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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배송 전면 확대 땐 플랫폼 종속"…약사들 파급효과 '촉각'

  • 강혜경 기자
  • 2026-08-29 06:00:59
  • 요약
  • "비급여 약 저가전쟁 시작…우선노출 방식 등 따라 판도 바뀌어"
  • 플랫폼 종속 가장 걱정...플랫폼 제휴 창고형약국 등장 예상
  • "정부가 지칭한 '동네약국 중심 약 배송' 현실성 없다" 지적도
  • 의사·약사 단체 주도 '공공 플랫폼' 필요성 대두
AI생성 이미지.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결국 코로나19를 틈 타 비대면 진료 시장에 승차했다가 버틴 플랫폼들이 승기를 잡는 건가요?"

"그간 플랫폼들이 보여온 처방 부추기기와 무료 배송·리뷰 작성 이벤트, 최근까지도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 가맹약국 몰아주기까지 약국의 플랫폼 종속은 불 보듯 뻔해질 겁니다."

"플랫폼 주도로 비대면 진료가 설계된다면 의원과 약국은 높은 수수료를 감내하며 환자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간 투자로 운영돼 오던 플랫폼들 역시 수익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정부가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 배송 확대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약사들 역시 파급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심은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하위법령 제정과 약 배송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느냐는 부분이다. OECD 사례를 예로 들며 산업계가 주장하는 대로 비대면 진료를 폭넓게 허용하는 경우 제2의 의약분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 역시 초진 환자의 처방 가능 일수를 7일로 제한하고, 탈모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의 처방을 제한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제한을 두는 것과 달리 약 배송에 대해서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가까운 동네약국을 중심으로 약 배송을 허용, 비대면 진료 전담약국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있다'며 '조제약 품질관리, 환자 수령여부 확인, 복약지도 등 세부 사항에 대해 범부처 민관협의체를 운영해 디테일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면 약 배송 도입시 복잡해 지는 셈법…핵심은 하위 법령

약국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비대면 진료·약 배송 허용이 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정부 지침에 따라 시시각각 비대면 진료 이용행태 등에 차이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따라 한시적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전면 허용되면서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를 비롯해 30여개 이상의 민간 플랫폼이 급성장했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틈타 30여개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등장, 경쟁을 벌였었다.

후발주자로 나선 플랫폼들은 '소아과 비대면 진료 중개', '산부인과 비대면 진료 중개', '탈모 비대면 진료 중개', '한의원 비대면 진료 중개', '남성 비대면 진료 중개' 등 서비스를 구체화하며 틈새전략 구사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경보 하향에 따라 2023년 6월부로 계도기간을 둔 시범사업으로 전환하면서, 플랫폼들은 위기를 맞게 됐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종료에 따라 퀵, 택배 배송이 '방문수령'으로 제한되면서 플랫폼 이용율이 급격히 줄었다.

재진 환자 중심+약 배송 금지(도서·벽지 등 제외)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용량이 급감했고 우후죽순 늘었던 플랫폼 업체들도 서비스 중단에 나섰다.

2023년 12월 정부가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통해 휴일·야간 초진 허용 및 의료취약지 등으로 대상을 대폭 확대한 데 이어, 2024년 2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가 계기가 돼 종합병원급을 포함한 전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되기도 했다.

약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플랫폼 업체들은 물론 환자 이용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면서 "적어도 약 배송이 전 환자를 대상으로 확대된다면 비대면 진료 이용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심각 단계 당시 실시된 비대면 진료 건수는 1386만건으로 전체 국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가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으며 약 배송이 제한된 2025년에도 닥터나우는 168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시행, 올해는 상반기에만 145만건을 기록하며 전년도 수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방문 수령이라는 '반쪽짜리 평가' 속에서도 젊은 세대와 비급여 약을 비대면 진료로 처방 받으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약국을 방문하지 않고 약까지 받아볼 수 있다면 감기·소화불량은 물론 비급여 시장까지 요동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처방·조제'의 진입 장벽이 사실상 사라짐에 따라 일반 약국을 방문하는 대신 경증질환에 대해서도 모두 처방을 받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사실상 약 배송이 비대면 진료를 부추기는 촉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 관계자는 "단순 해열진통제부터 인공눈물, 피부연고 등까지 일반약으로 커버할 수 있는 영역 조차 처방·조제가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건보재정 고갈은 물론 일반약 배송 허용에 대한 주장으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대면 전담 의료기관·약국 금지, 초진 처방일수 제한 실효성은?

현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도 '지침'은 마련돼 있다.

비대면 진료를 희망하는 환자가 시범의료기관에 비대면 진료를 요청하면, 의사가 본인확인 의무에 따라 대상자를 확인하고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진단 및 처방 등 비대면 진료를 실시,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처방전을 발급하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따르고 있다.

단순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만을 이용한 비대면 진료는 불가하다.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으로,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이며 대면진료가 원칙이라는 내용과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의료기관을 1차적으로 선택,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 향후 대면진료로 연계할 수 있도록 거주지 주변의 가까운 의료기관을 선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부적절 사례'로는 환자가 의사의 대면진료 요구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 방식을 요청하거나 특정 의약품 처방을 요구하는 사례 등을 예로 들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약제를 처방하는 경우에도 마약류와 오남용 우려의약품, 사후피임약, 비만치료제는 처방이 불가하며 1회 처방시 최대 90일 한도 내에서 처방해야 한다는 지침도 명시돼 있다.

처방약 조제, 복약지도 및 수령 단계에서는 약사가 환자와 협의해 조제 가능 여부와 의약품 수령 방식을 결정하도록 하되 약 배송인 재택수령의 경우 섬·벽지 환자, 취약계층(65세 이상 노인(장기요양등급자에 한함), 장애인,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복약지도는 구두와 서면으로 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시범의료기관(약국) 지침.

비대면 진료 관련 전담 기관 운영 역시 금지된다. 의원과 약국 등 시범의료기관이 대면진료를 하지 않고 비대면 진료만 실시해서는 안되며, 시범의료기관은 해당 의료기관 내 진료건수 중 월 비대면 진료 건수의 비율이 3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침에는 또 시범의료기관이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해당 플랫폼 업체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협조사항도 담겨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이 모두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정부가 비대면 전담 의료기관과 약국을 제한하고, 전체 처방건수의 30%라는 캡을 씌우는가 하면 처방 불가 의약품을 추려내며 손질을 거듭해 오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비대면 진료를 통해 원하는 약을 1분 내 처방 받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진료과목별 처방 제한이 없다 보니 정형외과전문의가 안과용제를 잘못 처방하거나, 가정의학과 의사가 소아용제의 처방을 혼돈하는 사례도 종종 빚어지고 있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서 배달전문약국 5곳이 개설됐다 폐업했다.

지역의 약사는 "초창기 비대면 진료만 전담으로 하는 의원, 약국이 생겨났던 것을 감안했을 때 전담 기관 제한과 30% 캡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서 2023년 3월부터 8월까지 배달을 전문으로 한 약국들이 연달아 개설되면서 약사사회 내에서도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진료시간 이외 차량 등에서 비대면 진료 앱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한 의사 등을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하기도 했다.

이 약사는 "하지만 2023년 이후 비대면 진료 지침을 위반한 사례 등으로 인해 처분이 내려진 건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매년 수백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상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는고 있는지, 지침이 얼마나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대체조제는 늘 텐데…동네약국 중심 약 배송 허용, 가능할까?

약국가가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은 정부가 지칭한 '동네약국 중심 약 배송'이 현실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비대면 진료→방문 수령 구조에서는 환자가 집·회사 등 본인의 반경을 중심에 두고 약국을 선택하는 방식이지만, 배송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활동 반경이 아닌 플랫폼이 제시하는 우선 추천 순위에 따라 약국이 선택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이다.

약국별 의약품 구매·조제 수량 정보를 플랫폼에 제공함으로써 약국 뺑뺑이를 막겠다는 정부 입장과 달리, 약을 배송받는 상황에서는 별점이 높거나 후기가 많은 약국을 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동네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플랫폼들이 필수 동의 사항으로 대체조제 가능 여부를 포함시키고 있는 만큼 대체조제 비율은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동네약국을 중심으로는 어떻게 설계가 가능할지 미지수"라며 "오히려 약이 다양하고 처방 건수가 많은 문전약국이나 대형약국이 유리한 판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제휴시 월 1000건 이상의 비대면 처방 조제, 2000만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약속하는 내용의 플랫폼 홍보물.

조제를 병행하는 창고형 약국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제휴 약국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월 1000건 이상 비대면 처방 조제', '월 2000만원 이상 추가 매출' 등을 약속하며 지역별 거점 형태로 처방전을 몰아주겠다고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플랫폼 업계 "규제 위한 규제 안 돼" vs 약사들 "처방 부추기며 소비자 현혹"

'약 배송이 병행되지 않는 비대면 진료는 반쪽짜리'라며 불만을 제기해 오던 플랫폼 업체들은 약 배송 확대 정책에 대해 환영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2025년 '비대면 진료의 미래'를 주제로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간담회를 열었다.

약 배송이 허용됨으로써 비대면 진료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 독일 등 OECD 국가들의 비대면 진료·약 배송 정책은 물론 제휴 의사들의 설문 조사 등을 토대로 현장 중심의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진의 경우 처방일수를 7일로 제한한다'는 식의 명시적 규제가 아닌,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격의료가 의료비 폭등과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일으킬 것이라며 무상의료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약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과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에서 플랫폼들이 처방을 부추기고, 비급여 처방을 쏟아내면서 소위 자판기 역할을 해온 만큼 현재의 지침 보다 타이트한 법령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료 배달 등을 앞세워 처방을 부추기는 광고들.

지역의 또 다른 약사는 "'약 배달 한번 써 보면 약국 못 가요', '감기부터 피임약까지 약 배송 닥가능', '매달 타는 여드름 약 배달받으세요. 전화 처방 후 약 배달비는 무료!', '9개월치 탈모약 온라인 성지' 등 플랫폼들이 앞다퉈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진행해 왔다. 현재까지도 마운자로 약국 최저가 확인하기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약사는 "소비자가 100% 값을 지불하는 상품과 달리 의료는 공공재라는 특수성을 가지기 때문에 단순 편의적인 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며 "여기에 환자 의료·약료 정보 유출 우려와 타인 명의의 대리 처방 등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사단체와 약사단체가 중심이 되는 공공플랫폼이 필요하다. 플랫폼 주도의 비대면 진료와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약 배송과 졸속 비대면 진료는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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