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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 배송 파고 속 약사회 신뢰 회복이 먼저다

  • 김지은 기자
  • 2026-09-04 06:00:40
  • 요약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보건복지부의 안전상비약 확대안에 이어 정부의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 확대 방침까지 연이어 발표되면서 약사사회가 좀처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를 향했던 분노는 대한약사회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졌고 임시대의원총회 소집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대한약사회는 비대위를 출범시켰지만 이 과정에서도 지부장들과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약 배송 확대 논란의 출발점이 정부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논의돼 온 비대면진료 제도화 방향과 달리 정부가 갑작스럽게 처방약 배송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고, 현재로서는 그 배경과 명분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상태다. 그만큼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대한약사회 집행부에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일선 약사들의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회원들이 묻는 것은 정부가 왜 입장을 바꿨느냐만이 아니다. 정부가 움직이는 동안 대한약사회는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준비했는지, 상황의 변화를 언제 감지했고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묻고 있다.

약사들이 우려했던 위기가 정부 발표로 현실화된 이후 담화문과 긴급회의가 이어졌지만 안전상비약 확대 방침에 이어 약 배송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회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집행부의 대관 역량과 위기 대응에 대한 불신이 쌓인 뒤였다.

집행부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은 이 같은 불신을 봉합하기보다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비상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누가 위원장을 맡고 어떤 방식으로 비대위를 구성할지를 두고 집행부와 지부장들 사이 의견이 엇갈렸다. 이런 상황에서 집행부는 결국 상임이사회를 거쳐 비대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집행부 중심의 비대위 구성에 동의하지 못하는 일부 지부의 불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를 상대로 힘을 모아야 할 때 약사사회가 내부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그렇다고 '지금은 단결할 때'라는 이유로 집행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덮어두는 것 역시 답은 아니다. 단결은 요구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됐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대응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면 인정해야 한다. 비대위 역시 왜 지금의 구성으로 출범했는지, 기존 집행부의 대응과 무엇이 달라지는지, 어떤 권한과 전략으로 정부를 상대할 것인지 회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그간 집행부에 힘을 실어왔던 한 지부장의 말이 와닿았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회원들의 '불안'이라고.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충분히 알지 못해 생긴 불안이 조금씩 불신과 분노로 옮겨가고 있는 게 우려된다고 했다.

지금 약사회에 필요한 것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둘러싼 공방에 머무는 것이 아닌 '이 위기를 책임지고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책임을 묻는 일과 단결하는 일은 서로 반대되는 것도 아니다. 책임 있는 설명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제대로 된 단결도 가능하다.

약 배송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 정부와의 협의뿐만 아니라 국회 입법과 대국민 여론전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비대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비상 대응체계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집행부와 생각이 다른 지부까지 끌어안고 회원이 믿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전략을 보여줄 때 비로소 비대위라는 이름에도 힘이 생길 것이다.

잇따른 현안은 약사사회에 정책 대응을 넘어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위기 앞에서 대한약사회라는 조직이 어떻게 회원들의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동력 삼아 움직일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회원들에게 단결을 요구하기 전에 집행부가 먼저 믿고 함께할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 비대위가 해야 할 일 역시 약사사회 전체가 함께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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