오셔서 두런두런 얘기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동네에 예쁜 약국이 생기자 '한 번 와 보고 싶었다'며 일부러 찾아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두 번째 난관을 마주했다. 요양병원이지만 산부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외래 진료도 본다고 해 내심 고정 처방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외래 처방이 적었던 것이다.살구빛 포인트 약장에는 다양한 제품이 구비돼 있다. 처방이 적다면 일반약이나 건강 상담을 통해 약국을 키워나가자고 결심한 박 약사는 '건강할 때, 쇼핑하러 오는 약국'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소비자들이 찾는 다양한 약과 외품을 구비하고, 내공을 쌓겠다 마음 먹고, 휴베이스 체인에 자발적으로 가입했다."다양한 제품을 구비해야 하다 보니 현재는 오픈 갤러리를 포기했지만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은 웬만해서는 다 갖추고 있어요. 어떤 제품들을 구비해 두는 게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고요."그의 꼼꼼한 성격은 샘플링과 라벨링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연령대가 많다 보니 아이 마스크만 해도 각각의 제품을 샘플링해서 두께와 크기 등을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했으며, 피임약 코너에도 '31세 이상 흡연자는 경구피임약 복용 금지'라는 간과하기 쉬운 안내도 부착해 놨다.육아맘인 박 약사는 소비자들을 위해 마스크 하나도 샘플링을 해놨으며, 피임약에도 '31세 이상 흡연자는 경구피임약 복용 금지'라는 안내문을 부착해 놨다. 누구에게나 사교적인 성격 덕에 한 번 오송이화약국을 와 본 사람이라면 다시 약국을 찾게 된다. 16개월이 지난 지금은 멀리서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을 찾아주는 단골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주말에도 문을 열고 평일도 오후 8시 40분까지 약국을 운영하다 보니 꼭 퇴근 길에 들러 약을 사가는 고정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약국에 미래는 없다는 냉소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휴베이스에 가맹하고 난 뒤 멋진 선배들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되면서 제 마인드도 변하게 됐어요. 첫 개국이었기에 막막했지만 이제는 40대의 나, 50대의 나는 어떤 약사가 돼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되고 약국에 관한 부분들은 물론 육아, 인생에 대해서도 조언을 들을 수 있어 든든해요. 혼자 약국을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든든하죠. 개국 4개월 뒤 만난 휴베이스가 내게는 변곡점이었어요."그는 시간을 쪼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운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오송이화약국 인스타그램 피드. "다른 약사님들과의 소통, SNS 이용자들과의 소통이 내게는 힘이 되고 배움이 돼요. 당장 6월 24일부로 병원이 폐업을 하는 게 또 다른 변수이긴 하지만 편하게 와서 물어볼 수 있는 단골약국이 되는 게 앞으로의 목표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겠죠. 제가 이 곳 오송에 왔을 때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셨듯 저도 지역 주민들을 위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편안한 약사가 되고 싶어요."2022-06-17 15:05:32강혜경 -
광명중대병원 약국 타운, 고분양가 장벽에 '썰렁'중앙대광명병원(왼)과 약국타운이 조성된 M클러스터 상가건물.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올해 3월 개원한 중앙대광명병원에 10개 약국이 들어서는 약국타운이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당초 계획과 달리 2곳만 입점하며 약사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현재 중앙대광명병원 외래처방 환자를 소화하는 약국은 인근 지식산업센터 상가 건물에 입점한 2개 약국을 포함 총 4곳이다.병원 옆 상가 건물에 이례적으로 약국타운 간판까지 내걸었지만 8개 상가는 덩그러니 공실로 남았다. 여전히 약국 지정업종으로 분양을 진행 중이지만 개설 약사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10개 상가에 약국 분양을 시도했지만 8개 상가는 공실로 남았다. 높은 분양가와 대중교통 이용 불편, 건강검진센터 분원 추진 등 이유로 약국 입지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특히 평당 약 1억8000만원에 달하는 분양가는 약사들에겐 큰 장벽이다. 상가 면적과 문전약국 적정 규모를 고려하면 40억~90억원에 형성돼 있었다.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8개 상가가 남아 있지만 모두 분양이 이뤄지지 않았고 따라서 임대로는 불가한 상황이다. 분양가는 24평에 44억, 51평에 95억이다”라며 “만약 임대가 이뤄진다면 보증금 약 10억원에 월세 1500만~2000만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또 약국타운이 직사각형으로 길게 늘어선 상가로 조성돼있어 내부로 들어갈수록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도 높은 분양가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광명역과 거리가 멀지 않지만 KTX역으로서 일반 지하철역과는 달리 접근성이 떨어지고, 고대구로병원과 성애병원 등 대형병원과 경쟁 구도라 환자들이 분산된다는 점도 작용했다.다만 병원과 도로 하나를 두고 조성된 대규모 지식산업센터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 향후 유동인구 증가가 예상된다. 현재로선 공실률이 60%를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인근 지식산업센터 상가에도 2개 약국이 입점했다. 해당 상가에도 병원 방향으로 2개 약국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한 곳이 개원을 하면서 일부 처방이 나오고 있지만, 지식산업센터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중대병원 처방은 상당수 약국타운에서 소화한다. 물론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상가이기 때문에 약국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높지는 않다. 상가 입주가 되고 있고 문의도 있어서 서서히 활기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하반기 개원 예정인 중앙대광명병원 건강검진센터가 멀리 떨어져 분리 운영된다는 점도 영향이 컸다.병원은 일직동에 위치해 있지만, 검진센터는 소하동 신규 건물 일부를 사용할 예정이다. 약 3km 떨어진 곳에 새로 건물이 지어졌고, 3층에 중앙대광명병원 검진센터가 입점하게 된다.중대병원이 있는 일직동이 아닌 소하동에 건강검진센터가 들어선다. 메가박스 영화관과 지식산업센터, 농협, 골프아카데미 등 여러 시설이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약국도 이미 1층 3개 상가에 지정업종으로 분양, 임대가 진행되고 있다.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건물엔 검진센터 외에도 병의원들이 입점 예정이다. 약국 임대료는 22평에 약 900만원이 책정돼있었다.이 관계자는 “3층에 검진센터가 들어오고 2층엔 병의원들이 입점할 거다. 9월 경에는 운영 예정이다. 일정이 조금 늦어질 순 있지만, 늦어도 하반기엔 오픈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 환자 동선을 고려해 이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2곳의 약국은 이미 분양을 마쳤다.지역 한 약사는 “병원 면적 때문에 검진센터가 따로 생기는 것 같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이와 관련 중대광명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처음 들어설 때부터 지자체와 협의가 된 바 있다. 검진센터는 소하동에 운영하기로 했고 하반기부터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2022-06-10 18:05:48정흥준 -
항문 전문제품 특화...온라인몰 월 6천만원 매출 거뜬[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잘먹고, 잘자고, 잘싸는' 일은 성별과 연령을 망라하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드러내 놓고 말하기 민망하고, 더럽다는 편견으로 쉬쉬하게 되는 게 대장항문 관련 질환이기도 하다.'건강하고 아름다운 항문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이정미 약사(50·이화여대 약대)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항문건강 토탈케어샵 '똥꼬샵'을 통해 소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항문건강 토탈케어샵 '똥꼬샵'을 운영 중인 서울 중구 허브약국 이정미 약사. 10년 넘게 대장항문전문병원 문전약국을 운영해 오며 수많은 환자들을 마주해 왔기 때문에 그에게는 전문 분야이며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2011년 남편과 함께 자연주의약국을 운영하던 이 약사는, 현재의 약국 자리로 2014년 독립해 허브약국을 개설했다. 오프라인 약국 이외에 스마트스토어에 관심이 많았기에 건기식 등을 올려 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하루에 2~3건 주문이 전부였기 때문이다.그러다 그가 생각해 냈던 것이 항문건강 토탈케어샵이었다."인근 병원이 이름난 대장항문전문병원이다 보니 치질 수술을 하시는 환자들이 정말 많았어요. 이 분들은 걸음걸이만 봐도 알아요. 엉거주춤 걸어 오셔서 조제 시간에도 앉지 않고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 분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기다리도록 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방석을 구해서 의자 위에 놓게 됐던 게 계기가 됐어요."약국에 적힌 항문건강 10계명과 약장에 채워진 항문건강용품들, 대기 공간에서 직접 앉아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방석들. 사람마다 체형과 자세가 다르다 보니 앉았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방석도 제각각이고, 환자들의 리뷰를 통해 이 약사는 직접 방석 디자인까지 참여하게 됐다.여기에 스마트스토어 매출 효자 상품인 좌욕기도 한 몫 했다."좌욕기를 납품 받아 조금씩 판매했었는데, 납품 업체 사정 상 더 이상 제품을 받을 수 없게 됐어요. 버블 좌욕기 납품 업체를 찾아 공급을 받게 됐는데 좌욕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게 물 온도와 시간, 횟수더라고요."너무 뜨거운 물로 좌욕을 하거나, 장시간 좌욕을 해 오히려 항문 주변이 헐고, 붓고, 가려워 다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보게 되면서 그는 온도측정기를 떠올리고 좌욕기에 온도측정기를 부착하게 됐고, 반응은 성공적이었다."똥꼬샵을 통해 좌욕기와 방석, 치질시트를 판매한다고 할 때 가족들의 만류도 많았어요. 아이들은 '부끄럽다'고 반대했고, 약사인 남편도 스마트스토어에 대해 '글쎄'라는 입장을 보였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관련 질환을 갖고 계신 분들의 니즈가 많았고, 아무래도 약사가 운영하다 보니 전반적인 상담도 할 수 있어 오히려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똥꼬샵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이 최근 입소문 등으로 수요가 늘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똥꼬샵을 열심히 홍보하고 제품 선별과 개발에 주력한 지 1년 만에 현재는 스마트스토어에서만 월 5000만~6000만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좌욕기와 방석, 거즈 이외에도 똥꼬샵에서는 5분 모래시계, 좌욕기 클리너, 자체 개발 치질 시트, 식이섬유, 유산균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약국 한 켠에도 좌욕기와 방석, 거즈 등 수술용품을 비치해 두면서 직접 앉아 보고, 만져보고 제품을 구입해 가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여기에 ▲하루 2~3회 따뜻한 물로 5분 정도 좌욕하기 ▲규칙적인 시간에 매번 하고 5분 이상 변기에 앉아있지 않기 ▲변비, 설사 치료하기: 건강한 장을 위해 유산균과 식이섬유 복용 ▲배변 후 수압이 높은 비데 사용을 피하고 항문에 자극이 적은 천연항문세정제로 씻어주기 ▲오래 앉지 말고 통기성이 좋은 방석 사용하기 ▲잦은 음주, 무리한 다이어트 피하기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으로 과식하지 말기 ▲매일 10분 항문조이기 운동하기 ▲장시간 같은 자세를 피하고 1~2시간 간격으로 스트레칭 하기 ▲항문을 건조하게 하고 통풍이 잘 되는 옷 입기 등의 '항문건강 십계명'을 약국에 부착해 두고 환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직접 환자들을 대하면서 사용해 보도록 하고, 그에 대한 리뷰를 제품 개발 등에 바로 접목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약사로서 가장 재미있고 액티브하게 활동하고 있고, 가족들도 응원해 주고 있어요."앞으로 계획은 보다 다양한 건강기능식품과 식품 등을 똥꼬샵을 통해 소개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항문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이다. 또 항문 관련 제품들에 관심 있는 약사들에게 똥꼬샵 제품을 선보일 계획도 있다.이 약사는 약사들의 전문성이 스마트스토어에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저는 항문에 집중했던 거고, 안과나 관절 등 관련 분야에서 약사들이 얼마든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술 같은 영역은 의사의 몫이지만, 식이나 생활습관 등은 약사들이 케어할 때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영역이잖아요. 저도 정말 많이 공부하게 됐고, 공부가 되더라고요."그러면서 앞으로의 계획도 말했다. "그동안 부끄럽고 더러운 부위로 소외되고 부주의했던 항문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리고 단지 항문 기능을 지키는 것에서 나아가 좀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항문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해 보려고요."2022-06-10 16:36:01강혜경 -
"이 약국 촘말로 좋수다"...제주도에 부는 핑크 바람[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제주 애월읍 핑크약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입을 모아 하는 칭찬이 "잘도 좋수다" "촘말로 좋수다"다. 정말, 참으로 좋다는 제주 방언이다.제주 서쪽 한담해안도로 작은 골목길에 있는 핑크약국은 지난 달 문을 연 신규 약국이지만 SNS와 지역주민들 입소문으로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애월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약국은 유명한 도넛 가게와 함께 꼭 방문해 인증샷을 남겨야 하는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익스테리어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두 핑크핑크한 약국의 국장인 정수현 약사(38·부산대)는 첫 개국에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도 되지만 더 열심히 약국을 살피고, 실력을 쌓아 나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부산이 고향인 정 약사는 우연한 기회로 제주에 내려와 2015년 8월부터 이곳에 정착해 7년째 제주살이를 이어가고 있다."약대를 졸업하고 병원과 약국에서 꽤 오래 근무하며 어깨 너머로 배웠죠. 그런데 개국은 전혀 다르더라고요. 근무하던 약국과 인접해 있던 안과가 이전하면서 갑작스럽게 개국을 하게 됐어요. 국장님이 자리까지 함께 봐주시고, 조언해 주신 덕분에 저도 국장이 됐죠."첫 개국부터 '남들과 다른' 나만의 소신을 인테리어에 반영할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일반적 형태의 평범한 약국을 그렸었다. 하지만 '네가 가장 오랜 시간 있을 곳이니 네가 좋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약국을 꾸려 보라'는 조언을 선배약사들로부터 들었고, 불현듯 인터넷에서 봤던 도넛가게를 착안해 전체 콘셉트를 정하게 됐다."인테리어 업체에서도 처음엔 엄청 당황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하면서 점점 제가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접목해 주셨어요."외관 포인트는 핑크벽과 핑크하트다. 내부 포인트는 핑크 타일과 핑크 카트, 핑크 조명이고, 핑크색 네온사인으로 'Pink Pharmacy'를 부착해 놓은 것도 핑크약국만의 특징이다. 여기에 흰색과 민트색, 카키색 스툴까지 어우러져 전반적인 분위기를 약국답게 만들어 준다. 의약품과 외품은 코너별로 '즐거운 오늘' '사랑을 담아' '효과가 빠른'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미리 준비하면 좋은' '기운이 나게 하는' 등으로 각각 이름을 정했다.또 각각의 제품들을 줄 세워 가지런히 진열해뒀다. "아직은 군데 군데 빈 공간도 있어요.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추가할 건 추가하고 뺄 건 빼기 위해 새롭게 진열해 보기도 하고, 위치를 옮겨 가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인테리어도 인테리어지만, 약국을 이용하는 분들은 꼭 한마디씩 하는 말이 있다. 어쩜 그렇게 설명도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하느냐는 칭찬이다. 변비약을 사러 온 소비자에게 약국에 구비돼 있는 제품의 특징, 맛, 효과, 배아픔 정도를 나열해 설명하자 소비자는 '처음 복용하다 보니 걱정이 컸는데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하며 약을 골랐다."약국이라는 한 공간을 이용하시는 분들이지만,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은 각기 다른 분들이잖아요. 도민들이 오시면 저도 모르게 방언이 튀어나오고, 또 경상도 분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경상도 사투리가 튀어나와요. 어떤 분들이냐, 연령대가 어떻게 되느냐, 어디가 불편하냐에 따라 제가 조금씩 다르게 설명을 드리나 봐요." 이제 갓 50일 된 약국의 국장으로서 어깨도 무겁다. "처음 해 보는 일이다 보니 쉽지는 않지만 예쁘다, 친절하다 이런 칭찬들 이 제게 큰 힘이 돼요. 앞으로 바램은 몇 년이 지나도 지금처럼 깨끗한 약국, 언제와도 편안한 약국이면 좋겠다는 거예요. 주민들이 언제고 불편감이 들면 찾아오시고, 관광객들도 '이런 약국도 있네'라며 한번쯤 찾아주시는 약국이 될 수 있도록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노력하겠습니다."2022-05-27 14:22:02강혜경 -
성남의료원 문전약국들 버티기…2곳은 이미 폐업[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 공공의료'라는 기대 속에 옛 성남시청 부지에 문을 연 성남의료원. 성남의료원은 성남시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전국 최초로 시민들 발의로 설립된 공공의료기관이다.성남의료원 전경. 개원까지 굴곡도 많았다. 국민 건강과 건보재정 안정화를 위해 시민 주도 의료원에서 성분명 처방을 선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시공업체 이슈까지 2년여 개원이 늦어졌다. 또 개원과 맞물려 코로나가 발발함에 따라 입원 치료 병원으로 사용되며 정식 개원이 4개월 가량 미뤄지기도 했었다.하지만 개원 2년차를 맞은 지금, 인근 약국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약국이 즐비해 있고, 처방이 예상보다 적다 보니 손실이 막심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성남의료원 인근 문전약국(왼쪽)과 성남의료원부터 중앙시장까지 약국이 길을 따라 즐비해 있다. 성남의료원 정문(위)과 후문(아래) 문전약국가. 성남의료원은 처방이 모이는 항아리형 상권이 아닌, 처방이 흐르는 형태로 총 12개 약국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인근에 다른 의원 처방을 메인으로 하는 약국들까지 합하면 수는 더 많다.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코로나로 시작부터 현재까지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가장 먼저 문을 연 약국의 경우 반 년 가량을 처방 없이 버텼으며 이후에도 상황이 다이나믹하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며 "개원과 동시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버티자'로 돌아섰고, 이 과정에서 일부 약국은 폐업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문전약국 12곳 중 현재 폐업한 약국은 2곳이다. 정문과 후문 쪽 약국이 각각 한 곳이 폐업했는데, 정문의 경우 상대적으로 의료원과 가장 먼 약국이, 후문의 경우 출입구 폐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후문에 위치한 약국은 폐업신고까지 마무리된 상황이며, 정문 약국은 폐업신고는 하지 않았으나 의약품 등은 모두 정리한 상황이다.정문과 후문쪽 약국 2곳이 폐업을 했다. 문전약국 약사는 "코로나 이슈가 가장 컸다. 어렵게 개원을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고 2년이 흘렀다. 최근 후문이 개방되고 진료가 정상화되고 있지만 처방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 약사는 "약국이 많다 보니 이 중 일부는 폐업을 결정하게 된 것 같다. 작년 말 새로 들어온 약국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최근 성남의료원 이중의 원장의 고압 산소 치료 관련 이슈 등도 불거지면서 일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또 다른 약사도 "전체 처방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약국으로 오는 처방전은 사실 많지 않다. 단순 진료나 처방 수정 등도 카운트가 섞여 나오기 때문에 병원 측에 외래 처방건수 등을 문의해 봤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면서 "처방 건수 자체가 적은 데다, 주택가에 약국이 형성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규모 대비 많은 약국들이 개설된 것 같다"고 말했다.성남의료원 인근에 위치한 수진역과 성남중앙시장 인근으로는 최근에도 약국이 신규 개설되면서 포화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중앙시장 인근 약사는 "반경 1km 이내에 약국이 40여 개나 있다. 1의원 1약국 형태로 계속해 약국이 개설되고 있으며, 최근에도 2곳이 추가 개설됐다"면서 "컨설팅의 무리한 작업 등으로 보여지는데 이로 인한 출혈 경쟁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이미 이 약국들 중 일부는 주변 약국들보다 적으면 수백원에서 수천원까지도 비처방영역에서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있어 시비로 이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약사는 "지역약사회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면서 "인근에 병원임대건물 신축공사 등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 지역 약국들이 앞으로도 개폐업을 반복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2022-05-23 16:07:06강혜경 -
제주도 핫플레이스 된 약국...고객과 소통하는 경영[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제주 시내와 시외를 잇는 봉개동에 위치한 번영약국. 메탈릭 실버와 청보라 빛 조명이 감도는 진열장에 호텔 로비에서 나올 법한 클래식 음악까지, '세상 힙한 약국'으로 꼽힌다.오원식 약사. 조명부터 동선, 진열장 각도, Zone별 이름 하나까지 번영약국에는 허투로 된 게 하나도 없다. 네 번째 약국을 개업하는 오원식 약사(45·중앙대)의 노하우와 그간 머릿 속으로만 구상하던 모든 걸 담았다.세번째 운영했던 소아과 약국이 코로나로 직격타를 입어 부득이하게 폐업을 결심했던 그는 "망해보니 두려움이 없어졌다. 약국을 보다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 보자 결심했고 지금의 약국이 탄생했다"고 말했다.번영약국 간판에는 'Convinient Pharmacy'라는 문구가 보라색 약국 모양 BI(brand identity)와 함께 적혀 있다. 단순히 아플 때 방문하는 약국이 아닌 '편리함을 추구하는 약국'이고자 하는 그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Convinient pharmacy'가 적힌 간판과 스스로의 각오와 약속이 담겨 있는 문구. 다양한 종류의 커피 등을 선택해 마실 수 있는 커피머신, 2천만원을 들여 오 약사는 머신을 구비했다. 번영약국에서는 핫/아이스 아메리카노부터 핫초코, 카페라떼, 카페모카, 바닐라라떼 등을 추출해 마실 수 있는 머신부터 우도땅콩, 우도땅콩 새싹차, 제주감귤쥬스, 제주청귤쥬스 등 제주 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택배도 보낼 수 있다. 인근에 편의점 등 택배를 보낼만한 곳이 없다 보니 편의점 택배를 약국에 들이게 된 것이다.때문에 번영약국에는 '약을 사러 온 김에', '약을 조제하러 온 김에' 이외에도 '커피를 사러 온 김에', '택배를 보내로 온 김에' 다양한 용무를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처방 조제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이같은 경영 비법은 새로운 시장이 될 수도 있다.약국 유리 문에는 소비자들과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근무시간을 명시해 뒀고, 그 오른 편에는 '남을 도움으로써 나를 돕는 사람이 약사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합니다'라는 자신과의 약속이 적혀 있다.효과가 빠른 존에 구비된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연고 등. 청보라빛 조명이 독특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약국은 '이벤트존', '온 가족을 위한 존', '효과가 빠른 존', '육체 활동이 많은 사람을 위한 존', '미리 준비하면 좋은 존', '약국에서 찾게 되는 존', '몸을 보호해 주는 존', '기운이 나게 하는 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존', '광고로 잘 알려진 존', '약사 가족이 챙겨먹는 존'으로 구분된다.눈건강, 구강건강, 장건강, 남성건강, 여성건강, 어린이건강 등으로 나눠진 약국들과는 달리 존마다 이름을 붙이고 여기에 맞는 제품을 진열해 둔 것도 특징이다. 가령 '효과가 빠른 존'에서는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를 찾을 수 있고, '몸을 보호해 주는 존'에서는 각종 보호대 와 마스크를 찾을 수 있다.오 약사가 이름 붙인 다양한 존(Zone)과 제품들. '광고로 잘 알려진 존' 역시 번영약국만의 특색이 담겼다. 광고로 잘 알려진 품목들의 경우 지명구매가 많지만 마진이 적다 보니 약국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오 약사는 '인사돌-오래 먹기 좋은 인사돌', '훼라민Q-효과동일 경제적인 훼라민Q', '치센-싼 치센-쎈 치센' 등의 이해가 쉬운 문구를 덧붙여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고 있다.물론 각 존마다 약품군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붙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스스로 약을 선택할 수 있지만 번영약국의 또 다른 특징은 '약사가 다가가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꺼이 약사가 다가와 물어주고, 돌봐주는 방식이다.환자가 약국을 방문하면 무조건 카운터 바깥으로 나가 인사를 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라고 얘기하다 보니 환자들 역시 설명이 쓰여 있기는 하지만 그때그때 약사에게 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적혀 있는 설명이 상담을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약국 바깥에서 보면 복약대 위에 'COUNSELING. 상담'이 보여요. 서로상(相)에 말씀담(談)을 쓰는 상담은 가장 기본이거든요. 친절한 듯 보이지만 약사가 필요한 시스템이 바로 저희 약국이 추구하는 방식이예요."번영약국 내에는 별도의 상담실이 있어 건강 등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번영약국에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상담실'도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상담실 공간에 약을 진열했다면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겠지만 그는 상담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상담실을 이용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데 도움이 되고자 지난 해에는 심리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했다."처음에 동네 주민분들은 생각지 않은 장소에 생각지 않은 약국이 생기다 보니 생소해 하셨다. 물론 2000만원의 거금을 투자해 커피머신을 들인 데 대한 수익이 나오냐고 물으신다면 아직 개국 5개월 차다 보니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저와 약국 동료들이 매일 아침 커피를 사러 가지 않아도 머신에서 원하는 커피를 선택해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즐거운 것 같아요."현재 번영약국은 2인 약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처방전만 생각한다면 1인 약사로도 충분한 약국이지만 오 약사는 먼저 다가가고, 상담할 수 있도록 약국을 시스템화하고 있다."약국은 보통 불편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입니다. 어딘가 불편한 사람을 대할 때 내 마음이 편한 것과, 내 마음이 불편하고 쫓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내가 편해야 약국의 공기가 편안하고, 그 약국을 오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상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행복한 출근, 즐거운 퇴근'이 제 약국의 모토입니다."오 약사는 굿팜, 우약사 등 약국 IT에도 관심이 많다. 약국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상담도 IT를 활용하면 1:1 상담도 가능하고, 주기적인 약력관리 등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는 CRM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때문에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에서의 번영 약국에 대한 평가는 늘 칭찬으로 가득하다. "어떻게 보면 다소 미래 지향적인 느낌일 수도 있어요. 그걸 원해서 인테리어 대표님께도 메탈릭 실버와 청보라 조명이 어우러진 인테리어를 요청드렸었어요. 처방은 많지 않지만 상담과 매약만으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약국을 만들어 가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래서 동선도 4번이나 수정하며 무의미한 공간을 없앴고 다행히 원하는 약국을 할 수 있게 돼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쁜 약국 보다는 깨끗한 약국, 신기한 약국, 궁금하고 재미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그는 개국에 있어 정답을 찾기 보다는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본인이 원하는 약국을 할 때 진정한 인생 약국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2022-05-04 17:17:47강혜경 -
"영상블로그 '약신노트'로 온오프 경계 없는 약국 목표"[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신희선 선배의 족보를 보고 국시에 합격했습니다. 잘 정리된 족보 감사합니다."3,4년 전 일면식도 없는 새내기 약사로부터 의외의 감사 인사를 받은 신희선 약사. 어리둥절했던 신 약사는 본인이 약대생 시절 정리했던 노트 필기가 돌고 돌아 국시생 사이에서 공유됐고, 이 노트를 참고했던 한참 어린 후배가 약사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영상형 블로그 '약신노트', 기존 약국 블로그들과 달리 약신노트는 영상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내가 공부하려고 만든 노트'를 10년이 지난 지금도 후배들이 돌려본다는 데 뿌듯함을 느낀 신 약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강과 약에 대한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그 결과 '약을 쉽게 설명하는 신약사의 노트 '약신노트''가 탄생했다.텍스트로 가득 찬 보통의 약사 블로그와 달리 약신노트는 동영상을 통해 제품 사용법부터 크기, 제형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바른약국 신희선 약국장. 신희선 약사(36· 충북대)는 약국 이름처럼 '바른 마음으로 진심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바른약국을 운영하는 6개월차 약국장이다.마포 대흥역 인근에 위치한 바른약국은 27살에 약대에 입학한 늦깎이 신 약사의 첫 약국이다. 카페 자리를 인수한 신 약사는 '카페 같은 편안함과 아득함이 있는 약국'을 콘셉트로 삼았다.코로나로 인해 관심이 많아진 가정상비약과 자가검사키트 등에 대한 정보를 약국 밖에서도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전반적인 인테리어도 초록, 빨강, 청록을 브랜드 컬러로 정해 '그린의 생명과 레드의 치유, 민트의 균형'이라는 뜻을 담아 차분하면서도 안정된 느낌을 강조했다. 특히 복약대와 조제실로 이어지는 커튼으로 민트를 사용하고, 간접조명으로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약사로서 출발은 좀 늦었어요. 화학과를 졸업하고 언니의 권유로 1회 PEET를 응시했었는데 떨어졌었죠. 오기가 생겨 재수를 했고 27살에 약대에 입학했어요. 아무래도 동기들보다 나이가 있다 보니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사람으로서 노트 필기도 공유하고 했던 거죠."약을 소개하고 있는 신 약사. 약국은 흰색과 민트색, 간접조명 등을 적절히 사용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더한다. 약대생 시절 그의 꿈은 병원약사였다. 약사로서 첫 발도 대학병원 약제부에서 내딛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약들을 현장에서 다루고, 항암제 같은 특수의약품도 취급하다 보니 그는 신기하고 벅찼다. 하지만 첫 아이를 출산한 뒤 새벽 5시에 출근하고 주말·공휴일 당직까지 하기에는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쉽지 않았다.병원약사는 그만뒀지만 약사로서 꿈을 이어가고 싶었던 그는 약국으로 눈을 돌렸고, 조제가 중심이 되는 문전약국과 일반약과 처방이 반반인 약국에서 각각 경험을 쌓았다."병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보니 조제를 주로 맡았어요. 그러다 어깨 너머로 일반약을 배우게 됐고, 일반약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더라고요. 병원에 있다 보면 일반약을 잘 접하지 못하거든요. 그때부터 일반약과 건기식, 상담, 응대 같은 걸 배웠고 나중에 내 약국을 한다면 그때는 처방과 일반약 비중이 절반씩인 약국을 하면 좋겠다고 마음먹었었죠."생각보다 기회는 빨리 왔다. 우연히 현재의 약국 자리를 만나게 되면서 계약부터 인테리어, 개국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그는 전혀 모르는 지역이 아닌 출퇴근길 낯이 익었던 대흥동을 첫 개국 입지로 선정했고, 목공방을 운영하는 남편의 조언을 받으며 동선 하나부터 인테리어 전반을 꼼꼼히 챙겼다.효능, 효과에 따라 분류된 의약품을 직접 비교해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진열돼 있다. "아직은 저도 배우고 경험하는 단계예요. 어떤 제품을 취급할까 고민하고, 약 위치도 옮겨 보고 POP도 만들어 보고, 제품도 먹어보고 발라보고 연구해요. 근무약사 때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제가 취급 제품과 약국을 스스로 핸들링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한 고객 분이 영양제를 지명하셨는데 저희 약국에는 취급하지 않았던 제품이거든요. 그래서 적어두고 성분과 다른 제품과의 차별점 등을 공부한 뒤 주문해 뒀는데 다음에 그 분이 '이제 약국에 들어왔네요'라며 크게 고마워하신 적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약국에서 짬이 날 때마다 그는 온라인 계정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약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약학사전, 질환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약학질환을 비롯해 약국에서 취급하고 있는 다양한 약에 대한 소개를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사진이 아닌 영상을 통해서다."남편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관련 내용들을 영상으로 담아보자고 제안했고 저도 동의했어요. 약 크기나 제형 등, 사용법을 한눈에 보기 좋게 하자는 차원이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특정 약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저희 약국을 오셨던 분들이 집에 가서도 '약사가 아까 뭐라고 했지?'하며 바로 바로 해결하실 수 있다 보니 오히려 저희 약국을 찾아 주시는 분들이 더 반응해 주시더라고요. 저에게도 도움이 되고요."신 약사의 약 설명이 귀에 쏙쏙 박히는지 검수하는 것도 남편의 일이다. 일반인의 관점에서 신 약사의 표현이나 설명 내용을 일부 수정해 주고 보다 잘 이해되도록 도와준다는 것.신약사는 블로그를 통해 건강과 약의 기전 등에 대한 소개도 담고 있다. 그는 온라인 창구를 통한 소통 확대와 관련해서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오프라인 약국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다시 약국과 소통하고, 온라인을 통해 약국과 소통하던 소비자들이 다시 오프라인 약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바른약국이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체험형 약국이면 좋겠어요. 일대일로 만나기도 하고, 다시 온라인에서 다대일로 만나기도 하고. 30대 여성으로, 두 아이의 엄마로, 며느리로, 딸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약신노트도, 바른약국도 한참 더 키워나가야겠지만 각각의 색깔을 잃지 않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해 볼 계획입니다."2022-04-15 17:42:42강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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