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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에 분 '사명 변경' 바람…올해만 12곳 간판 바꿨다

  • 차지현 기자
  • 2026-07-20 11:54:48
  • 요약
  • 사업 다각화·지주회사 전환·그룹 브랜드 편입 등 반영
  • 새 이름만으로 기업가치 개선 한계…실적·사업 성과 관건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앞다퉈 새 간판을 달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2곳이 사명을 변경했다. 새 이름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달라진 사업구조와 성장전략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지만 실적과 사업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순한 '간판 갈이'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아쏘시오그룹 IT 계열사 DA인포메이션은 16일 사명을 'DAI'(디에이아이)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기존 IT 시스템 운영·유지보수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기업의 의사결정과 업무 방식을 혁신하는 AX(AI 전환) 파트너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DAI는 AI 신약개발 플랫폼과 AI 기반 헬스케어 플랫폼, 제약산업 특화 GMP 솔루션, AI 에이전트 등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지난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츌립앤사이언스'로 변경했다. 영문명도 'Aptamer Sciences Inc.'에서 'CHOOLIP & SCIENCES Inc.'로 바꿨다. 회사는 변경 사유에 대해 "경영목적 변경과 사업 다각화 전략에 따른 상호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우정바이오도 임시 주총에서 '콜마바이오텍'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는 콜마홀딩스의 경영권 인수 추진에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우정바이오는 지난 3월 콜마홀딩스를 대상으로 35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기존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이전을 추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새 사명에 콜마그룹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사명을 바꾼 곳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상호를 변경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13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룩스는 지난달 29일 '아리바이오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는 아리바이오와 합병을 앞두고 바이오 중심으로 지배구조와 사업체계를 재편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소룩스는 2023년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의 경영권 인수 이후 아리바이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아리바이오를 흡수합병해 기존 LED 조명 중심 사업구조를 퇴행성 뇌질환 신약개발과 헬스케어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합병에 앞서 사명 변경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와 정체성을 정비하고 향후 신약개발·상업화와 바이오 투자 기능을 아우르는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차백신연구소는 지난 4월 30일 '아리바이오 LAB'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역시 아리바이오를 중심으로 바이오 계열사 체계를 재편하려는 구상의 연장선이다. 소룩스는 아리바이오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차백신연구소 경영권 인수까지 결정했다. 지난 3월 차바이오텍이 보유한 차백신연구소 지분 33.3%를 소룩스 외 3인이 23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이를 계기로 차백신연구소를 그룹 내 연구개발 전문 계열사로 재편하고 바이오 사업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전통 제약사의 사명 변경도 눈에 띈다. 국전약품은 지난 3월 31일 '약품'을 뺀 '국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의약품에 한정된 기존 이미지를 넘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결정이다. 국전은 원료의약품(API) 사업을 기반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전자소재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해 제약을 넘어 첨단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사업 정체성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종전 사명으로 되돌아간 사례도 있다. 동물의약품 업체 애드바이오텍은 지난해 9월 사명을 '오리온아토믹스'로 바꿨다가 약 6개월 만인 올 3월 다시 기존 이름을 채택했다. 회사는 사명 복귀와 함께 원전·에너지·배터리·가상자산 등 본업과 거리가 있는 사업목적을 대거 삭제했다. 사업구조를 기존 축산·바이오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회사 정체성을 다시 명확히 한 것이다.

한국비엔씨의 경우 국문 사명을 유지하고 영문 상호만 정비했다. 기존 'BNC Korea Co, Ltd'를 'BNC KOREA, Inc.'로 변경했다. 실무 과정에서 혼용해 온 영문 상호를 하나로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다. 이 회사의 최근 2년 이내 다른 상호변경 내역은 없다.

이외 유투바이오, 씨어스테크놀로지, 네오펙트, 에스씨엠생명과학, 유비케어 등도 올해 들어 잇따라 사명을 변경했다. 유투바이오는 지난 3월 30일 '지구홀딩스'로 이름을 바꿨다. 벤처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물적분할 계획에 맞춰 지주회사 정체성을 사명에 반영했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3월 27일 '씨어스'로 사명을 줄였다. 기술사업화 역량을 기반으로 환자 중심 차세대 건강관리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네오펙트는 3월 25일 '다이나믹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꾸고 기업 이미지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3월 24일 '풍전약품'으로 이름을 바꿨다.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유비케어도 지난 3월 24일 '지씨메디아이’로 이름을 바꿨다. 2020년 GC녹십자헬스케어(현 GC케어)가 2088억원을 들여 경영권을 인수하며 녹십자그룹에 편입된 지 6년 만이다. 이번 사명 변경은 GC그룹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기존 전자의무기록(EMR) 사업을 넘어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향성을 강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사명 변경은 기업이 달라진 사업구조와 중장기 전략을 시장에 직관적으로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기존 사명이 특정 기술이나 전통 제조업 영역에 한정돼 있을 경우 보다 확장성 있는 이름으로 바꿔 종합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으로 전환 방향을 대외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다만 사명을 바꾼다고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 다각화와 신규 사업 진출을 앞세워 이름을 바꿔도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 연구개발 성과가 뒤따르지 않으면 기대감만 키운 '간판갈이'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사명 변경 이후 기대와 달리 실적 개선이나 신사업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이름보다 본업 경쟁력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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