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공 역할 맡긴 약국, 희생으로 버틸 수 없다
- 김지은 기자
- 2026-08-19 06: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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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환자가 한 명이 오든 두 명이 오든 약국은 문을 열고 약사는 있어야 하잖아요."
최근 달빛어린이병원 협력약국의 어려움을 취재하던 중 한 약사가 한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이 약국은 인근 달빛어린이병원의 토요일 진료시간이 24시간으로 확대되면서 덩달아 약국 운영 시간도 늘어났다.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약국을 찾는 환자가 2명 안팎에 불과한 날도 있지만 언제 처방전을 들고 환자가 찾아올지 모르니 약사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야간과 휴일에도 소아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가 처방약을 복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처방전을 조제할 약국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달빛어린이병원과 협력약국은 사실상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병원에서 진료는 받을 수 있지만 약을 조제할 곳이 없다면 야간·휴일 소아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제도의 의미 역시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원 체계는 확연하게 다르다. 달빛어린이병원에는 운영을 위한 별도 지원이 이뤄지지만 협력약국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별도 운영비 지원이 없다. 실제 조제가 이뤄지면 일반 조제수가와 별도로 건당 야간조제관리료가 산정되지만 환자가 없어도 약사가 약국을 지켜야 하는 시간까지 보상하는 구조는 아니다.
물론 약국은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이다. 매출과 비용을 따져 운영시간을 결정하고 그에 따른 경영상 책임을 지는 것도 약국 개설자의 몫이다.
하지만 사회가 필요에 의해 특정 시간 약국 문을 열어두도록 요구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환자가 올지 오지 않을지 모르는 시간에도 약사가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단순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소아 환자가 필요한 순간 진료 이후 약까지 받을 수 있도록 보건의료체계의 한 축을 유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의 가치를 오롯이 개인 약국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맞는지는 한번쯤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비슷한 고민은 이미 공공심야약국에서도 반복돼 왔다. 공공심야약국은 심야시간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약사의 상담을 통한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본사업까지 안착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참여 약국 확보와 운영비 현실화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기자 역시 2년 전 공공심야약국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일부 약사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제도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부가 과거 달빛어린이병원 협력약국에 별도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공공심야약국과의 중복 가능성을 들었다는 점이다.
정말 두 사업이 같은 역할을 한다면 중복되는 부분을 정리하면 된다. 반대로 달빛 협력약국과 공공심야약국의 역할과 운영 목적이 다르다면 중복을 이유로 지원 필요성까지 외면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다시 따져볼 일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또 하나의 '공공약국'이 등장했다. 정부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과 판매처 확대를 추진하자 약사사회는 대안으로 공공심야약국 확대와 함께 보건의료취약지역에 공공약국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의약품 접근성 문제를 단순히 판매 장소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기보다 약사가 있는 공간을 통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함께 확보하자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지만 공공약국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기존의 공공적 역할을 담당해 온 약국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돌아봤으면 한다.
달빛 협력약국도, 공공심야약국도 결국 국민이 필요로 하는 시간과 장소에 약사가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에서 출발했다.
약사는 보건의료인인 만큼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초고령사회와 통합돌봄, 의료취약지 문제를 고려하면 지역사회에서 약사에게 요구되는 공공적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그 비용까지 약사 개인에게 감당하라고 할 수는 없다. 약사의 전문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정 시간과 공간을 지키는 것 역시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다. 사회가 약사에게 더 많은 공공적 역할을 요구하려 한다면 그 역할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적정하게 보상할 것인 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공공성은 누군가의 희생만으로 오래 유지될 수 없다. 국민이 필요할 때 약국 문이 열려 있기를 바란다면 그 문을 계속 열어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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