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화장품 몇 개 놓는다고 경쟁력 생기지 않아…결국 상담"
- 김지은 기자
- 2026-09-02 06:00:42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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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양덕숙 한국약국화장품학회 초대 회장
- "제품만 진열해서는 경쟁 못해…약사의 무기는 성분 이해와 상담"
- 교육·상담 가이드 마련하고 약국 '팜뷰티존' 확산…연내 사단법인화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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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국 화장품 시장은 이미 열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약사들이 이 기회를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입니다."
최근 약국을 바라보는 화장품 업계의 시선이 달라졌다. 제약사들이 앞다퉈 더마코스메틱과 기능성 화장품을 내놓고 있고 제품 광고에서도 '약국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
약국 역시 변하고 있다. 일부 대형 약국에서는 화장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유치하고 있으며 동네약국에서도 화장품을 새로운 경영 품목으로 바라보는 약사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양덕숙 한국약국화장품학회 초대 회장(62, 중앙대)은 시장 확대 자체보다 누가 이 시장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인지에 주목했다.
화장품이 약국에서 많이 팔리는 것과 '약국 화장품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약사의 전문 상담이 빠진 채 제품과 가격만으로 경쟁한다면 결국 다른 유통채널과 차별화할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양 회장은 최근 데일리팜과 만나 "K-뷰티가 성장하고 제약사들도 약국으로 눈을 돌리는 지금이 약사들에게는 중요한 기회"라며 "시장이 열렸을 때 약사들이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상담하면서 약국의 영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약국화장품학회가 지난 5월 공식 출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회는 단순히 화장품을 잘 판매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조직이 아닌 임상약사와 학계, 산업계를 연결하고 약국 현장에서 축적되는 피부·화장품 상담 경험을 학술적으로 체계화하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양 회장은 올해 안에 학회의 사단법인화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정관 등 필요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약사들이 화장품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몇 개 놓는다고 경쟁력 생기지 않아…결국 상담"
양 회장이 인터뷰 내내 가장 강조한 단어는 '상담'이었다. 최근 약국가는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창고형약국 등장으로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약국별 가격까지 비교하면서 동네 약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양 회장은 이런 환경에서 가격 경쟁을 외면할 수도 없지만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것은 동네 약국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아 보이는 제품을 훨씬 비싸게 살 이유가 없다"면서 "약국이 그 차이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결국 상담"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은 오히려 약사가 이러한 차이를 보여주기 좋은 영역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약국에는 피부 문제만 갖고 오는 소비자가 드물다. 의약품을 복용하면서 피부 건조나 색소침착 등을 호소하기도 하고, 만성질환이나 노화에 따른 피부 변화를 함께 겪는 경우도 있다.

약사는 약물과 피부 상태, 화장품 성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화장품 판매채널과 다른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약국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약물 부작용에 따른 색소침착, 만성질환과 관련된 피부 이상, 노화에 따른 가려움이나 건조증 등 다양한 문제를 접한다"며 "약사는 생리적 기전을 이해하고 화학·바이오 성분을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복용 중인 약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약사의 강점으로 꼽았다. 광과민성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레티노이드 계열 치료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자외선 차단이나 화장품 성분 선택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피부 타입만 보고 제품을 권하는 것과 다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화장품만 봐서는 안 됩니다. 이 사람이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어떤 피부 상태인지 같이 봐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화장품을 바르는 것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바로 이런 상담이 일반 판매자와 약사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SNS 보고 제품명부터 찾는 소비자…'상담법' 만든다
문제는 모든 약사가 화장품 상담에 익숙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제품은 갖춰놨지만 어떤 소비자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성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몰라 적극적으로 상담하지 못하는 약국도 적지 않다는 게 양 회장의 판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백 관련 제품이다. 소비자는 광고나 SNS를 통해 특정 제품이나 성분은 잘 알고 있지만 정확한 사용 범위나 주의사항까지 알고 약국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학회는 이런 약국 현장의 실제 사례를 모아 교육 콘텐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양 회장은 "약사가 제품을 갖고 있어도 어떻게 설명하고 상담해야 하는지 모르면 판매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대표적인 성분과 사례부터 약국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상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성분별로 짧고 실용적인 상담법을 정리해 약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학회 교육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성분 이해부터 제형 특성, 피부 생리기전, 상담 실무, 부작용 대응, 관련 규제까지 포괄하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올 가을 첫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약국 화장품 상담이 약사 교육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약학대학 교육과정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단순 제품을 소개하는 교육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방침이다. 나이아신아마이드, PDRN, EGF, 엑소좀 등 소비자 관심이 높은 성분도 세포·동물실험 수준의 근거인지, 인체 임상자료가 있는지, 규제기관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따져 근거 수준에 맞춰 정보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대형·화장품 전문약국도 "시장 키우는 역할"…관건은 약사 전문성
학회가 추진하는 또 하나의 사업은 약국 내 '팜뷰티존(Pharm Beauty Zone)'이다. 양 회장은 약국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려면 약사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약국에서도 화장품을 상담받고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봤다.
"소비자는 약국에 화장품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약국에 몇 개 가져다 놓고 안 팔린다고 하면 안 됩니다. 소비자가 들어왔을 때 화장품을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보여줘야 합니다."
학회는 약국 유통 화장품 업체들과 연계해 약국 내 별도의 팜뷰티존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 진열대를 넘어 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약사에게 상담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학회 측이 살펴보고 있는 관련 업체는 30여곳이다. 다만 모든 제품을 일률적으로 입점시키기보다 약국 규모와 상권, 약사의 관심 분야 등에 따라 취급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양 회장은 "대형 상권과 동네약국은 당연히 필요한 제품과 진열 방식이 다르다"며 "각 약국이 자기 지역과 고객에 맞게 선택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양 회장이 최근 등장하고 있는 대형 화장품 전문약국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화장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약국이 등장하면 가격 경쟁에 대한 우려는 생길 수 있지만, 한편으로 소비자와 화장품 업체의 시선을 약국으로 끌어오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양 회장은 "그런 약국들이 시장을 넓혀주는 측면도 있다"며 "결국 약국 안에서 시장을 키우는 것이고, 운영자가 약사인 만큼 약사의 역할을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동네 약국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가격과 물량 경쟁에 뛰어들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소비자가 특정 제품의 가격만 묻고 나가는 약국이 아니라 피부 상태와 복용약 등을 함께 상담하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는 약국을 만드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양 회장이 학회 설립과 동시에 교육을 가장 먼저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K-뷰티 커지는데 약사가 빠질 이유 없어…이번에는 놓치지 말아야"
양 회장은 지금을 약국 화장품 시장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과거 약국에서 접할 수 있는 화장품은 일부 외국 브랜드나 제한된 제품군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가격대와 성분, 제형이 다양해졌고 제약사들의 시장 진입도 활발해졌다. 무엇보다 광고에서 '약국 판매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 그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다.
양 회장은 이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약사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기업 역시 결국 다른 유통채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생겼을 때 잡아야 합니다. 업체에도 약국에서 제품이 판매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약사들도 공부하고 상담하면서 적극적으로 취급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은 다른 곳으로 갑니다."

학회는 이를 위해 임상·교육·검증·대외협력 등을 중심으로 조직을 갖추고 향후 약국에서 축적되는 소비자 사용 경험과 이상반응 사례도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학과 연구소가 기초 연구를, 제약·화장품사가 제품화를, 약사가 현장 검증과 상담을 맡고 학회가 이들을 연결하는 구조가 궁극적인 모델이다.
양 회장이 그리고 있는 최종 그림은 단순한 '화장품 잘 파는 약국'이 아니다. 약사가 성분을 이해하고 근거를 평가하며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피부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 소비자에게 필요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한국형 약국 화장품 모델이다.
그는 이를 'K-파마코스메틱'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프랑스의 더마코스메틱이나 일본 드럭스토어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국내 약국 유통구조와 소비자 특성에 맞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화장품은 이제 약국에서 덤으로 취급하는 품목이 아닙니다. 약사가 가진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어요. K-뷰티 시장이 이렇게 커지고 기업들도 약국을 바라보는 지금, 약사들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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