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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나 무산…15년 째 이어진 울산대병원 문전약국 논란

  • 김지은 기자
  • 2026-08-21 11:56:13
  • 요약
  • 2012·2017년에도 약국 입점 추진 움직임…지역약사회 반발로 무산
  • 병원 인접 옛 현대중공업 부지…소유주 바뀌었지만 약사법 적용 여부 쟁점
  • 법률전문가 "공간·기능적 독립성 따져야"…보건소도 과거 이력·판례 검토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울산대학교병원 바로 앞 건물을 둘러싼 약국 개설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역 약국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논란이 주목되는 것은 단순히 대학병원 앞 이른바 '황금자리'에 새로운 약국이 들어서는 문제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부지는 과거 현대중공업 소유 당시부터 울산대병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던 곳으로, 2012년과 2017년에도 약국 입점 움직임이 불거졌다가 지역 약사사회의 반발 등으로 무산된 전력이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현재 건물의 소유주나 용도만을 기준으로 약국 개설 가능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 의료기관과 부지의 관계와 분할 과정, 현재 병원과의 공간적·기능적 관계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두 차례 무산된 약국 입점…15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

지역 약국가에 따르면 논란이 된 곳은 울산대병원 주출입구 인근에 위치한 건물이다. 현재 병원과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과거 현대중공업이 소유했던 부지로, 울산대병원과 호텔 등이 함께 사용했던 공간에 포함돼 있었다는 게 지역 약사들의 설명이다.

약국 입점 움직임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12년경이다. 당시에도 해당 장소에 약국을 개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주변 약국가와 지역약사회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현실화되지 않았다.

2017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지역 약국가에 따르면 당시 현대중공업 측과 울산시약사회 사이에 해당 장소에는 약국을 입점시키지 않는다는 취지의 논의가 이뤄졌고 이후 약국 개설 움직임도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2017년을 전후해 호텔과 관련 부지가 사모펀드 측으로 넘어가면서 소유관계가 바뀌었고, 현재는 현대중공업이 직접 해당 부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15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이 다시 복잡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약국가가 주목하는 부분은 소유권 변경만으로 해당 장소와 의료기관 사이의 과거 관계가 완전히 단절됐다고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약사법 제20조 제5항은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개설등록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의료기관의 시설이나 부지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해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와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 복도·계단·승강기·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된 경우도 개설등록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현재 소유자가 의료기관과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해당 건물의 형성 과정과 과거 의료기관과의 관계, 현재 위치와 이용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게 지역 약국가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법원 판결에서도 약국 개설 장소가 의료기관에서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돼 있는지 여부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다뤄지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약사법상 약국 개설 제한 규정을 판단할 때 의약분업 원칙에 따라 의료기관 외래환자의 원외조제를 의무화하고, 약국을 의료기관과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된 장소에 두려는 입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약국 개설 제한은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제한하는 만큼 단순히 과거 의료기관과 같은 건물이나 부지였다는 사실만으로 제한 사유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서도 안 된다는 게 판례의 또 다른 원칙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서도 과거 현대중공업과 울산대병원, 해당 건물 사이의 관계가 현재까지 어느 정도 이어지고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입지 역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인근 약사들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울산대병원 주출입구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하고 있다. 약국 개설이 거론되는 공간은 약 60평 규모로 현재 공실 상태이며 같은 건물에는 편의점 등이 운영되고 있다.

법률 전문가도 해당 건물이 울산대병원 암센터 부지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인접하고 있으며 병원 출입구와 같은 높이에 위치한다는 점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약국가에서는 이곳에 약국이 들어설 경우 병원 외래처방전의 상당수가 특정 약국으로 집중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울산대병원 주변에는 병원 처방전을 수용하는 약국들이 분산돼 있지만 병원 출입구와 사실상 맞닿은 위치에 대형 약국이 들어설 경우 기존 약국들과의 경쟁구도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약사들은 이번 사안을 과거 창원 경상국립대병원이나 대구 계명대병원 주변에서 불거졌던 약국 개설 논란과 연결해 바라보고 있다. 약국 개설등록이 이뤄진 이후 법적 다툼을 시작할 경우 결론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그 기간 주변 약국들이 입는 경영상 피해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인근 한 약사는 "개설등록을 먼저 해주고 나중에 문제가 있으면 소송으로 판단하라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병원과 부지의 관계나 약국 개설 논란이 있었던 과정, 최근 판례까지 충분히 검토한 뒤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에서도 약국이 문을 연 뒤 수년간 소송이 이어지면서 주변 약국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며 "이번에는 개설 이후가 아니라 사전에 법적인 부분을 충분히 살펴달라는 것이 주변 약사들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불허 가능성 높아"…보건소 "과거 사실·판례 함께 검토"

법률전문가도 해당 장소의 과거 이력과 현재 의료기관과의 관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번 사안을 검토한 이기선 변호사는 해당 건물에서 약국 개설을 시도할 경우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와 제3호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의견서를 통해 해당 건물의 위치와 병원과의 관계, 과거 부지 이용 및 소유관계 등을 종합하면 약국 개설이 불허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실제 개설등록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변호사는 "약국 개설과 관련해 지역 보건소별 판단이 일관되지 않고 판례 기준과 다른 개설등록 사례도 있어 관할 보건소가 실제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결국 해당 장소가 의료기관과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돼 있다고 볼 수 있는지, 과거 의료기관 부지와의 관계가 현재까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관할 보건소 역시 현재로서는 약국 개설이 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울산 동구보건소 관계자는 데일리팜과의 통화에서 "현재 해당 장소와 관련해 약국 개설등록 신청이나 관련 민원이 접수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약사회 등을 통해 관련 이야기가 나온 만큼 과거 자료와 판례 등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 있었던 사실관계도 있고 관련 대법원 판례도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현재의 물리적인 상황만을 가지고 바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여러 가지 의미와 사실관계를 함께 살펴봐야 하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2012년부터 반복돼 온 울산대병원 앞 약국 논란은 다시 관할 행정청의 판단을 앞두게 됐다. 아직 실제 약국 개설등록 신청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향후 신청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의 소유관계와 입지만을 볼 것인지, 과거 의료기관과 해당 부지의 관계와 의약분업 원칙까지 함께 고려할 것인지가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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