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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도매 갈등 일단 봉합…내년 초 '유통협력사' 계약이 분수령

  • 김진구 기자
  • 2026-08-26 12:11:45
  • 요약
  • 수수료율 재조정 즉각 적용…약국가 수급 불안 해소‧유통망 안정 기대
  • 제약-유통 상생 선례 평가…내부 반발 우려·구속력 부재 등 과제 상존
  • 타 제약사 유사모델 도입 가능성도…내년 초 실제 계약 내용이 분수령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한국의약품유통협회와 대웅제약이 '거점도매' 갈등 7개월여 만에 ‘상생 합의’를 통해 갈등을 봉합했다.

이번 합의를 두고 제약사와 유통업계가 첨예한 대립을 끝내고 상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완전한 해결로 보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합의 내용의 세부 이행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데다, 구조적인 이해관계 충돌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7개월 만에 갈등 봉합…의약품 유통망 안정화 기대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의약품유통협회는 지난 25일 거점도매 갈등을 마무리하고 상생하기로 합의했다.

상생 합의안은 ▲'거점도매'라는 명칭을 '유통 협력사(파트너)'로 변경하고 ▲2027년도 계약부터 유통 협력사의 지정 범위를 확대하며 ▲향후 주요 유통 정책 수립 시 사전에 충분히 상의·협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 4월부터 대웅제약 본사와 국회·청와대 앞에서 이어지던 유통협회의 릴레이 1인 시위와 항의 투쟁도 전면 중단된다.

이번 합의로 거점도매 업체와 도도매 업체 간 유통 마진율도 즉시 재조정된다. 조정된 마진율은 남은 계약 기간 동안 현장에 적용된다. 중간 마진 축소로 어려움을 겪던 도도매 업체들의 부담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선 약국의 의약품 조달 여건도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약사들은 특정 거점도매로 유통 물량이 집중되는 과정에서 기존 거래 도매상을 통한 의약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입고가 지연되거나 반품 절차가 번거로워지는 등 현장에선 불편을 지속적으로 호소해왔다. 이번 합의로 일선 약국의 수급 차질 우려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제약사가 유통 정책 추진에 앞서 유통업계·약계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명시함에 따라, 제약·유통·약국 간 무너졌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내부 반발 가능성…'구속력 부재' 우려도

반면 일각에선 이번 합의를 완전한 갈등 해소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생안의 세부 이행 과정에서 언제든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우려는 유통업계 내부의 반발 가능성이다. 의약품유통협회 측은 회장단과 약업발전협의회(약발협) 등 주요 내부 기구에서 합의안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다만 모든 회원사가 같은 입장인지는 미지수다. 거점도매 갈등 국면에서 대웅제약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해온 회원사도 적지 않았던 만큼, 합의 내용을 둘러싼 내부 이견이 다시 표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재조정된 도도매 마진율 역시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업체별 체감 온도가 다를 수 있다. 마진율 재조정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점도매(유통 협력사) 추가 지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현재 상생안에선 어느 지역에서, 몇 개 업체를, 어떤 방식으로 늘릴지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대웅제약의 내년도 계약이 실제 체결되는 시점에 새 유통 모델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상생 합의의 실질적인 성과 역시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번 상생안에 대웅제약의 합의 이행을 강제할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잠재적 불안요소로 꼽힌다. 향후 실제 이행 수준이 합의 취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별도의 페널티 조항이 마련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제2의 거점도매 가능성도…내년 초 실제 계약이 분수령

유통 구조 개편 시도가 다른 제약사들로 확산될 가능성도 주요 변수다.

대웅제약과의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다른 주요 제약사들이 유사한 거점도매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선 이미 대형 제약사 1~2곳이 유통 단계 축소와 물류 효율화를 위한 유사 모델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상생 합의가 타 제약사들의 유통 정책 개편에 선례로 작용할지, 반대로 업계의 반발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유사 정책 도입에 신중해지는 계기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사 정책 도입을 고민해온 타 제약사들 역시 대웅제약의 내년도 계약 체결과 유통 시장의 반응을 지켜본 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를 떠나 유통 주도권을 둘러싼 다툼은 근본적으로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 수수료율 결정은 한쪽의 실익이 다른 쪽의 손실로 이어지는 ‘제로섬’ 구조를 띠기 때문이다. 특히 약가 인하 여파로 제약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1%의 마진율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양측 모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유통 마진과 주도권을 둘러싼 대립은 형태를 바꿔 꾸준히 반복됐다”며 “개별 기업과의 단발성 합의와 상관없이, 수익성 압박이 가중될수록 수수료율을 둘러싼 제약사와 유통업계 간 구조적 싸움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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