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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 차고 넘치는 창고형 약국, 약사는 어디에?[데일리팜=강혜경 기자] 130평 규모 메가팩토리약국이 쏘아올린 나비효과는 생각보다 강했다.6월 경기 성남 메가팩토리약국 개설 이후 창고형 약국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월 2억원에 약사를 구한다는 신종 면허대여 제안부터 대형약국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370평 규모 약국까지 등장했다.전북 전주 메디플러스약국은 1~3층을 모두 약국이 사용하는 형태로, 전국 최대 규모다.대량사입 박리다매 운영형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차고 넘치는 약을 구경할 수 있는 재미는 물론 동네약국들 보다 20~30% 저렴한 값에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 보니 약사의 복약상담, 약사의 약물관리 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소비자들 인식이다.늘 복용해 온 진통제, 가끔씩 찾는 감기약 정도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이달 초 뷔페식당을 개조한 250평 창고형 약국을 방문해 봤다. 평일 낮 시간대 였지만 약국에는 30여명의 소비자들이 카트를 끌며 레일장 사이사이를 구경하며 쇼핑을 하고 있었다. 개별 의약품 하나하나에는 도난방지를 위한 보안태그가 붙어져 있었고, 제약사와 주변 약국의 요청에 따라 새로 가격태그를 붙인 품목들이 눈에 띄었다.이 곳을 책임지는 약사는 개설자 단 1명이었다. 개설 약사는 끼니까지 걸러가며 250평 약국 곳곳을 누비며 소비자들 질문에 응답했지만 나홀로 전부를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군데 계산대 역시 약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골라온 의약품과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을 직원이 결제만 할 뿐이었다.이 약국 개설자는 최고 수준의 우대를 약속하며 구인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적임자를 구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창고형 약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지방의 구인난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지역 약사회는 이 약국을 '무자격자 판매', '복약지도 미비'로 관계당국에 고발했다. 보건소 측 역시 약국을 방문해 상황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약은 차고 넘치도록 많은 창고형 약국에 정작 약사는 귀하디 귀할 뿐이었다.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국 명칭에 '창고', '공장' 등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창고형 약국 표시 금지법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약사법 제47조 의약품 등의 판매질서 조항을 손질해 창고형 약국 등 명칭이나 간판에 창고, 공장 등을 쓸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실질적인 부분은 '디테일'에 있다. 차등수가제 등이 존재하지 않는 일반약 중심 약국에서 최소 약사 인원을 어떻게 설정할지, 어떻게 복약상담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시급해 보인다.약은 차고 넘칠 만큼 많은 창고형 약국의 제각각 인력기준에 대한 장치 마련 역시 속히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2025-10-14 16:28:56강혜경 -
[기자의 눈] 네트워크약국 규제법으로 재정누수 막자[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자본을 가진 일부 약사나 업체가 여러 약국 운영에 개입하는 소위 ‘네트워크약국’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문어발식 약국이 확산될 경우, 편법적 운영을 통한 보험재정 낭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약사사회 뜨거운 이슈인 창고형약국을 바라보는 약사들의 우려에도 네트워크 운영에 대한 걱정이 깔려있다. 대자본을 중심으로 한 대형 네트워크약국이 늘어나지 않도록 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올해 인천지방검찰청이 네트워크 약국 관련 수사에서 불기소 종결한 건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요 골자는 약사법 제21조1항에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제한을 둔 문구를 ‘개설·운영’으로 보완하는 내용이다.경찰 수사와 검찰 불기소까지 이어진 과정에서도 약국 개설이 아닌 운영에 불과하다는 논리가 나왔는데, 그 배경에 약사법의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발의된 법안은 1인 1개소를 제한하고 있는 의료법과 규정 조항을 동일하게 적용하자는 취지다. 의료법 제33조 8항에서도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사실상 ‘중복개설’로 판단될 수 있는 복수의 약국 운영 방식을 제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정 마련인 셈이다.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약국에도 동일한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완 개정을 두고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물론 복수의 약국이 동일한 약사나 업체의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조사해 밝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다만, 실질적으로 운영자가 같은 기관에 대한 적극적 행정조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다.법망의 빈틈을 악용한 기형적 약국 운영을 막기에 약사법은 낡았고, 이제라도 법 개정을 통해 보험재정을 갉아먹는 문제를 점검해야 할 때다.내년 건보재정 적자 전환으로 여러 제도적 보완책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편법에 낭비되는 재정누수도 함께 틀어막을 필요가 있다.2025-10-13 17:27:22정흥준 -
[데스크 시선]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가 답이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든다. 이번엔 풀어야 한다. 해묵은 숙제다.업계는 오래전부터 외쳤다. 2023년에도, 그 이듬해에도 요청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회전이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현장의 75% 이상이 해제를 원한다. 지난 1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16개 기업 중 12곳이 해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산업의 현실을 봐야 한다.이유는 분명하다. 톡신 기술은 이미 세계 시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국내는 ‘핵심기술’ 족쇄에 묶여 있다. 지키려는 규제가 성장을 막는다. 보호가 아니라 발목이다.톡신은 미용을 넘어 치료 기술이다. 근긴장이상, 편두통, 뇌성마비에도 쓰인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임상조차 어렵다. 그 사이 환자의 기회는 사라진다. 안전 명분이 건강권을 가로막고 있다.세계는 다르다. 규제를 조정하고 경쟁력을 키운다. 우리만 멈춰 있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물론 완화는 방임이 아니다. 안전 장치는 더 촘촘해야 한다. 품질 관리, 불법 유통 단속, 부작용 모니터링 등의 기본을 강화하면 된다.핵심은 균형이다. 묶는다고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다. 풀었다고 위험해지지도 않는다. 스마트한 규제가 답이다.정부는 산업 전략의 눈으로 판단해야 한다. 기업은 품질로 신뢰를 지켜야 한다. 의료계와 시민사회도 함께 감시해야 한다.보툴리눔 톡신 논쟁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기술을 어떻게 대하는가의 문제다. 이제는 두려움이 아니라 신뢰로 가야 한다. 현명한 규제 혁신이 필요한 때다.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가 답이다.2025-10-13 06:12:08이석준 -
[기자의 눈] 괴소문에 흔들린 의약품 유통망, 해법 없나[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최근의 아목시실린 품절 사태는 괴소문 하나에 의약품 유통망이 흔들린 사례로 평가된다.‘아목시실린 재고가 조만간 소진될 것’이란 근거 없는 문자메시지가 약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됐고, 약국들은 앞 다퉈 주문에 나섰다. 안정적으로 공급되던 아목시실린 제제가 품절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두 시간 남짓이었다.이어 진해거담제 일부 품목도 ‘가짜 품절’ 정보가 퍼지면서 혼란이 재현됐다. 허위 정보의 최초 유포자가 특정되자 해당 도매업체는 ”당사 소속 영업사원의 개인 일탈이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회사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두 사례를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괴소문의 발단이 한 영업사원의 일탈행위였다고 하더라도, 그 배경에는 구조적 허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반복된 의약품 품절로 약국가에선 불안감이 누적됐고, 작은 이상 신호에도 시장은 즉각 반응하며 ‘패닉바잉’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확인되지 않은 ‘품절 예상’ 소문이 불안을 자극하고, 여기서 비롯된 주문이 실제 품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문제의 근원은 정보의 단절에 있다. 제약사·유통업체·약국은 각각의 재고관리 시스템을 사용한다. 의약품 재고와 공급 정보는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다. 표준화된 데이터가 없는 데다, 유통 단계별 시스템은 단절적으로 운영된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시장은 괴소문 하나에도 흔들리고 악의적인 허위 정보가 이 틈을 파고든다.정부는 반복되는 의약품 품절 사태를 막고자 ‘의약품 공급 중단 보고 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한 의약품 공급 부족 정보를 ‘의약품안전나라’ 포털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약품 공급 부족 보고를 제약사에 맡기다 보니, 신고가 누락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 정보가 시스템에 업데이트되는 데 수일이 걸려 현장 상황이 실시간 반영되지 않는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선 약사들은 올해 1~8월 72건의 의약품 수급 불안을 호소했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수급불안 의약품은 단 7개 품목에 그쳤다. 또한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공급부족으로 신고한 의약품은 단 2개 품목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가에선 ‘한 달 째 품절’을 호소하는데, 정부는 ‘공급 이상 없음’으로 판단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현장 체감의 괴리는 정책 판단의 정확성을 흔든다.유통 단계에서 정보의 비대칭은 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허위 정보가 유통망 전체로 확산되더라도 이를 검증하거나 차단할 장치가 없다. 고의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가짜 품절 사태는 ‘단순 실수’나 ‘개인 일탈’로 마무리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약국과 환자에게 전가된다.이번 사태는 정보의 단절과 검증 부재가 낳은 악순환의 결과다.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시장은 과잉 반응하고, 그 반응이 다시 정보 왜곡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의약품 품절을 방지하기 위해 생산 확대와 인센티브에 주력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핵심은 정보 신뢰 회복이다. 유통 단계별 실시간 재고 공유와 허위 정보 차단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 구조 개선이 없는 한, 의약품 품절 사태는 형태와 품목만 달리해 반복될 수밖에 없다.2025-10-10 06:00:00김진구 -
[기자의 눈] 정부, 열린 비대면진료법 제안...국회 결정은[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아 어렵다. 국민의 '안전하고 편리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당장이라도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를 뛰어 넘을 기세였지만, 재차 초진·재진 범위를 놓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분위기다. 이제와 뒤돌아보면 신속 처리에 모두 뜻이 모인 듯 했던 여당과 야당, 정부, 직능 단체의 공감대는 기자만의 착각이었다는 생각이다.비대면진료 제도화라는 거센 파도 이면에는 직능 헤게모니(패권) 분쟁 해결과 동시에 보건의료전달시스템 붕괴·약국 생태계 훼손 우려를 봉쇄해야 하는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있다.2020년 2월부터 지금까지 6년 째 허용중인 비대면진료지만, 정식 제도화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불법, 편법에 대한 의·약사 전문가들의 제언을 입법·행정에 담아내야 하는 보건복지부의 무거운 책임감이 필히 동반돼야 한다는 얘기다.복지부는 안정감을 갈구중이다. 보건의료기본법이란 비교적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법적 기반 위에서 시범사업이란 이름으로 전국단위 무제한 비대면진료를 계속 허용중인 현실을 빨리 종식하고 정식 법제화를 통해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제도 선진화·고도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국회가 도와달라는 요구다.실제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달 복지위 법안소위장에서 여야 법안소위원들을 향해 "비대면진료법은 오늘 꼭 좀 통과시켜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는 게 현장 배석한 보좌진들의 전언이다.복지부에서 입법 실무를 맡고 있는 성창현 보건의료정책과장도 국회를 향해 신속한 입법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성 과장은 의사, 약사, 환자, 학계 전문가, 플랫폼 업계를 릴레이 회의 형태로 만나며 최대한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정부 대안 도출에 구슬땀을 흘렸다는 평가를 받는다.성 과장은 지난 1일 열린 국회 비대면진료 정책 토론회에서 '유연한 입법'을 수 차례 언급했다.비대면진료 초진 허용 대상을 의료법에서 일일히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않으면 의정 합의 원칙이자 역대 보건복지위가 흔들림없이 견지해 온 '제한적, 재진중심'이 아닌 '초진부터 무제한 허용'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국회로부터 제기된데 따른 복지부의 솔직한 속마음이라고 생각한다.성 과장은 언제나 새로운 차원의 사례 제시를 토대로 국회와 직능을 설득하고 분위기를 환기하는 국면 전환 시도에 열심히다.국회 토론회 당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지역사회 건강관리 업무에 참여했던 본인 경험을 들어 "캘리포니아 주정부 워크샵에는 IT 전문가들이 공무원, 시민들과 함께 지역 주민들의 건강 수준을 어떻게하면 높일 수 있을지 논의했다"고 소개했다.환자, 의사, 약사, 플랫폼, 정부가 대척점에서 각자에게 유리한 헤게모니를 성취하려 힘 겨루기보다는 지역 건강 향상이란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는 풍경을 제시하며 우리도 비대면진료 입법에 상호 협의·합의하는데 역점을 두자는 취지로 읽힌다.다만 국회 입장도 이해된다. 일부 보건복지위원들은 복지부 대안대로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자칫 비대면진료 초진 대상이 지나치게 쉽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중이다.입법이 수 년 뒤, 수 십년 뒤까지 모두 예상할 수는 없지만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는 초진 법제화는 보건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인한 국민 건강 위협이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불가피 의료법에서 초진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닫힌 입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논리다.결국 복지부의 '유연하고 열린 입법'과 국회 일각의 '안전하고 닫힌 입법'이 합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가 비대면진료 법안의 신속 통과 필요조건이 될 전망이다. 복지위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간사와 김미애 간사는 지난달 법안소위 산회 직후 "다음 소위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늦어도 12월 안에는 속된 말로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최종 제도화 법안이 도출 될 확률이 클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21대 국회에서 한 차례 입법에 실패한 비대면진료, 22대 국회에서 보다 건강하고 실속있는 조항으로 본회의를 통과하길 응원한다.2025-10-01 16:54:35이정환 -
[기고] 괴담식 과장 논리, 약사사회 변화를 막는 벽"약 배송은 위험하다." 최근 약사 전문지에 실린 한 기고문의 결론이다.환자 안전, 품질 관리, 불법 유통 등 우려가 쏟아졌다. 모두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글 전체는 과장과 단정이 뒤섞여, 결국 독자에게는 그야말로 "약 배송은 위험하다"는 불안과 공포만 남겼다.사실을 따져보면 약 배송은 무조건 금지해야 할 위험이 아니라,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다. 근거 없는 공포 대신 약국의 존속과 역할 확장의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이번 글을 준비하며 ChatGPT, 제미나이 등 AI 검색 도구를 활용해 국내외 자료를 확인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과장된 우려를 걷어내고, 사실에 입각해 약사 사회가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이를 위해 우선 해당 기고문이 제기한 주요 논점을 정리해 보겠다. 그 글은 크게 여섯 가지 문제를 들고 있었다. ①의약품 변질 위험과 비용 부담 ②해외 사례에서의 안전성 문제 ③본인 확인 절차 부재 ④지역 약국 존립 위기 ⑤가짜 약국·가짜 약사 난립 위험 ⑥플랫폼 기업의 영리 추구와 일탈 가능성. 일견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사실과 거리가 있거나 과장된 대목이 적지 않았다. 하나씩 살펴보겠다.1. 의약품 변질 위험과 비용 문제 우리나라의 소분·분쇄 조제 관행은 분명 배송 과정에서 취약하다. 정제를 분쇄한 가루약이나 소분 포장한 약은 습기와 온도 변화에 민감하며 여름철 장거리 배송 시 변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그러나 이것이 곧 의약품 배송 제도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근거는 아니다.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약국에서 환자에게 의약품을 배송하는 제도는 이미 널리 운영되고 있다.미국은 오래전부터 우편 약국(Mail-order Pharmacy) 제도를 운영해 왔고, 최근에는 DSCSA(의약품 공급망 보안법), USP 지침 등을 통해 포장·온도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유럽 역시 GDP(의약품 유통관리 지침)에 따라 유통망 품질을 관리하면서 각국에서 약국의 환자 배송을 점차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투약과 약 배송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즉, 이미 여러 나라에서 환자 대상 배송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안전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우리나라 역시 정부와 지자체가 도서·산간 지역을 대상으로 약 배송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남 어업인과 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와 전자처방전, 우체국 택배를 활용한 약 배송이 시행되고 있으며 이 서비스를 직접 이용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아 내년에는 대상 섬 지역이 더 확대되고 정부 예산이 직접 투입되는 등 사업 규모가 커질 예정이란다. 정말 약 배송이 위험하다면, 왜 이러한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없는가?나는 약국에서 최종 소비자(환자)에게 약이 전달되는 과정을 ‘약 배달’이 아니라, ‘비대면 투약’이라 부른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환자에게 안전하게 약을 전달하는 것은 약사의 책임이며, 복약 관리와 부작용 확인 등 복용 과정 전반을 살피는 것 또한 약사의 본질적 역할이다. 따라서 약 배송 또한 비대면 투약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하며, 당연히 약사의 전문성과 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제도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금지가 아니라,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하여 안전성을 높이는 일이다.2. 해외 사례와 환자 안전 논란 기고문은 미국에서 약 배송 중 약효 손상, 위조 의약품 유통, 심지어 환자 생명이 위협받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미국에서도 의약품 배송 과정에서 위조 약 유통이나 온도 관리 미흡과 같은 문제가 보고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불법 온라인 약국이나 비공식 유통망에서 발생한 사례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Mail-order Pharmacy나 전문 약국(Specialty Pharmacy) 체계에서는, 약 배송으로 인해 환자의 생명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은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오히려 미국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안전성을 강화해 왔다. ◆DSCSA(Drug Supply Chain Security Act, 의약품 공급망 보안법) : 미국에서 2013년 제정된 법으로, 제조사부터 도매상·약국까지 공급망 전 과정을 추적·관리해 위조 의약품을 차단하고 리콜을 신속히 수행하도록 한 제도. (FDA 시행) ◆USP , 지침 : 의약품의 보관·수송 온도 기준과 콜드체인 관리 지침. ◆URAC(Utilization Review Accreditation Commission) : 미국 비영리 인증기관으로, 의약품 배송·관리·환자 상담의 안전성을 심사해 우편·특수 약국에 인증을 부여한다. ◆NABP(National Association of Boards of Pharmacy) : 미국 주 약사위원회 협회로, 온라인·우편 약국을 인증(VIPPS, Digital Pharmacy Accreditation)하여 합법성과 안전성을 보장한다.이처럼 미국은 제도화와 인증을 통해 오히려 배송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따라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미국에서 약 배송이 위험했다”는 공포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불법 유통을 막고 합법 유통망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답이다.3. 본인 확인 절차 부재 주장 기고문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배송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약 배송 역시 본인 확인 없이 이루어진다고 단정한다. 나아가 이를 마약 직구 및 배달 탈취 사례에 빗대어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듯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비약이다.국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지침에는 이미 본인 혹은 대리인 확인 절차가 규정돼 있고, 약사는 조제 내용과 수령 방식을 조제기록부에 기록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제도의 부재가 아니라, 현장에서 이를 얼마나 철저히 실행하느냐에 있다.4. 지역 약국 존립 위기 기고문은 배송이 지역 약국을 무너뜨리고 취약지 주민의 접근성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순히 금지한다고 지역 약국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화의 흐름은 이미 전 산업을 덮쳤다.중요한 것은 변화 속에서 지역 약국이 새로운 역할을 찾도록 돕는 일이다. 예컨대 도서·산간 지역 배송 가산제, 공공배송 서비스, 지역 약국 참여형 모델을 통해 지역 약국은 오히려 활성화될 수 있다.실제로 미국 노스다코타 Telepharmacy는 원격 화상 시스템으로 중앙 약사가 조제 검증과 상담을 지원해 문 닫은 농촌 약국을 다시 열었다. 뉴저지 Henry J. Austin Health Center는 비대면 약국 서비스 도입 후 임상 약사 상담 건수가 증가했고, 환자 만족도는 대면과 같거나 더 높았다.일부 해외 사례에서도 비대면 투약이 지역 약국의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결국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디지털·비대면 서비스는 소멸이 아니라 회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5. 가짜 약국·가짜 약사 난립 기고문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불법 약국·약사 난립을 우려한다. 이는 실제로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다. 그러나 해법은 간단하다. 방치가 아니라 공적 관리와 인증이다.미국 NABP는 Digital Pharmacy Accreditation 제도를 통해 합법 온라인 약국을 인증하고,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 우리 역시 제도적 인증 체계를 강화해 불법을 막고, 합법적 온라인 약국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6. 플랫폼 기업의 영리 추구와 일탈 기고문은 시범사업에서 이미 플랫폼 기업이 부작용 은폐와 법적 허점 악용을 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오히려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증거다. 법적 근거 없이 플랫폼에만 맡기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공적 관리·감독 체계와 법제화를 통해서만 기업의 일탈을 막을 수 있다. 해법은 “제도화 반대”가 아니라 “투명한 제도화”다.오늘날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 대략 8곳이 플랫폼 기업이라는 사실은 플랫폼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디지털 전환의 네 가지 핵심 축은 네트워크, 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플랫폼인데, 그중에서도 실제 운영의 중심은 플랫폼이다. 다시 말해 플랫폼은 지금 시대를 움직이는 운영 시스템이며, 단순한 유통 수단을 넘어 사회와 경제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로 자리 잡았다.‘플랫폼’이라는 단어는 사실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쉽게 말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장치, 즉 ‘시장’이다. 과거에는 약국이 동네 주민과 직접 만나던 자체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온라인과 모바일이 새로운 연결의 창구가 되었고, 소비자는 더이상 오프라인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그런데 약사 사회에서 ‘플랫폼’이라는 말은 다소 불편하게 들린다. 첫째, 많은 플랫폼이 중간에서 수수료만 취하는 구조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둘째, 약사의 전문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가격 경쟁만 남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셋째, 약사 사회는 오랫동안 독립성과 전문직 문화를 지켜왔기 때문에 외부 플랫폼 개입 자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본질을 직시하는 일이다. 플랫폼은 단순히 유통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와 만나는 창구를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다. 네이버가 검색의 창구가 되고, 쿠팡이 쇼핑의 창구가 된 것처럼, 약사 사회가 플랫폼을 외면한다면 환자와의 접점은 결국 약사가 아닌 다른 주체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따라서 약사 사회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플랫폼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약사 중심의 플랫폼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환자와의 연결을 지켜낼 수 있고, 더 나아가 약사의 전문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 플랫폼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이며, 그것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관건이다.나는 예전에 일본 약국을 견학한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약 배달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나오자, 우리 약사회 간부들의 질문은 한결같이 “약 배달사고는 없었는가?”에만 집중되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전해 듣고 나는 정말 답답했다. 왜 우리는 기회를 묻지 않고, 위험만 집요하게 파고드는가. 약사 사회가 변화를 지나치게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디지털 세상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환경이다. 오늘날 디지털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의 기본 언어다. 우리는 은행 업무, 택시 호출, 장보기, 심지어 가정 내 전자기기 제어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한다. 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 예약, 검사 결과 확인, 약국 검색 등을 이미 디지털 환경에서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약국만 종이 처방전과 전화, 직접 방문에 머물러 있다.비대면 진료와 비대면 투약(약 배송 포함)을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약 배송은 환자 관리 효율성과 편의성뿐 아니라 일반의약품 등 약국 상품 매출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일본의 마츠모토키요시는 코로나 이후 오히려 매출이 늘었고, 해외 여러 사례는 디지털 전환이 위기가 아니라 기회임을 보여준다.결국 논의의 본질은 찬성과 반대의 단순한 구도가 아니다. 우리는 환자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변화하는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후배 약사들에게 어떤 미래를 열어줄 것인지에 답해야 한다.국민은 이미 디지털에 익숙하다. 약사 사회가 변화를 외면한다면 국민에게서 멀어지고 미래를 잃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공포가 아니라 팩트에 기반한 준비다. 안전을 보장할 제도를 세우고, 미래를 대비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그 변화를 거부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하게 이끌어갈 것인가. 결국 디지털 사회의 흐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약사 사회가 이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약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지금 약국에서 행하던 모든 서비스를 디지털 기술로 처리하는 사회가 오고 있다. 이것이 디지털 사회다. 이러한 디지털 사회에서 약국이 고객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되도록 만들고, 약사가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존재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저자 이력 영남대 약대 졸업 전 약국체인 위드팜 대표이사 현 DRxSolution 대표이사2025-10-01 12:08:49박정관 DRxS 대표 -
[기자의 눈] 한국형 기획바이오 성공사례 필요한 이유[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자본과 연구가 출발선부터 손을 잡는다면. 최근 국내 바이오 산업에 기획바이오(Buy and Build)라는 창업 모델이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기획바이오는 경험 많은 경영진과 풍부한 자본을 앞세워 회사를 설립하고 유망한 초기 파이프라인을 외부에서 도입해 신속히 임상에 진입시키는 전략이다. 통상 바이오텍 창업이 연구자가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소를 세우고 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차근차근 밟아가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기획바이오의 핵심은 효율성 극대화다. 기획바이오는 설립 단계부터 빅파마가 필요로 하는 유망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임상에 올리는 구조로 짜여 있다. 이로써 자체 파이프라인 개발에 어려움을 겪거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빅파마의 매력적인 인수합병(M&A) 타깃이 되고 투자자에 빠른 투자 회수(엑시트) 전략을 제공한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모더나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모더나는 2010년 미국 보스턴에서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이 세운 기획바이오다. 모더나는 설립 초기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mRNA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백신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매출이 수백 배 늘었고, 창업 10여 년 만에 글로벌 제약사로 등극했다.미국에서는 기획바이오가 보편적인 창업 모델로 자리잡았지만 국내에서는 꽤 오랜 기간 기획바이오가 부정적 시각에 갇혀 있었다. 신약개발 본질인 장기적인 과학적 성과보다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중시하는 자본시장 지향적 접근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금융 전문가가 먼저 회사를 세운 뒤 나중에 기술을 사오거나 도입하는 방식이 많다 보니 "연구 기반이 빈약하고 상장만 노린다"는 시각이 형성됐다. 반대로 교수 창업이나 대학·연구소 스핀오프처럼 연구자 기반 창업은 신뢰를 더 얻었다.요즘 들어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기획바이오를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한 축으로 인정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VC) 미리어드파트너스는 단순히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걸 넘어 초기 단계부터 기업을 직접 설계하고 창업을 공동 주도하는 컴퍼니 빌더를 지향한다. 아직은 국내에서 생소한 기획바이오 모델을 국내 투자 생태계 안에 안착시키려는 시도다.국내 바이오 기업이 기획바이오 모델을 가진 해외 파트너와 협력하는 형태도 증가하는 추세다. 피노바이오가 2023년 말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설립 2년차 컨쥬게이트바이오에 기술수출했다. 컨쥬게이트바이오는 빅파마에 기술수출한 ADC 플랫폼 발굴 경험을 보유한 전문 VC에게 투자를 받은 회사라는 게 피노바이오 측 설명이다.이달 보로노이의 자가면역질환 경구치료제 후보물질 'VRN04' 프로그램을 인수한 미국 안비아 테라퓨틱스도 작년 5월 설립한 미국 뉴욕 소재 신생 법인이다. 안비아는 미국 최대 헬스케어 전문 VC 중 하나인 디어필드가 초기 설립을 주도한 기획형 바이오로 알려져 있다. 이외 에이비온도 지난 6월 클라우딘3(CLDN3)을 포함한 총 5개 단백질 표적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ABN501'을 신생 기업에 기술수출했다.디앤디파마텍 파트너사 멧세라는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에 인수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멧세라는 지난 2022년 비만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미국 대형 바이오 전문 VC 아치 벤처 파트너스와 파퓰레이션 헬스 파트너스 등이 설립한 신생 바이오텍이다. 멧세라와 디앤디파마텍은 2023년부터 신약개발 협업을 맺고 있다. 멧세라는 디앤디파마텍으로부터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을 도입, 개발을 진행 중이다.기획바이오 모델의 확산은 단순히 창업 방식의 변화를 넘어 국내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표준에 맞춰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연구자 중심 창업은 연구자의 학문적 호기심과 성과를 바탕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모델은 기초 과학 발전에는 기여했으나 시장성이나 상업화 가능성이 낮은 기술에 매몰될 위험도 존재했다.반면 기획바이오는 처음부터 시장 수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처음부터 '잘 팔리는 기술'을 골라 그에 맞는 연구진과 자원을 모아 회사를 설계한다. 이후 기술을 고도화해 이를 가장 높은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기업에 매각하는 걸 염두에 둔다. 기획바이오의 부상은 국내 바이오가 학문적 성과를 넘어 실질적인 상업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기획바이오가 불신의 굴레를 벗고 국내 바이오 산업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2025-10-01 08:46:12차지현 -
[기자의 눈] 톡신 해제 공회전…정부 결단 필요[데일리팜=황병우 기자]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산업계의 요구는 커졌지만 제도 개선은 여전히 제자리다. 해제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주장은 반복되고,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지난 29일 국회 토론회에서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를 찬성하는 산업계와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를 냈다."중첩 규제로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투자유치도 어렵다."이날 나온 지적의 핵심은 지정·해제 기준이 불투명하고 소요 기간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복수 부처 심사를 거쳐야 하는 과정에서 기업 부담은 커지고,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는 비판도 나왔다.궁극적으로는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묶어두는 것이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의견이다.실제 이날 공개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82%가 해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했을 때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해제는 단순한 요구라기보다 산업계 전반의 공감대에 가까워 보인다.이 같은 이유로 토론회에서는 '규제 포획'이라는 날선 표현까지 등장했다. 규제의 목적이 산업 보호가 아니라 유지 그 자체로 변질됐다는 불신이다.다만 이날 자리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는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찬성뿐 아니라 반대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그러나 찬반의 의견의 엇갈리는 상황에서 중립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정부가 토론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단순히 "의견을 듣겠다"는 수준을 넘어, 정부 스스로 논의의 장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능동적 컨트롤타워 없이는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뿐이다.해법은 명확하다. 지정·해제 절차를 표준화하고 소요 기간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산·학·관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통해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차등 관리·단계적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이 과정에서 정부가 책임 있는 진행자 역할을 해야 한다. 양측 의견을 균형 있게 모으고, 실행 가능한 로드맵으로 연결하는 역할이다.논의가 길어질수록 산업계 불안은 커지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은 현실이 된다. 공회전을 멈추려면 정부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제 찬반의 재확인을 넘어, 정부의 결단과 리더십이다.2025-09-30 06:10:19황병우 -
[데스크 시선] 식약처, AAP 안전성 메시지 더 명확했어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변수가 국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갑작스런 관세 부과 이슈가 한국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더니 이번에는 때 아닌 의약품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해외 의약품에 의존하는 국내 보건 시장이 트럼프발 리스크에 우왕좌왕하고 있다.시작은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신부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발언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트럼프는 "타이레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신 중 복용하면 태어날 자녀의 자폐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이 의사들에게 이를 통보할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 제한에 대해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타이레놀(캔뷰)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은 국내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해열·진통제 성분이다. 특히 임신부나 영·유아에게도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의료 전문가들이 관련 환자에게 많이 추천하는 제품이다.트럼프의 발언은 최근 공개된 미국 마운트시나이 의대 연구팀 보고서를 근거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보고서에는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하지만 국내·외 학계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 연관성의 과학적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며 트럼프 발언이 섣부르다고 지적하고 있다.국내 약사회는 "전 세계 주요 보건당국과 학술단체들은 현 시점에서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대한의사협회 역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일축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태아의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일부 주장은 과학적으로 확립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해외도 비슷한 분위기다. 세계보건기구(WHO) 타릭 야사레비치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증가에 일관성이 없다"고 기자 질문에 답했다.유럽의약품청(EMA)도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확인할 수 있는 증거에 따르면 임신 중 파라세타몰(유럽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부르는 성분명) 사용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하지만 타이레놀의 당사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식약처의 스탠스도 어정쩡하다. 식약처는 제조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논의하겠다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는 내놓지 않고 있다.다만, 현재 허가사항에 근거해 임신 초기 38℃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면 태아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심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다면서 복용량은 하루에 4000mg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개인별로 의료적 상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임신부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복용하기 전에 의약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임신부 복용과 자폐 연관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인 것이다. 이는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발언과 FDA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그렇더라도 WHO와 EMA가 아직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너무 소극적인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공식 입장 보도자료에서 "의약전문가와 상의하고 복용하라"는 제목은 정부가 아닌 민간 전문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모습처럼 비춰진다. 최소한 아직은 근거가 부족하니 현재 허가사항대로 복용하라고 명확하게 전달했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불안감이 덜 했을 것이다.식약처는 FDA와 EMA와 같은 규제기관임에도 과거에도 과학적 근거가 아닌 정치적 결정을 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물론 정부와 동떨어진 독립기관도 아닌데다 FDA나 EMA처럼 인력과 경험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직접 비교할 순 없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선진국의 일원으로 한국의 글로벌 위상과 식약처가 매번 홍보하는 것처럼 세계적으로 규제기관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면 이런 논란에서는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정치보다 과학을 우선시해야 하는 식약처의 신뢰를 더 높이는 결정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2025-09-28 14:15:21이탁순 -
[기자의 눈] 좁혀지지 않는 혁신과 접근성 간극[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의학의 진보는 인간 생존의 흐름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왔다. 불치병이라 불리던 질환들이 하나둘씩 만성 질환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항암제·희귀질환치료제·면역치료제에 이르기까지 혁신신약은 환자의 시간을 연장하는 동시에 국가와 사회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도 함께 키워왔다. 문제는 '혁신의 속도'와 '환자 접근성의 속도'가 같은 궤도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한국 환자들은 늘 기다려야 한다. 신약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승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져도, 실제 국내에서 환자가 처방받기까지는 1~3년의 시차가 생긴다. 이 지연은 단순히 절차적 문제가 아니라 치료 기회의 상실이다. 말기 암환자에게 1년은 곧 삶 전체다. 환자가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일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이 아이러니의 중심에는 한국만의 독특한 공식이 있다. 혁신성보다 가격. 신약의 가치는 임상적 의미와 환자 생존에 미치는 파급력보다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으로 먼저 계산된다.보험재정 관리가 국가 운영에 있어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그 균형 추가 지나치게 재정 절감 쪽으로 기울면서 정작 환자는 혁신의 과실을 제때 누리지 못한다. 제약사들이 한국을 글로벌 출시 전략에서 후순위로 미루는 구조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는 추상적 경고가 아니라, 실제 환자의 치료 기회를 늦추는 현실적 위험이다.국제 정세도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MFN(Most Favored Nation, 최혜국 대우) 약가정책은 글로벌 약가 정책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겉으로는 미국 환자 보호였지만, 실제로는 한국처럼 낮은 약가 체계를 유지하는 나라들을 위험 요인으로 몰아갔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에 먼저 약을 출시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방어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낮은 약가는 곧 글로벌 시장 전략에서의 후순위로 직결된다.여기서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환자에게 신약은 무엇인가. 정부에겐 재정 변수이고, 기업에겐 수익 변수일 수 있다. 그러나 환자에게 신약은 생존의 변수다. '얼마나 싸게 들여올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공정하게 환자에게 닿게 할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시선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혁신의 의미는 환자 앞에서 무력해진다.물론 건보 재정의 제약은 엄연한 현실이다. 한정된 재원 속에서 무작정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고 가격을 올려주기는 어렵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허가-평가 연계 시범사업, 위험분담제 확대, 최근에는 적응증별 약가 차등제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하다. 현 시스템 안에서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렇다면 ‘획기적’이란 무엇일까. 가치 기반 평가를 도입해 임상적 혁신과 환자 생존 기여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방식, 위험을 정부·제약사·사회가 함께 나누는 다층적 위험분담제, 국제적 협상력을 높여 환자 접근성을 국가적 전략 목표로 삼는 비전 등이 거론된다.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재정 관점에서가 아니라 보건의료가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의학의 혁신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혁신이 한국 환자에게 닿는 속도가 여전히 더디다는 사실이다.혁신의 시대에 환자가 뒤처지는 역설을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이제는 정부와 제약사,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 환자가 더 이상 기다림으로 시간을 소진하지 않도록 혁신의 속도를 환자에게 맞추는 정책적 결단이 절실하다.2025-09-26 06:18:10손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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