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재택수령 합의 뒤집은 정부…약 배송 전면 확대 파문
- 김지은 기자
- 2026-08-22 06:00:59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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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4일 시행 앞두고 제한적 재택수령 이미 법제화
- '전면 확대' 추가 법 개정 필요…"산업계 달래기용?" 의구심
- 약사회, 발표 전 정부 움직임 인지…약정협의체 관계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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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정부가 비대면진료 환자의 의약품 배송 대상을 모든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꺼내 들면서 약사사회 안팎에서 발표 시점과 배경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미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일부 환자에 한정한 재택수령 원칙이 마련된 상황에서 정작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다시 전면 배송 확대를 위한 법 개정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실제 개정 의료법은 비대면진료 제도를 오는 12월 24일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환자 처방전은 환자가 지정한 약국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의약품 수령과 관련해서는 제한적인 재택수령을 전제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0일 비대면진료 중개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을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비대면진료 환자의 의약품 배송 대상을 모든 환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약사사회가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고 보는 지점은 시점이다.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오랜 논의를 거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12월 24일 시행을 앞두고 현재 시행령·시행규칙과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단계다.
의약품 재택수령의 경우 비대면진료 환자 전체가 아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대상자에 한해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이 마련됐고, 관련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진 상태인 것. 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 확대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약사사회 내·외부 시각이다.
왜 지금인가…약사사회 "정책 필요성보다 산업 논리 앞섰나" 의구심
약사회 내부에서도 이번 발표가 곧바로 12월 전면 약배송 시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면 확대를 위해서는 의료법 또는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고, 국회 심사와 의결은 물론 법 개정 이후 다시 하위법령과 세부 전달기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약사회는 현재 제한적 재택수령 대상자를 전제로 복지부와 의약품 전달체계를 논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약국에서 환자에게 약이 전달되는 과정의 책임소재와 복약지도, 환자 본인확인, 배송방법, 결제체계 등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이를 하위법령과 고시, 가이드라인에 어떻게 나눠 담을지를 정부와 협의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제한적 재택수령조차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 확대부터 논의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다.
대한약사회가 정부의 전면 확대 방침을 언제 인지했는지도 약사사회 내부에서 관심이 큰 부분이다.
최근 진행된 약정협의체에서 복지부는 약사회에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와 관련해 범정부 차원의 요구가 있고 관련 내용을 보도자료 형태로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부에서 전달된 내용은 '배송 확대 검토'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종 발표에서는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확대'라는 표현이 추가되면서 약사회 내부에서도 당초 공유받은 수준보다 발표 수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약사회가 요구해 온 안전장치 일부는 정부 발표 내용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약국 중심의 배송체계를 마련하고 비대면진료 전담약국을 금지하는 방향, 약국별 비대면 처방조제 건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약사사회로서는 이 같은 안전장치보다 '모든 환자 대상 배송 확대'라는 큰 방향 자체가 훨씬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 시점에 전면 확대 카드를 꺼낸 배경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약사회 내부에서는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스타트업 산업계의 요구가 정책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특히 공교롭게도 전날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정부가 약 배송 확대 방침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산업계 달래기 성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과 비대면진료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설명하고 있다. 모든 환자로의 배송 확대 역시 향후 민관협의체에서 안전성·복약지도·전달방식 등을 논의한 뒤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약사사회에서는 제도 시행도 전에 확대 필요성을 공식화한 배경과 정책적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의 한 약사는 "제한적 재택수령을 실제 운영해본 뒤 환자 편의와 안전성, 의약품 오배송·분실, 복약지도 문제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확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상식적인 순서"라며 "아무런 평가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전면 확대를 먼저 선언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약사회 "정부 제안 민관협의체 불참"…1차 전선은 국회
대한약사회는 현재 정부가 배송 확대를 전제로 추진하는 민관협의체에는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정한 상태다. 약사회는 제한적 재택수령이라는 기존 사회적 합의를 뒤집고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에게 배송을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협의체를 구성할 경우 사실상 확대를 정당화하는 절차에 참여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정부가 논의를 강행할 경우 대응 수위도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 발표만으로 모든 환자 대상 배송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닌 만큼 당장의 핵심 대응무대는 국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면 배송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기존 의료법 개정 과정의 사회적 합의와 환자안전 문제를 설명하고 추가 입법을 저지하는 작업에 우선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약사회가 내세울 가장 강한 논리는 '시행조차 하지 않은 법을 다시 고치는 것은 기존 사회적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12월 24일이면 제도가 시행되지만 시스템은 이제 만들어가는 단계"라며 "제한적 재택수령을 일정 기간 운영해 안전성과 문제점을 확인한 뒤 확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전면 확대는 결국 법을 다시 바꿔야 하는 문제인 만큼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은 최근 다시 가동되고 있는 복지부-대한약사회 약정협의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약정협의체에서는 한약사 업무범위와 창고형약국, 안전상비의약품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양측이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약 배송 전면 확대라는 대형 변수가 추가되면서 약사회 내부에서도 향후 약정협의체 참여와 대정부 관계 설정을 놓고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약정협의체 자체를 중단하기보다 복지부의 실제 입장을 정확히 확인하면서 협의창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협의창구를 닫기보다는 국무조정실과 관계부처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복지부와는 기존 약정협의체를 통해 실제 정책 방향과 의중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약계 관계자는 "약 배송 문제 하나 때문에 복지부와 기존의 모든 협의관계를 끊는 것은 다른 현안까지 고려하면 신중해야 한다"며 "우선 복지부가 이번 정책에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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