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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위기의 제약, 중요한 건 꺾지 않는 마음[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코로나 대유행이 가고 세계 경제 침체가 왔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밀가루와 설탕, 식용유 등 식품을 비롯해 기름값, 공과금 등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다. 지금도 '자장면 값이 올랐다' '계란 값이 金값이다'와 같은 기사들이 쏟아진다. 뭐든지 오르는 고물가 시대에서 딱 하나 예외가 있다면 의약품이다. 우리나라 약가는 국가의 강력한 통제 속 오로지 하락세만 있었다. 예외적으로 최근 감기약 약가가 인상됐는데,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기약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감기약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기업들이 적자 우려로 생산을 꺼리자 정부가 약가 인상이라는 '조커'를 꺼낸 것이다. 그 인상이라는 것도 50원짜리를 90원으로 올린 것에 불과하다. 이조차도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정부의 행보를 살펴보면 내년은 더 깜깜하다. 국내 제약사에 직격탄을 준 급여 재평가 대상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타격을 입었고, 스트렙토키나제, 알마게이트, 아보카도-소야 등 여러 제제들이 재평가 대상에 오르며 급여 범위가 축소되거나 약가가 인하됐다. 내년에도 급여 재평가는 계속될 예정이다. 신약이라고 장밋빛 미래가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정부는 약가 참조국에 호주와 캐나다를 포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호주는 선진국 중에서 약가가 낮은 국가로 꼽힌다. 우리나라와 약가가 비슷하거나 낮아 업계에서는 정부가 약제비 절감을 위해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호주가 약가 참조국으로 포함되면 지금도 글로벌에서 낮은 수준에 속하는 한국 약가가 더 낮게 설정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제조와 유통, 모든 것이 오르는 와중에 최종 산물인 의약품 값은 떨어질 일만 남은 것이 제약업계의 현실이다. 신약 개발이라도 맘 놓고 할 수 있나, 그것도 아니다.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텍들은 요즘 곡소리가 즐비하다.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로 투자금은 말라가고, 상장은 점점 어렵게 됐다. 바이오 대표들은 당장 내년이 걱정이라고 한다. 임상 결과는 당장 나오지 않고 바닥을 보이는 투자금을 어떻게 하든 붙들어야 한다. 대다수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제약바이오가 차세대 먹거리라는 정부의 장담은 경기침체 우려 속에 조용히 사라진 걸까. 말과 다르게 업계를 옥죄어 오는 정부 기조에 내년에도 이 업계는 좁아지는 시장에서 최대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 와중에도 업계는 35호, 36호 국산 신약을 배출했고, 아시아 최대 종양학회에서 신약 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는 대형 제약사 몇몇에 국한된 성과로, 아직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커나가기 위해 필요한 자양분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했던가. 내년 제약바이오 업계에 필요한 건 '꺾지 않는 마음' 같다.2022-12-20 06:14:53정새임 -
[기자의 눈] 특사경 기획수사가 남긴 교훈[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최근 인천지역에서 특별사법경찰이 약국을 대상으로 기획수사를 실시하면서 반발이 빚어졌다. 인천 특사경은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25개 약국을 대상으로 기획수사를 실시했고, 총 6건이 적발됐다. 위반 행위를 보면 무자격자 의약품 조제·판매 1건(2명),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3건(5명), 유효(사용)기한 경과 의약품 판매 목적 저장·진열 2건(2명) 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가운데 한 약국은 약사가 부재한 경우 무자격자인 종업원이 5차례 걸쳐 전문의약품을 조제·판매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용기한이 경과된 전문약 7종 219정을 판매 목적으로 저장·진열했다 적발된 곳도 있었다. 특사경이 예고 없이 약국을 기습 방문함에 따라 지역 약국에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사복 경찰이 약국에 들어와 샅샅이 살폈다. 너무 당황스러웠고, 경찰이 맞는지 여부도 파악되지 않는다. 경찰이 무작정 약국을 급습하는 게 타당한 일이냐" "6명이 한번에 약국에 들이닥쳤다. 법 위반 행위가 있고 없고를 떠나 대역죄인이 된 것 같았다"는 약국의 지적이 과장된 지적만은 아닌 듯 하다. 특사경은 보건, 식품, 산림, 세무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정 분야에 대해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직접 수사한 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특사경의 불시 점검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21세기에 6명이 한 약국에 들이닥쳐 약국을 이 잡듯 조사하는 등의 조사방법과 병의원 등에 비해 약국이 주요 기획수사 대상이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이 필요하다는 게 약사사회 중론이다. 하지만 보다 스마트하고 타이트한 경영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직업에 대한 윤리의식이기도 하다. 대다수 약국이 법을 잘 준수할 때 기획수사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할 수 있다. '약은 약사가'를 외치기 위해서는 기본부터 바로 서야 한다. 공사가 다망해 조제, 판매, 주문까지 모두 직원에게 맡겨야 하는 약국이라면 하지 말자. '잘 되는 약국'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2022-12-18 12:01:57강혜경 -
[기자의 눈] 수출의 탑 포상과 허가 취소의 아이러니[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년 12월 5일 무역의 날을 기념해 수출 확대 기업에게 ‘수출의 탑’을 정부 포상으로 수여한다. 올해도 제약바이오기업 50여곳이 수출의 탑 포상을 받았다. 눈에 띄는 업체가 몇 곳 있다. 파마리서치,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다. 파마리서치는 3천만불 수출의 탑, 제테마는 2천만불 수출의 탑, 한국비엔씨는 1천만불 수출의 탑, 한국비엠아이는 5백만불 수출의 탑을 각각 수상했다. 모두 보툴리눔톡신을 주로 수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국내 업체에 판매한 혐의로 관련 제품에 제조·판매 중지와 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는 점도 같다. 한쪽에선 수출 확대 공로를 인정한다며 포상을 받는데, 다른 한쪽에선 불법 간접 수출 논란에 휩싸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러한 혼란은 국가출하승인 제도와 약사법의 해석에서 기인한다. 법리적 해석에 따라 국내 무역업체를 통해 해외 시장에 유통되는 간접 수출은 불법이 될 수도, 합법이 될 수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취급 권한이 없는 국내 업체에 수출을 목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불법 내수 판매로 보고 있다. 반면 제약업계에선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은 국내 의약품 품질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출하승인제도의 적용이 면제되며, 간접 수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펼친다. 논란의 핵심은 기존 관행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제약업계에선 국산 보툴리눔톡신의 간접 수출이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에도 국가출하승인 제도와 약사법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작동하고 있었고, 식약처는 간접 수출에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제약업계에선 이를 합법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더 많은 업체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체들의 보툴리눔톡신 수출액은 500만불에서 2000만불까지 늘었다. 간접 수출이 본격화한 지 10여년 만에 식약처는 돌연 불법 딱지를 붙였다. 논란이 메디톡스에서 휴젤, 파마리서치, 제테마, 한국비엔씨, 한국비엠아이 등으로 확대되는 동안 식약처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간접 수출을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모든 업체는 식약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이 논란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까지 정부부처 한쪽에선 보툴리눔톡신 간접 수출에 박수를 쳐주고 다른 한쪽에선 불법 딱지를 붙이는 아이러니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보툴리눔톡신 업체들의 ‘웃픈’ 상황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2022-12-16 06:15:24김진구 -
[기자의 눈] 공공심야약국 평가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여야의 2023년도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내년도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을 위한 정부 예산 심사 결과 역시 안갯속에 놓였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를 향해 15일까지 예산안 협상을 끝마칠 것을 요구한 만큼 이때까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여야와 보건당국, 재정당국은 공공심야약국의 정식 제도화 여부를 판단하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내년도 예산을 반영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올해 7월 첫 발을 뗀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은 이제 불과 시행 5개월차에 접어들며 열심히 걸음마 중이다. 제대로 된 시범사업 평가를 위해서는 반년 이상의 시범사업 연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예산 역시 동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공교롭게 공공심야약국 정부 지원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내년도 예산 필요성을 일부 인정한 상태다.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 성과 평가를 위해 적어도 1년 간 운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내년도 예산 반영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민수 차관은 "시범사업 1년이 경과하는 내년 6월 경에 종합 평가 후 공공심야약국 법안을 의결하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기재부 담당자 역시 취약 시간대 의료 공백을 메꿀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따져보자고 했다. 복지부와 기재부 모두 공공심야약국의 효과 판별을 위해서는 일단 내년도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셈이다. 공공심야약국이 일선 편의점 내 비치된 안전상비약과 그 역할을 판이하게 달리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국회와 복지부는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공공심야약국 현장을 직접 찾은 박민수 차관은 편의점 상비약과 공공심야약국이 경증환자 의약품 접근성에 기여하는 역량 차이에 대해 "완전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약사가 직접 복약지도를 할 수 있는 데다 경증환자가 응급실 등 의료기관을 찾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공공심야약국을 편의점이 대신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공공심야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들의 투철한 사명감을 조명하며 예산 반영과 함께 법제화 타당성을 어필했다. 공공심야약국은 동참한 약사들의 희생과 노력, 의약품 전문성을 동력으로 운영된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내년도 예산안은 약사 시간당 인건비를 3만원에서 4만원으로 1만원 인상한 안건으로, 인상되더라도 밤 늦도록 뜬눈을 지새우며 심야약국을 운영하는 약국장과 약사들에게 막대한 혜택이라고 보기 어려운 액수다. 약사들은 공공심야약국의 존재 이유에 대해 경증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 확대와 함께 약국의 공적 역할 강화를 꼽는다. 약국의 수익 창출을 위해 공공심야약국 예산이나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지 않는다. 약사 스스로도 공공심야약국이 사회안전망 강화에 기여하기 위한 기초란 인식을 깊게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여야와 복지부, 기재부는 내년까지 공공심야약국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국고 지원해야 할 타당성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약사들 역시 예산 반영 시 전문성을 십분 발휘해 공적 영역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앞세우고 있는 상태다. 모두가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 지속 운영에 방향성을 함께 하는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감액되거나 철회된다면 이것만큼 모순된 심사결과가 또 있을까. 의약품 취약시간대 공공심야약국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평가하고 향후 정식 제도화를 논의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 반영은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모순 없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결과를 기대한다.2022-12-15 18:29:15이정환 -
[모연화의 관점] 미뤄 짐작하는 고맥락 문화사회의 대면소통(12)이심전심, 척하면 착, 행간 등의 바탕을 이루는 관계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이다. 우리는 구구절절 설명하는 걸 계면쩍어하고,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을 읽어주길 바란다. 이러한 기술은 '눈치'로 불리며 어릴 적부터 "눈치 좀 봐라, 눈치 챙겨라, 눈치 없이 굴지 마라"의 핀잔, 잔소리 혹은 조언으로부터 습득되고, 수많은 인간관계를 통해 향상된다. 개인의 문화적 속성을 분석하는 토착 문화(indigenous culture) 연구자들은 눈치(Nunchi)를 체면(Chemyon), 정(Jeong), 우리성(we-ness) 등과 함께 한국적 문화를 나타내는 주요 개념으로 설명한다. 아울러 눈치는 화자의 언어, 표정, 눈빛, 처한 상황 등을 관찰해 화자의 욕구를 명확히 파악해 내는 개인의 능력이다. 그래서 눈치가 부족하면 한국 내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문화간 다양성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눈치를 강조하는 문화를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로 범주화하였다. 나아가 홀은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동양은 고맥락, 서양은 저맥락 문화로 구분하였는데, 두 문화권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차이를 보였다. 먼저, 고맥락 문화권의 사람들은 상황적 맥락에 따라 암시적으로 의미를 나타내거나 비언어적 혹은 모호한 표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고맥락 문화권에서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을, 알아서 눈치껏 반응하는 커뮤니케이션보다 낮게 평가하곤 한다. 반면, 저맥락 문화권의 사람들은 직접적이고 세부적인 묘사와 명백한 표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울러, 그들은 모호한 언어 사용은 빈약한 정신세계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홀은 국가 간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고/저 맥락 구조를 사용했는데, 이 틀은 세대 간, 조직 간, 지역 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어떤 그룹과 다른 그룹 간의 차이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맥락 경험이 적은 세대는 그렇지 않은 세대보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특히 2000년 이후 세대, 텍스트 소통이 익숙한 세대는 언어적, 명시적, 직접적인 표현을 편하게 생각한다. 또한 익명성이 강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아파트 거주자들은 서로의 맥락을 잘 알 수 없기에, 명확하게 언어화된 표현으로 (비대면 게시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게 된다. 이러한 문화적 커뮤니케이션 특징을 이해하고, 약국을 들여다보자. 약국에 고객이 들어온다. 약사들은 온몸의 촉수를 세워 고객의 맥락을 읽고 싶지만, 마스크 상황에서 상대의 얼굴을 간파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눈빛을 읽어 보고 싶지만, 많은 이들이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하듯이, 안녕하세요. 처방전 받았습니다. OOO 님 오늘 받으신 약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혹은 찾으시는 것 있으신가요? 등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간다. 그런데 고객 대부분은 단답형 메시지 이외 별다른 피드백이 없다. 약사들은 고객들의 무반응을 근거로, 침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객의 입장을 보자. 고객은 이미 그 약국을 서너 번 이상 방문했다. 약사가 오늘은 알아봐 줄까 싶었는데, 오늘도 처음 보는 것처럼 나를 대한다. 약사 얼굴을 보기 전에는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왜냐면 물어보는 것을 따지고 든다고 생각할까 봐서이다. 그냥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그러면서 고객들 역시 자신의 맥락을 경험 삼아 약사를 평가한다. '나를 기억 못하네. 나에게 관심이 없나?' 그래서 "그냥 그래"라는 말로 결론 내리기도 한다. 그런데 약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쳐야만 하는 직종이다. 그래서 관계의 오해를 적게 만들 수 있는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기초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어머니로 불리는 클로드 섀넌과 워렌 위버(Claude E. Shannon and Warren Weaver)의 모델로 학습할 수 있다. 1948년 섀넌은 미국의 수학자였고, 위버는 과학자였는데,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수학적 이론" 논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선보였다. 이 모델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은 선형적인 과정을 가지고 있으며 말하는 사람이 1차 역할, 듣는 사람이 2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말하는 사람이 원천 정보에서 필요한 메시지를 골라 정확하게 전송(transmitter)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은 정확한 수신(reception)을 할 수 없다. 또한 그 과정에서 노이즈로 방해받을 수 있는데, 이 노이즈의 개념은 소음의 뜻이기도 하지만 집중을 떨어뜨리는 다양한 방해요인으로 개념화될 수 있다. 예컨대, 고맥락 사회에서는 [눈치 강요]와 같은 사회적 압박과 [미루어 짐작]하려는 나의 의지가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노이즈 요인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듣는 사람이 수신과 관련한(잘 이해했는지) 피드백을 주어야 커뮤니케이션이 완성된다. 약사의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의 약물 치료 효과 극대화를 위한, 직능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약사는 듣는 사람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하기보다는 맥락을 낮추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고객이 특정 제품을 지목하고,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일지라도, 그거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소? 식의 TMI(Too Much Information; TMI)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이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피드백 요청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약국 현장의 현실적 특성상 모든 사람에게 구구절절 친절한 TMI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하루 5~10명 정도를 목표로 구체적인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라는 제안을 한다. 약국은 많은 경우 한 지역에서 오랜 기간 고정되어 있어서, 하루 10명 정도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지역 구성원들의 맥락이 조금씩 읽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조금은 읽어주는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의 장점도 시너지처럼 발휘될 수 있다. 맥락을 파악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사람에 따라 맥락을 낮추기도, 높이기도 하는 맞춤형(tailoring) 커뮤니케이션의 기초가 되어준다. 궁극적으로,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은 나라는 브랜드, 내 약국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여준다. 그러니 미루어 짐작하지 말고, 맥락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말을 건네보자.2022-12-14 09:42:42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조악한 반대논리[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산의 배정과 쓰임, 그 흐름에 따라 정부의 철학과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자원 배분의 효율화를 명목으로 국민들이 사실상 복지로 인식하는 보건의료 보장을 일부 축소하거나 의료민영화 혹은 영리화에 대한 노골적인 개방 시도, 안전보단 편의성을 중요 명제로 삼는 태도까지, 우리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수 많은 시도와 저항, 실패와 또 다른 역사적 시도를 반복해서 목도하고 있다. 의료사각지대인 심야 시간대 의약품 안전 사용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공공심야약국사업도 마찬가지다. 보건당국에서 야심차게 준비해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재정당국의 눈초리는 따갑기만 하다. 지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당시 기재부 관계자는 복지부의 공공심야약국 예산 배정과 지원책에 대해 "민간기관(약국) 지원 근거를 만드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평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기관의 절대 다수가 민간 기반으로 운영된다.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국내 내로라하는 병원들과 대형약국에서부터 분업 외 지역 기관으로 지정된 약국에 이르기까지 민간이 아닌 곳이 거의 없다. 이렇게 공공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아예 없는 곳이 많은 탓에 그간 정부는 보건의료기관의 공공성 강화를 큰 정책 줄기로 잡아왔다. 이번 공공심야약국 또한 전형적인 민간기관의 공공화 정책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시작부터 심야 노동에 비해 약사 인건비 수준이 턱없이 낮았고, 참여 약국이 많지 않을까봐 정부와 약사회가 발 벗고 필요성을 강조하며 진행해온 공익사업이다. 민간에 공공성을 부여하면서 이끌어온 공공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민간기관에 지원 근거를 만드는 데 주저하는 건 발목잡기에 다름 아닐 뿐이다. 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세부 논리도 문제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제 처방전이 필요한, 시급하고 응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약이 얼마나 팔렸으며, 편의점 안전상비약과 관련해 접근성이 더 풍부한 곳에서 구입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심야약국은 단순히 심야에 의약품 매출을 더 올려보겠다고 만든 사업이 아니다. 보건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에 불을 밝혀 응급 환자가 올 경우, 그들의 상태를 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는 행위부터 간단한 의약품 투약으로 처치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공공심야약국에 거는 기대와 가치를 단순히 약 판매로 수치화 하려는 시도는 매우 우려스럽고 위험하다. 이미 시범사업으로 긍정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국회에서도 추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이 사업에 편의점 안전상비약으로 맞대응하며 발목을 잡는 건 난센스다. 주무 부처가 아닌 타 부처의 분절된 방향성과 철학이 약무정책에 연이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2022-12-13 20:14:24김정주 -
[기자의 눈] 전문약사, 있어야 하는 것과 있는 것[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내년 4월 시행되는 전문약사제도가 입법예고를 앞두고 사실상 병원약사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발표되는 입법예고 내용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약국, 산업약사 특화 분야들은 삭제가 유력하다. 지역 약국은 병원약사와 공통 분야인 ▲내분비약료 ▲노인약료 ▲소아청소년약료 ▲심혈관약료가 남고, 산업 분야는 전부 사라진다. 그동안 대한약사회와 산업약사회는 약국과 산업에 특화된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지만 결국 정부 설득엔 실패했다. 병원약사는 병원약사회 주관으로 10여년 누적된 데이터가 있어 큰 이견 없이 제도화로 이어진 반면, 약국과 산업은 어려움이 많았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있어야 하는 것’과 ‘있는 것’의 차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 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는 의미다. 누적된 행위와 그에 따른 데이터가 있을 때 제도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문약사를 주제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병원약사회 관계자는 “처음 병약이 주관하는 전문약사를 준비하는 데도 2~3년이 걸렸고, 그것도 몇 개 분야로 특정 병원에서만 시작했었다”고 했다. 이후 관심을 받으며 하나 둘 분야가 늘어났고, 자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해온 것이 제도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병원약사들의 지난 10년 동안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건 10년 전 전문약사가 필요할 것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업으로 옮겨낸 점이다. 이제 와서 시행을 코앞에 앞둔 전문약사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약사회가 흔히 말하는 ‘직역 확대’를 위해선 장기적인 목표와 방향성 설정, 구체적인 사업을 옮기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동안 방문약료, 공공심야약국이 있었다면 앞으론 5년, 10년 뒤를 내다보며 어떤 새로운 것들을 시작하고 어떻게 데이터화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흔히 일반약, 건기식을 포함한 포괄적 약물관리가 약사의 미래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일부 약사들만 활동하는 파편적인 준비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여가는지 의문이다. 약사회는 당면한 과제가 많다. 막아내기도 급급한 사안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길 때, 그래서 ‘직역 확대’에 대한 청사진이 뜬구름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 약사회는 더 많은 약사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다.2022-12-13 17:51:11정흥준 -
[기자의 눈] 의약품 투약편의성의 경쟁력과 가치[데일리팜=어윤호 기자] 맞던 약을 먹게 되고, 매일 먹던 약을 한 달에 한 번 투약 받는다. 투약편의성은 이제 의약품 시장에서 하나의 경쟁력이다. 그간 만성질환에서 주로 강조됐던 편의성은 이제 항암제 영역에서도 강조되는 추세다. 원샷치료제의 등장도 한몫 했지만 이제 첨단 신약들은 효능 뿐 아니라 편의성 면에서도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투약편의성. 말 그대로 '약을 투약하는 것이 편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몸이 아파서 복용하는 약인데 편한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약이라면 당연히 효능을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같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제약사들은 편의성에 상당한 집착을 보인다. 아예 해당 약제 마케팅·영업에 있어, 복용편의성이 메인 슬로건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신제품의 효능만 내세우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약물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현존하는 약보다 훨씬 뛰어난 약을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약사들이 직접적인 선발 경쟁품목과 1대 1 비교 임상연구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통 해당 질환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1차약제(표준치료제)와 비교 임상을 한다. 간혹 경쟁품목이 곧 1차약제인 경우는 1대 1 임상이 이뤄지지만, '우월'하다는 결과를 확보하는 신약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현존하는 약과 동일한 효능을 보이지만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열려 있다. 다만 편의성이 무조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경중이 있다. 상식적으로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암의 경우 복용이 편하다는 이유로 처방을 변경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따라서 항암제의 편의성은 상당히 획기적인 변화이거나 효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괜히 약을 바꿨다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현재 처방하는 약으로 효능을 보고 있는 환자에게 새로 나온 약을 주는 의사는 없다. 또 병용요법이나 유관질환으로 인해 편의성의 이점이 떨어질 수도 있다. 반면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에서 편의성은 다소 위력이 크다. 하루에 많은 양의 약을 먹어야 하는 고령 환자들에 대한 복합제 처방이 선호되는 이유와 같다. 월 1회에서 연 1회까지 투약 주기를 늘리는 약에 대한 기대감은 효능을 넘어 삶의 질에 대한 적잖은 니즈가 반영된 것이다. 편의성은 무작정 떠 받들어 주기도,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어려운 가치라 할 수 있다. 다만 편의성이 주요한 질환을 찾고 니즈가 확실한 약을 개발했다면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보험급여 등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편의성 개선 약제가 쌓여가고 있으니 말이다.2022-12-13 06:00:00어윤호 -
[기자의 눈]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지원책도 필요[데일리팜=이혜경 기자] 12월 11일부터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위반 시 인증을 취소하는 일명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시행됐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GMP 적합 판정을 받거나, 반복적인 GMP 거짓 기록 작성 등 GMP 관련 중대한 위반행위를 하면 적합 판정이 취소된다. GMP 인증이 취소되면 더 이상 해당 제조소는 의약품을 제조·판매할 수 없게 된다. 새로 GMP 적합 판정을 받기까지 약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여기에 징벌적 과징금 조항까지 적용되면 해당 품목을 판매한 금액의 2배 이하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은 약사감시에도 2회 이상 중복 위반업체 수가 60% 이상을 차지하면서 당위성에 불을 지폈다. 식약처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공개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 간 완제의약품 GMP 제조업체의 약사감시 결과를 보면, 전체 위반업체 수는 189개소로 1회 위반 업체 수는 71개소에 불과했다. 나머지 118개소가 2회 이상 중복 위반업체로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여곳의 제조업체에서 허가 변경 없이 임의로 첨가제 등을 바꾸고 서류를 조작하거나 허가자료를 허위 작성한 것이 적발됐다. 하지만 이들의 처분은 해당 품목들의 판매 중지 또는 허가 취소 처분에 그쳤다. GMP 규정을 어긴 채 약을 제조소 임의로 만들거나, 품질자료를 조작하고 은폐하는 등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나면서 국회가 나서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법안에 담아냈다. 지난 6월 10일 개정된 약사법은 12월 1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과 약사법 시행 두 달 전까지 임의제조로 적발된 업체가 있었다. 비양심적인 업체들로 인해 양심적인 업체들까지 강화된 GMP 약사감시 제도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왔다.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은 제조업체에게 가혹한 처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을 만든 것 역시 동료 제조업체였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법은 시행됐고, 이제는 실전이다. 불법을 저지른 제조업체는 분명 채찍이 필요하다. 다만 양심적인 제조업체에 대한 당근도 있어야 한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강력한 처분의 테두리 안에 들어왔지만, 이를 어기지 않고 지켜내는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방안도 함께 마련되길 희망한다. 또 제약사가 스스로 GMP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지원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2022-12-12 16:33:53이혜경 -
[기자의 눈] 국제무대서 주목받은 K-항암신약[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2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학술대회(ESMO Asia 2022)'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성과가 빛을 발했다. ESMO Asia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글로벌 종양학회다. 세계 3대 암학회인 유럽종양학회(ESMO)의 자매 행사로 매년 글로벌과 아시아 암 전문의들이 모여 최신 임상연구와 치료 전략을 공유한다. 올해 ESMO Asia에는 온·오프라인으로 전 세계 70개국 3000여명이 등록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이 행사의 주인공은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이었다. 최근에는 중국 제약사들의 데이터 발표가 늘어났으나 대부분은 중국 내에서 이뤄진 임상이었다. 올해 국내 제약사인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3상 글로벌 임상 결과가 ESMO Asia 2022의 메인 세션인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실시한 임상 결과가 글로벌 학회 메인 세션으로 배정된 건 유한양행이 처음이다. 렉라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오픈 콜라보레이션'이 만든 최고의 성과다.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 기업인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렉라자 물질을 도입해 임상을 실시했다. 2상을 마친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렉라자를 기술이전했다. 동시에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독자적인 개발도 이어갔다. 얀센이 렉라자를 자사 신약인 '아미반타맙'과 병용해 쓴다면 유한양행은 렉라자 단독요법 임상을 추진한 것이다. 렉라자는 타그리소 이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한 유일한 약이다. 올해 ESMO Asia에선 중국 제약사가 개발한 베포테르티닙(Befotertinib)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에 대한 3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베포테르티닙은 중국 내에서만 오픈라벨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임상 결과의 중요도나 데이터의 신뢰도 측면에서 렉라자만큼 의미를 얻진 못해 메인세션이 아닌 다른 세션에 배정됐다. 렉라자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은 아니지만 타그리소가 충족하지 못한 수요를 해소해주는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 렉라자는 타그리소의 효과가 비교적 떨어지는 L858R 변이에서도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치료 옵션이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나는 것은 의료진과 환자에겐 더없이 좋은 일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 이뮨온시아의 면역항암제 임상 결과도 구두 발표 세션에 배정됐다. 이뮨온시아가 개발 중인 PD-L1 항체 IMC-001 국내 2상 중간 분석 결과로, 재발성·불응성 NK·T세포 림프종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했다. IMC-001 역시 계열 내 최초가 아니다. 이미 키트루다, 옵디보 등 글로벌 신약이 있고 임상도 국내 환자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IMC-001이 구두 발표로 선정된 배경은 '틈새 시장'에 있다. NK·T세포 림프종은 희귀암인 데다 재발 후 쓸 수 있는 신약이 없어 개발이 시급하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주로 발생하는 탓에 글로벌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이뮨온시아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도하지 않은 희귀암에 도전해 반응률 60%, 완전관해 100%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희귀암으로 국내 환자들은 매우 적지만 중국 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는 것이 이뮨온시아의 설명이다. 올해 ESMO Asia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린 성과는 꾸준한 연구개발의 결실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이어져 아시아를 넘어 세계 3대 학회(ASCO·ESMO·AACR)의 중심에 설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2022-12-09 06:17:00정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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