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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I 신약, 이젠 ‘후보 발굴’ 다음을 보여줄 때

  • 김진구 기자
  • 2026-09-16 06:00:36
  • 요약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AI가 찾아낸 신약 후보가 마침내 임상 3상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AI 신약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은 지난 10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렌토서팁’의 임상 3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AI가 표적 발굴부터 분자 설계까지 관여한 후보물질이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받는 단계까지 올라선 것이다.

렌토서팁의 3상 진입은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동안 AI의 성과는 주로 얼마나 많은 화합물을 분석했는지,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얼마나 단축했는지로 설명됐다. 이제는 AI가 찾아낸 후보물질이 실제 환자에게도 유효한지를 묻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세기의 대국’을 벌인 지 10년이 되는 해다. 당시 바둑판 위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AI는 10년 만에 신약 후보를 직접 찾아 임상 3상까지 보내는 수준으로 발전한 셈이다. 

제약바이오산업에서의 AI 활용도 빠르게 확대됐다. 신약 표적 발굴과 후보물질 설계뿐 아니라 임상시험 설계, 생산공정 최적화, 영업·마케팅 분석까지 적용 영역이 확대됐다. 국내에서도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전문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AI가 가져온 변화는 분명하다. 사람이 일일이 검토하기 어려운 방대한 화학적 공간을 빠르게 탐색하고, 유망한 후보물질을 추려내면서, 신약개발 초기의 시행착오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렌토서팁 역시 기존 신약개발 방식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후보물질을 도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AI 신약개발을 평가하는 잣대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플랫폼을 구축했다거나 몇 개월 만에 후보물질을 발굴했다는 성과는 여전히 크게 조명된다. 반면 그 후보가 임상에서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기존 방식보다 실패율과 개발비용을 얼마나 낮췄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물론 10년 전, 혹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AI를 활용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개발기간을 단축했다는 사실 자체가 분명한 성과였다. AI가 실제 신약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AI가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임상 3상까지 진입하는 단계에 이른 만큼 평가 기준도 한 단계 높아져야 한다. 후보물질을 얼마나 빨리, 몇 개 찾아냈느냐보다 그 후보가 실제 임상에서 얼마나 살아남는지, 전체 개발기간과 비용, 실패 가능성을 얼마나 줄였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다. 여기까지 증명하지 못한다면 AI는 신약개발의 판을 바꾼 혁신이라기보다 후보물질 탐색을 효율화한 강력한 도구에 머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렌토서팁의 3상 진입은 AI 신약개발의 성공을 의미하기보다 본격적인 검증의 시작에 가깝다. 알파고 이후 10년, AI 신약개발에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플랫폼이나 후보물질 숫자가 아니다. 실제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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